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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초의 힘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Malcolm Gladwell. 1963~ ) [Blink: The Power of Thinking Without Thinking]
「1996년부터 (뉴요커)의 기고 작가로 일해 왔다. 1999년, 이 시대 최고의 마케터 중 한 명인 론 포레일에 대한 기사로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를 탔다. 2005년에는(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저서(티핑 포인트)(2000년)와 (블링크- 첫 2초의 힘)(2005년)은 모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워싱턴 포스트)의 경제부, 과학부 기자, 뉴욕 지부장을 지냈다. 토론토 대학교와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영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자랐고, 현재는 뉴욕에 살고 있다.」
[서문]
당신에게 아주 단순한 도박을 제안했다고 치자. 지금 당신 앞에 빨간 카드 둘, 파란 카드 둘, 총 네 벌의 카드가 놓여 있다. 당신은 카드를 한 장 뒤집을 때마다 일정한 돈을 딸 수도 , 잃을 수도 있다. 당신이 할 일은 한 번에 한 장씩 카드를 뒤집어 승리할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처음에 당신은 빨간색 카드 더미가 지뢰밭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보상이 큰 만큼 빨간 카드로 지면 크게 잃는다. 실제로 당신은 파란 카드를 뒤집어야만 이길 수 있는데, 여기서 파란 카드 더미는 빨간 카드와 달리 괜찮은 수입과 적당한 벌점이라는 제법 균형 잡힌 수익률을 보장한다. 문제는 얼마 만에 이 사실을 알아채느냐다. ~~~대부분 약 50장의 카드를 뒤집은 후에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우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란 더미가 왜 좋은지는 몰라도 그게 더 나은 베팅이라는 것 정도는 확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약 80장의 카드를 뒤집으면 대부분 게임을 파악하고, 빨간 카드가 왜 안 좋은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노름꾼 한 사람당 기계 한 대씩을 붙여놓고 손바닥의 땀샘 활동을 측정했다. ~~~~노름꾼들은 10장 째 카드에서 빨간 더미 쪽에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전적으로 의식의 표면 아래에서 작동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테면 깨달음의 메시지를 손바닥 땀샘 같은 묘한 간접 채널을 통해 전송했다. 뇌는 이미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 사실을 즉시 알리지 않는 시스템이다.
-몸속의 컴퓨터
단숨에 결론까지 도약하는 뇌의 영역을 적응 무의식 영역이라 하는데 최근 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연구를 중요한 분야로 여긴다. 하지만 이 적용 무의식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묘사한 무의식, 즉 너무 큰 혼돈에 휩싸여 있어 의식적으로 사고하기 힘든, 욕망과 기억과 환상으로 가득한 음침한 영영하고는 다르다. 오히려 적응 무의식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데 필요한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일종의 거대한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은 저서(우리안의 신비)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정신은 고도의 정교한 사고를 많은 부분 무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림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 적응 무의식은 세상을 판단하고, 위험을 경고하며, 목표를 설정하고, 치밀하면서도 능률적으로 행동에 착수케 하는 등 훌륭한 임무들을 수행한다.” 윌슨은 우리가 상황에 따라 의식과 무의식 상태의 사고를 오가며 유연하게 대응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동료를 저녁 식사에 초대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의식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즐거운 자리가 될 거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동료를 초대한다. 똑같은 동료와 공박을 벌이는 자연스러운 결정은 뇌의 다른 영역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동기는 인간성의 또 다른 영역에서 유발된다.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대면할 때, 구직을 위해 면접을 볼 때, 새로운 아이디어에 반응할 때,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뇌의 두 번째 영역을 사용한다.
교수를 전혀 만난 적 없는 학생이 2초짜리 소리 없는 비디오를 보고 내린 결론이 한 학기 내내 강의를 수강한 학생이 내린 결론과 유사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적응 무의식의 힘이다.
사실 대다수는 2초 운운하는 이 신속한 인식에 본능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것은 어떤 결론의 옳고 그름이 공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리라 여기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되도록 많은 정보를 모아 가능한 한 심사숙고하는 편이 낫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의식적인 의사결정만 신뢰한다. 하지만 서두른다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는 비상시에는 순간의 판단이나 첫인상이 세계를 파악하는 훨씬 더 나은 도구 역할을 할 때가 있다.
블링크의 첫 번째 임무는 당신이 이 단순명료한 사실에 확신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언제 본능을 믿고, 언제 경계해야 할까? 물음에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블링크>의 두 번째 임무다. ~~~ 이 책의 세 번째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순간적 판단과 첫인상을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이제 당신은 이 책에서 의사와 장군, 코치, 가구 디자이너, 음악가, 배우, 자동차 세일즈맨 등 수많은 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이 책은 일상생활의 아주 작은 요소들, 즉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복잡한 사정에 직면하거나 긴급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자연스레 발동하는 순간적인 인상과 결론의 내막과 기원을 다룬 책이다.
[01 블링크란 무엇인가 핵심을 꿰뚫는 첫 2초의 통찰.]
- 얇게 조각내기
당신은 15분짜리 비디오를 보고 수전과 빌의 결혼생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과연 그들의 관계가 건강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별할 수 있을까?
존 코트먼은 3000쌍이 넘는 부부를 불러 빌과 수전처럼 워싱턴 대학 캠퍼스 근처에 있는 ‘애정연구소’의 작은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런 다음 각각의 커플을 비디오로 촬영해 고트먼 스스로 SPAFF(명확한 감정)라고 이름 붙인 시스템에 따라 결과를 분ㅅ거했다. 그것은 부부가 대화 중에 표현할 법한 모든 감정을 스무 가지 범주로 나타내는 코드체계였다. 예를 들어 혐오감은 1, 경멸은 2, 화는 7, 방어자세는 10, 푸념은 11, 슬픔은 12, 의도적 회피는 13, 특성이 없는 것은 14 하는 식이다.
일련의 계산을 토대로 고트먼은 놀라운 사실을 증명했다. 한 시간 동안 남편과 아내가 나눈 대화만 분석해도 그 부부가 15년 뒤에 여전히 부부로 살지 여부를 95퍼센트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15분간 관찰할 경우 성공 확률은 약 90퍼센트였다). 최근에는 고트먼과 함께 일하던 교수 시빌 카레르가 비디오테이프 몇 개를 돌려보며 새로운 연구를 구상하던 중 부부의 대화를 단 3분만 지켜봐도 이혼할지 잘 살지 꽤 인ㅅ아적인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태버리스는 주의 깊게 들어 보면 빌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의하는 것 같지만 이내 되받는 말투였다. 빌은 처음 66초의 대화 중 40초가 방어 자세였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군이 수천 명의 이른바 도청 잡이를 모았다. 대부분 여자들로, 온갖 독일군 사단들의 무선 방송에 주파수를 맞추고 밤낮 없이 듣는 것이 일이었다. 독일군은 물론 암호로 방송을 했다. 그래서 -최소한 개전 초기에는- 무슨 말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용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오래지 않아 도청 잡이들은 송신 전파의 리듬만 듣고 독일 오퍼레이터 특유의 필적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일정 기간 동안 같은 신호를 유심히 듣다 보니 부대마다 제각기 특징을 지닌 3~4명의 오퍼레이터가 교대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경멸이란 보다 높은 곳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냉소라고 볼 수 있죠. 그것은 모욕일 경우가 많습니다.
경멸은 혐오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혐오나 경멸은 누군가를 공동체로부터 완전히 거부하고 배제하는 행위로 연장됩니다.
-일견의 힘
얇게 조각내기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중요한 능력 중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뭔가를 재빨리 파악해야 하거나, 새로운 상황에 마주칠 때마다 우리도 모르게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를 하게 된다.
[02 블링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논리를 넘어서는 무의식의 비밀]
선수가 공을 띄우고 라켙을 뒤로 당겨 막 공을 치려는 순간, 브레이든이 불쑥 내뱉는다. “아, 안 돼, 더블폴트야.” 그 순간 너무도 확실하게 공은 옆으로 비껴가거나 멀리 날아가거나 네트를 맞힌다.
순간적인 판단은 굉장히 빠르다. 경험의 매우 얇은 조각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무의식이다.
-사전 주입된 행동
사전 주입은 세뇌와 다르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예를 들어 당신에게 낮잠이나 저병, 곰인형 같은 단어들을 사전 주입한다고 해서 당신으로부터 어린 시절에 관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시시콜콜 끌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사전 주입의 영향은 의외로 막대하다.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완벽하게 이성적인 성향을 띤다. 그리고 지적 활동이나 기능적 수행은 잘하지만 판단은 못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일에는 신경을 놓고 중요한 문제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무의식 속의 정신적 시종이 파괴된 셈이다.
마약 중독자 같았어요. 마약 중독자는 자기 행동의 결과를 아주 잘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라 행동하지는 못하죠. 뇌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두엽 손상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 단절을 불러옵니다.
- 조목조목 설명할 수 없는 것들
[03 블링크의 오류는 왜 생기나 우리는 왜 키 크고 잘생긴 남자에게 반하는가]
- 얇게 조각내기의 어두운 면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물 밑 정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우리의 능력이다.
그런데 신속한 사고 회로가 무언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면 어떨까? 물 밑 사정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적인 판단에 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
- 무의식적 연상 테스트
우리는 생소한 개념의 짝들보다는 머릿속에서 이미 연결되어 있는 개념의 짝들을 훨씬 더 빨리 연결 짓는다.
나쁜 것을 흑인과 연결 지으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보다 좋은 단어를 흑인 범주에 놓으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 응답시간이 더 걸렸다.
-고객을 소중히 대하라
첫인상은 경험과 환경에서 생성된다. 그 인상을 형성하는 경험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첫인상을 바꿀 수 있다는 -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물 밑 정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우리의 능력이다.
[04. 블링크는 언제 필요한가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신속한 사고 회로가 무언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면 어떨까? 물 밑 사정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적인 판단에 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믿는다. 전문가들이 더 많은 검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할 경우, 그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었으며 더 많이 알았다. 그러나 골드만의 알고리즘은 그 정반대를 말한다. 가외 정보는 사실상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 복잡한 현상 밑바닥에 깔린 신호를 찾아내려면 극히 조금만 알아야 한다. 심장병 의사인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ECG 결과와 혈압, 폐 속의 물, 불안정한 협심증뿐이다.
응급실을 찾아와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가끔 5분에서 3시간까지 왼쪽 가슴에서 간헐적인 통증이 느껴진다고 호소하는 남자가 있다고 치자. 흉부 검사, 심장 검사,ECG는 정상이고 수축기 혈압은 165이다. 급박한 위험요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60대인데다 업무 부하가 심한 중역이다. 그는 끊임없이 압박을 받고 있다. 담배를 피운다. 운동은 하지 않는다. 여러 해 동안 고혈압을 앓았다. 과체중이다. 2 년 전에 심장 수술을 받았다. 땀을 흘린다. 곧바로 심장치료 병동에 입원시켜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가외 요인들은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문제가 된다. 환자의 상태와 식사와 생활습관이 다음 몇 년 사이에 심장병을 일으킬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 심지어 그 요인들이 기묘하고 복잡한 작용을 일으켜 다음 72시간 내에 무슨 일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골드만의 알고리즘이 지적하는 바는 그런 요인들도 당장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아내는 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서 그 없이도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외 정보는 쓸모없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해로우며 사안을 어지럽게 만든다. 의사가 심장 발작을 예측할 때 바보가 되는 것은 너무 많은 정보를 감안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의 결정 규칙이 비판 받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의사들로서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주장이었던 거죠. 그들은 말합니다. 이 진단 과정은 분명히 ECG를 들여다 보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복잡할 거야. 왜 이 규칙에는 당뇨 이야기가 없지? 나이도 없군. 심장 발작 전력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이것은 의도가 명백한 물음들입니다. 그들은 규칙을 보고 말합니다. 이건 넌센스야 이걸 가지고 결정을 내릴 수는 없어. 생사 결정을 힘들게 내려야 맞는다고 믿는 경향이 의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퍼져 있다고 아서 에번스는 지적한다. 의사들은 어떤 지침을 따르는 것을 지나치게 평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결정에 도달해야 훨씬 만족스러운 거죠. 누구라도 알고리즘을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으음 난 분명히 이보다 잘 할 수 있어. 사람 목숨을 다루는 게 이렇게 단순하고 능률적일 수는 없지. 그렇지 않으면 환자들이 왜 나한테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겠어?
여러 해 전에 스튜어트 오스캠프라 Stuart Oskamp 는 연구자가 유명한 연구를 실시했다. 그는 심리학자들을 모아놓고 조지프 키드라는 스물아홉 살짜리 전쟁 베테랑의 사례를 생각하게 했다. 실험 첫 번째 단계에서는 키드에 관 기본 정보만 제공했다. 그 다음에는 어린 시절에 관한 한 쪽 반 분량의 정보를 주었다. 세 번째에서는 키드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의 성장 배경에 관한 두 쪽 분량의 정보를 더 주었다. 마지막으로 키드의 군대 시절과 그 후의 활동에 관한 상세한 기록을 건네주었다. 심리학자들은 각 단계마다 키드에 관한 25항목 다지 선다형 질문에 답했다. 오스캠프는 정보를 많이 주면 줄수록 자신의 판단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확신이 극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심리학자들의 진단이 실제로 점점 더 정확해졌을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새로운 데이터를 제공받을 때마다 8개나 9개, 10개 문항의 답을 다시 고쳤지만 전체적인 정확도는 일정하게 대약 30퍼센트 선이었다. 오스캠프는 결론지었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수록 판단에 대한 확신이 판단의 실제 정확성과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 응급실 의사들도 비슷하다. 그들은 실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고려한다. 그래야 확신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 만큼 더 강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확신에 대한 욕구가 판단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들은 머릿속에 만들어둔 포화 상태의 방정식에 가외의 정보를 집어넣으면서 더 멍해지고 만다.
첫째, 정말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의사결정은 신중한 사고와 본능적인 사고의 균형에 달려 있다. 보브 골롬이 위대한 자동차 세일즈맨일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의 의사와 필요와 감정을 한 눈에 직관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 즉 특정한 유형의 순간적 판단을 의식적으로 물리쳐야 할 때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둘째, 좋은 의사결정에는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고트먼은 복잡한 문제를 매우 단순한 요소들로 분해했다. 극히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나 문제도 밑바닥에는 식별 가능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골드만의 연구는 패턴을 추출하려면 적은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의사결정자들에게 정보를 너무 많이 주면 그 정수를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좋은 결과를 내는 의사결정자가 되려면 좋은 편집자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얇게 조각내어 관찰할 때, 패턴을 인식하고 순간적인 판단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편집 작업을 한다. 처음 쿠로스 상을 보았을 때 토머스 하빙의 눈을 잡아끈 것은 조각상이 너무나 새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의 고급 식품점 드래거즈에 시식대를 차리고 그 위에 다양한 잼들을 올려놓았다. 어떤 때는 6종의 잼을, 어떤 때는 24종의 잼을 배치했다. 선택할 수 있는 잼의 수가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전통적인 경제 상식은 선택 가능성이 높을수록 물건을 살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욕구에 딱 들어맞는 물건을 찾기가 더 쉽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옌가르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잼이 6종인 부스에 맞춰 선 사람들은 30%가 잼을 사간 반면, 24종인 부스에 멈춰 선 사람들은 겨우 3%만 잼을 사갔다. 이유가 무엇일까? 잼을 사는 것은 순간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난 저걸 사고 싶어 하고 자신에게 속삭인다. 그런데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즉 무의식이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면 모든 것이 마비되어 버린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순간적인 판단은 취약하다. 순간적인 판단을 보호하려면 그 취약성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05.블링크를 어떻게 활용할까 원하는 것을 묻는 올바른 방법]
[06 블링크의 오류 줄이기 빠르게, 그러나 여백을 두어라]
“가만, 가만. 저 사람,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캐럴은 훗날 그 순간 두 가지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나는 디알로가 방문객을 가장해 아파트에 밀치고 들어가는 ‘밀치기 강도’의 망꾼이 아닐까 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디알로의 행색이 1년 전쯤 그 일대를 활개치고 다닌 연쇄 강간범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캐럴은 이렇게 회상했다. “디알로는 그냥 거기 서 있었어요. 층계참에 가만히 서서 벽 뒤로 머리를 디밀었다 뺐다 하며 동네를 아래위로 훑고 있었지요. 아래를 내려다보다 똑바로 앞을 보다가 하면서 잠깐 사이에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접근하니까 출입문 쪽으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꼭 눈에 띄지 않으려는 행동 같았습니다. 저는 거길 지나치면서 대체 무슨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도대체 이 자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보스가 차를 세운 뒤 휠러가 1157번지 바로 앞까지 후진했다. 디엘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훗날 캐럴은 그가 도망치지 않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고 진술했다. “그래 맞아, 지금 여기서 분명히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는 거야. 하는 느낌이었죠.” 캐럴과 맥멜런이 차에서 내렸다. 맥멜란이 배지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경찰입니다. 말씀 좀 여쭐까요?” 디알로는 대답이 없었다. 뒤에 밝혀졌지만 디알로는 말더듬이었다. 그 순간 디알로는 무슨 말이든 하려 애썼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를 않았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영어에 서툴렀고. 또 최근 아는 사람이 한 무리의 무장 강도들에게 당했다는 소문까지 들은 터라 공포에 떨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서 있는 곳은 이슥한 밤 우범지대의 중심이었다. 게다가 방탄조끼로 가슴을 떡 부풀리고 야구 모자를 쓴 거구의 두 남자까지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디알로는 잠시 멈칫하다가 냅다 현관 안으로 뛰어 들었다. 캐럴과 맥멜런이 뒤를 쫓았다. 디알로는 안쪽 문에 이르러 왼손으로 손잡이를 붙잡았고, 동시에 경찰들이 진술한 바에 따르면 몸을 옆으로 틀더니 다른 손으로 호주머니를 뒤졌다. 캐럴이 소리쳤다. “손을 빼!” 맥멜런도 고함을 질렀다. “주머니에서 손 빼! 안 그러면 빌어먹을 네 녀석을 작살내 버리겠다!” 그러자 디알로는 점점 더 안절부절못했고 캐럴 역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몸을 옆으로 트는 디알로의 행동이 오른손을 감추려는 수작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캐럴이 기억을 더듬었다 “우리는 디알로가 현관 맨 위 계단쯤에서 몬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그를 붙잡으려고 했습니다. 그자가 몸을 돌려 우릴 쳐다보았어요 여전히 한 손으로는 문손잡이를 붙든 채였습니다. 그리고는 오른쪽에서 시커먼 것을 꺼내려 했죠. 내 눈에 보인 것은 그 끝 부분이었는데 꼭 검은 권총의 슬라이드 부분 같았습니다. 이전의 경험과 훈련, 이전의 체포 경력이 ‘저건 총이야.’ 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캐럴이 소리쳤다. “총이다! 저자가 총을 가지고 있어!” 디알로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물건 빼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드디어 경찰 쪽을 향해 시커먼 물건을 들어올렸다. 캐럴이 사격을 개시했다. 맥멜런이 반사적으로 계단 아래쪽으로 몸을 날렸다가 뒤로 나둥그라지며 총을 쏘았다. 맥멜런이 쏜 총탄이 현관 여기저기를 스칠 때, 캐럴은 그것을 디알로의 총탄이라고 생각했고 맥멜런이 뒤로 나둥그라지자 디알로의 총에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훈련받은 대로 ‘중심부’를 조준하고 계속 사격을 퍼부었다. 시멘트 파편과 나무 조각이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총구의 섬광과 탄환 불꽃으로 대기에 전류가 흘렀다.
~~~~그때 디알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현관 깊숙한 곳, 안쪽 문이 나 있는 뒷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문에서 살짝 비껴나 몸을 웅크린 채였죠. 웅크린 몸에서 손이 뻗어 나와 있었는데 총이 보였습니다. 나는 말했지요. ‘맙소사, 끝이구나.’ 그리고 뒤로 주춤하면서 총을 쏜 후에 왼쪽으로 뛰었습니다. 사격 방향에서 벗어나려고 말입니다. 그때 그의 무릎이 꺽이고 등이 곧추섰습니다. 꼭 작은 표적을 겨누는 자세처럼 보였지요. 사격 자세 중 하나 같았는데 경찰학교에서 배운 것과 똑같은 동작이었습니다. 그 시점에서 검사가 보스의 말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그의 손은 어떤 상태였습니까?”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쭉 뻗고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의 손에서 어떤 물건을 봤다고 했는데 확실하게 보았나요?” “예, 그의 손에 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눈에 보인 것은 진짜 총이었습니다. 각진 무기가 들려 있었지요. 총소리와 권총 연기가 난무했고 에드 맥멜런이 고꾸라진 직후 그 짧은 순간에 느낀 건 그가 총을 들고 있고, 방금 맥멜런을 쏘았고, 다음은 내 차례구나 하는 거였어요.” 캐럴과 맥멜런은 각각 열여섯 발을 쏘았다. 탄창 하나를 모조리 비운 것이다. 보스는 다섯 발을 쏘았고, 머피는 네 발을 쏘았다.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총을 빼 들고 층계를 올라 디알로에게 다가갔다. 보스가 나중에 말했다. “오른손이 보였는데 몸통에서 쭉 뻗어 나와 있었습니다. 손바닥을 편 채로요. 그런데 총이 있어야할 자리에 지갑이 있었습니다. 나는 말했지요. ‘젠장할! 총은 어디에 있는 거야?’
~~캐럴은 층계 위, 총상으로 벌집이 된 디알로의 시체 옆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 세 가지 치명적인 실수
다른 사람에 대해 내리는 판단과 다른 사람한테서 받는 인상은 신속한 인식의 가장 흔한 형태다. 우리는 깨어 있는 모든 순간, 눈앞에 있는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느낌을 받았는지 끊임없이 예견하고 추측한다. 누군가 “난 네가 좋아.”라고 말할 때, 우리는 상대의 눈을 들여다보며 그 사람의 진심을 판단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미묘한 신호를 포착해 나중에 상대가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건네는데도 “그는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라거나 “그녀는 그렇게 행복한 것 같지 않아.”라고 말한다. 우리는 표정의 복잡 미묘한 차이들을 쉽게 분석해 낸다. 일례로 내가 두 눈을 반짝이며 생글거리면 모두 내가 즐거워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입 꼬리가 팽팽해질 정도로 과장되게 웃으면 내가 놀림을 받고 냉소적으로 반응한다고 받아들인다. 만일 눈길이 마주쳤는데 내가 살짝 미소를 던진 뒤 눈을 아래로 깔며 시선을 돌린다면, 아마 당신은 내가 수작을 걸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짧은 미소로 답한 다음 고개를 계속 끄덕이거나 갸웃거리면 당신은 방금 다소 거슬리는 말을 하고 나서 그 말을 거두고 싶어 한다고 결론내릴 것이다. 사실 당신은 이런 결론들에 도달하기 위해 내가 하는 어떤 말도 들을 필요가 없다. 그것들은 순간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마루에 앉아 놀고 있는 두 살배기 아기에게 다가가 손을 부여잡는 다소 수수께끼 같은 행동을 했다고 치자, 아이는 즉각 고개를 들어 당신의 눈을 들여다 볼 것이다. 이유가 뭘까? 당신이 한 행동에는 설명이 필요한데 아기는 당신의 얼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대의 동기와 의도를 추론하는 행위는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의 전형이다. 미묘하고도 순간적인 단서들을 포착해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인데, 이만큼 기본적이고 자연발생적인 충동도 거의 없거니와 대개 이를 특별히 힘들이지 않고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그러나 199년 2월 4일 한밤중에 휠러가를 순찰하던 경찰들은 이 가장 기본적인 과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들은 디알로의 마음을 읽지 않았다.
디알로 총격사건은 회색 영역, 즉 고의와 우연 사이의 중간 지대에 있다. 마음 일기의 착오는 때때로 그런 식으로 나타난다.
※2000년 2월 24일 미국 뉴욕 주 올버니법원 배심단이 이민자인 이마도 다일로의 살해 혐의로 기소된 4명의 백인 경찰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수백 명의 인권단체 회원들은 경찰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마음 읽기론
에크만이 톰킨스와 처음 만난 것은 1960년대 초였다. 에크만은 당시 대학원을 갓 나온 젊은 심리학자로서 열굴 연구에 흥미가 있었다. 그는 궁금했다. 과연 인간의 얼굴 표정을 관찰하는 일반적인 법칙이 존재할까? 톰킨스는 그렇다고 믿었지만 심리학자들은 대부분 ㅂ나대였다. 표정은 문화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당시의 통념이었다. 다시 말해 학습 한 사회적 관습체계에 따라 얼굴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에크만은 어느 견해가 옳은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해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심지어 극동 정글에 사는 오지 종족까지 찾아다니며 갖가지 독특한 얼굴을 가진 남녀 사진을 찍어 날랐다. 그리고 놀랍게도 찾아간 곳이면 어디에서나 온갖 표정들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톰킨스가 옳았던 것이다. 얼마 후에 톰 톰킨스가 샌프란시스코의 연구실에 있는 에크만을 찾아왔다. 언젠가 에크만은 바이러스 학자 칼턴 가이듀섹이 파푸아뉴기니의 깊은 정글에서 찍은 30킬로미터 길이의 필름을 추적한 바 있었다. 나머지는 사춘기 소년들이 부족 성인 남자들의 매춘부 노릇을 하는 풍습이 있는 난폭하고 잔인한 쿠쿠쿠쿠 부족을 찍은 필름이었다. 6개월 동안 에크만과 조수 윌리스 프리즌은 필름을 훑으며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부족민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에만 초점을 맞추어 두 집단의 얼굴 표정을 비교했다. 에크만이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동안, 톰킨스는 뒤에서 기다렸다. 그는 부족들에 관한 어떤 정보도 들은바 없었다. 또한 정황을 파악할 만한 장면은 모두 편집한 상태였다. 톰킨스는 안경 너머에 나타나는 장면들을 골똘히 살폈다. 필름이 다 돌아가자 톰킨스는 스크린으로 다가가 사우스포 족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들은 다정하고 온화한 부족이로군요. 무척 관대하고 평화롭습니다.” 그러고는 쿠쿠쿠쿠족의 얼굴을 가리켰다. “이 집단은 사납고, 또 ㄷ오성애를 암시하는 증거가 다분합니다.”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에크만은 그때 톰킨스가 한 말이 놀랍기만 하다. 에크만은 회상했다. 그럴수가! 그때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톰킨스 교수님, 도대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러나 톰킨스 교수는 스크린으로 다가가 우리에게 느린 동작으로 필름을 되감게 하고 나서, 자신이 판단 내리는데 사용하는 얼굴의 특별한 불거짐과 주름을 가리켰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지요. “그래, 얼굴을 해독해야겠구나!” 그것은 만인이 무시해 온 정보의 금광이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이 볼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을거야. 바로 그 자리에서 에크만과 프리즌은 얼굴 표정 분류법을 창안하기로 결심했다.
우리 얼굴은 2개의 근육만으로도 300가지 조합이 생겨납니다. 세 번째 근육을 추가하면 4000가지가 넘지요. 우리는 5개 근육까지 조합해 봤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얼굴 형상이 1만 가지가 넘더군요.
물론 1만 가지 표정중 대다수는 별 의미가 없다. 아이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같다. 그들은 각 작동단위들을 조합해 가면서 뭔가 의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약 3000가지의 표정을 식별해 냈다. 동시에 사람 얼굴의 필수적인 감정 표현 목록까지 완성했다.
-얼굴에 답이 있다.
감정면에서 얼굴만큼 풍부한 정보원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표정만으로도 자율신경계에 지정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눈썹을 내리고(4), 윗눈꺼풀을 올리고(5), 눈꺼풀ㅇ을 좁히고(7), 두 입술을 압착시키면(24) 화가 생성됩니다. 심장 박동이 10~12회까지 올라가더군요. 손은 뜨거워지고요. 그럴 때면 그 시스템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불쾌했습니다. 아주 불쾌했습니다.
지원자들을 모아 몸 곳곳을 분노, 슬픔, 공포 같은 생리적 신호라고 할 수 있는 심장 박동과 체온을 측정하는 모니터에 연결했다. 그리고 지원자 절반에게는 유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경험을 기억해 내라고 요구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분노, 슬픔, 공포 같은 스트레스 감정에 해당하는 표정만 일러주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두 번째 집단, 즉 연기를 하고 잇던 사람들에게서 첫 번째 집단과 똑같은 생리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심장 박동과 체온이 첫 번째 집단과 똑같이 상승했다.
몇 년 뒤에 독일의 한 심리학자 팀이 비슷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들은 피 실험자들로 하여금 만화를 보면서 일부는 양대 웃음 근육이 웃지 못하게 입술로 펜을 물게 했고. 일부는 강제로 웃음을 짓게 하기 위해 이로 펜을 물고 있게 했다. 그랬더니 이로 펜을 문 사람들이 만화를 훨씬 더 재미있게 봤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는 당연히 마음으로 감정을 느낀 후에야 그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거나 혹은 표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얼굴을 감정의 부산물로 여긴다. 그렇지만 이 연구는 그 과정이 반대일 수 있다는 점을 말해 준다. 얼굴에서 감정이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얼굴은 내적 감정의 이차적 게시판이 아니다. 얼굴은 감정의 대등한 파트너다. 이 중요한 사안은 마음 읽기 면에서도 커다란 의미를 내포한다.
만일 당신에게 웃어보라고 하면 당신은 큰 광대근만 수축시키게 된다. ㅂ나면 진짜 감정이 우러나와 자연스럽게 웃으면 큰 광대근과 동시에 눈을 둘러싼 눈둘레군 안와부도 죄게 된다. 그런데 이 눈 둘레군 안와부는 맘대로 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반대로 즐거운 일이 있어 웃을 때 그 근육이 죄어들지 않게 하는 것도 똑같이 어렵다. 이에 대해 뒤센은 이런 종류의 미소는 ‘의지에 복종하지 않는다’ 고 썼다. 그런 미소가 없다는 것은 그 사람이 거짓된 친구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본적인 감정을 느끼면 그 때마다 얼굴 근육들이 자동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그 반응은 몇 분의 1초 동안 어른거리는가 하면, 심지어 얼굴에 전자 감지기를 부착해야 할 정도로 짧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항상 거기에 있다.
-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전등 스위치
자폐증은 마음을 읽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델이다.
자폐증에 걸리면 영국의 ㅅ미리학자 사이먼 배런 코헨의 말처럼 “마음의 눈이 먼다.” 자폐증 환자들은 자연스럽고 자동적인 마음 읽기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이를테면 제스처나 표정처럼 말로 표현되지 않는 단서들을 해석하거나 다른 사람의 머릿속 생각을 유추하는 일 등 글자 그대로 감춰진 어떤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 그들의 첫인상 장치는 근본적으로 고장이 난 상태며, 따라서 자폐증 환자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마음 읽기 능력을 상실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매우 잘 보여 준다.
피터는 40대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았고 혼자 일하며 산다. 클린은 설명한다. “그는 특출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매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그는 논지가 매우 명료한데 사물에 대한 직관력은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설명해 주는 나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요.”
“나는 매주 그를 만나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코를 후벼 파거나 바지를 벗을 수도 있고, 어떤 짓을 해도 상관 없어요. 그가 날 보고 있기는 하지만 주시나 관찰을 받는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내가 하는 말에만 정신을 집중해요. 말은 그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들이 얼굴 표정이나 그 외 단서들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 지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마음속에서 진행되는, 그가 관찰할 수 없는 모든 것이 그에게는 일종의 퀴즈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의 심리요법사일까요? 정말 아닙니다. 보통 심리요법은 상대가 스스로 동기유발 기제를 통찰할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의 경우에는 통찰이라는 게 소용이 없어요. 그러니 문제 해결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까? 그래서 클린과 그의 동료들은 독창적인 실험을 고안했다. 피터에게 영화를 한 편 보여주면서 스크린을 볼 때 그의 시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적해보기로 한 것이다.
한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닉(조지 시걸)이 정중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집주인 조지(리처드 버튼)의 서재 벽을 가리키며 “저 그림을 그린 화가가 누구죠?” 하고 묻는다. 우리가 그 장면을 보는 방식은 직선적이다. 일단 닉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그림에 머물렀다가 조지의 눈으로 선회해 답을 듣고 , 다시 닉의 얼굴로 돌아가 그 대답에 대한 반을을 본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며, 클리늬 시선 추적도의 응시 선도 닉에서 그림을 거쳐 조지로, 이어서 다시 닉으로 돌아가는 깨끗한 직선 삼각형을 이룬다. 그렇지만 피터의 패턴은 조금 다르다. 응시 지점이 닉의 목 근처에서 출발했지만 결코 닉의 팔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지 않았다. 손끝으로 가리키는 제스처를 해석하려면 순간적으로 그 배우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다시 말해 가리키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데 자페증 환자들은 그럴 수 없다. 클린은 말했다. “20개월이 되면 아이들조차 가리키는 제스처에 반응합니다. 하지만 그의 나이 마흔 두 살에 매우 명석한 사람인데도 그러지 못했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종류의 자극을 놓치고 마는 겁니다.” 그러면 피터는 어떻게 했을까? 그는 그림 과 벽이라는 단어를 듣고 벽 위의 그림들을 쳐다본다. 그 근처에 그림이 석 점 걸려 있다. 그 그림은 어떤 걸까? 클린의 시선 추적도는 피터의 시선이 이 그림에서 저 그림으로 정신없이 오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는 사이에 대화는 이미 다음으로 넘어갔다. 피터가 그 장면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닉이 자신의 의도를 완벽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경우, 즉, 저기 사람하고 개 그림 왼편에 있는 그림을 그린 화가가 누구죠?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이처럼 상대가 조금일도 의도를 문자로 완벽하게 표현하지 않을 경우 자폐증 환자는 길을 잃고 만다.
중요한 교훈이 또 하나 있다. 조지와 닉이 이야기를 나눌 때 일반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의 눈을 보았다. 에크만이 그토록 공들여 목록 작업을 한 표정의 뉘앙스들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피터는 누구의 눈도 보지 않았다.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장면, 조지와 마사(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격정적인 포옹에 몰입 했을때도 피터는 키스하는 커플의 눈 대신 그들 뒤 벽에 있는 전등 스위치를 보았다. 그것은 피터가 사람들을 거부해서도, 친밀한 행위에 반감을 가져서도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거나 그 마음에 접근할 수 없으면 눈과 얼굴을 봐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달리 없기 때문이다.
예일 대학에서 일하는 클린의 동료 로버트 슐츠가 어느 날 FMRI장치를 이용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그 장치는 피가 뇌 어느 부분을 흐르는지 보여주는 매우 정교한 뇌 스캐너다. 슐츠는 사람들을 FMRI 장치에 들여보낸 뒤에 여러 쌍의 얼굴이나 물체를 보여 주었다. 사람들은 쌍을 이룬 얼굴이나 물체가 같은지 다른지 단추를 눌러 표시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 결과 일반인들은 얼굴들을 보고 있을 때 가락모양이라는 뇌 영역을 사용했다. 가락모양이랑은 아는 얼굴들을 수천 개 이상 구별하도록 하는 뇌 소프트웨어의 믿기지 않을만큼 정교한 부분이다(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머리에 그려보라. 떠올랐는가? 방금 당신은 가락모양이랑을 사용했다). 의자를 볼 때는 전혀 다르고 덜 강력한 뇌 영역을 사용했다. 아래관자이랑으로, 평상시 물체만 식별하는 영역이다(예를 들어 중학교 친구 샐리는 40년이 지나도 알아보지만 공항의 원형 수하물 컨베이너에서 당신 가방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바로 두 영역의 정교도 차이 때문이다). 자폐증 환자들을 상대로 같은 실험을 한 슐츠는 그들이 사물과 얼굴에 모두 물체인식 영역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초적인 신경학 차원에서 볼 때 자폐증 환자는 얼굴을 또 하나의 물체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셈이다.
그는 결코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과 관계를 가징 때도 그들 또는 그들 몸 일부를 마치 물건처럼 취급했다. 그는 손을 써서 자신을 인도했다. 놀 때는 마치 베개에 머리를 부딪치듯 어머니를 들이받았다. 그는 부모에게 옷을 입히도록 허락한 다음에도 그녀에게 털끝만큼의 관심도 비치지 않았다.
조지가 이성을 잃기 직전의 장면이 있어요. 벽장으로 가 시렁에서 총을 꺼내 와서는 마사를 정면으로 겨누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하지만 총신에서는 총알 대신 우산이 팡 튀어나오며 펼쳐져요. 우리는 그 총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 따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진짜 공포의 순간인거죠. 그런데 놀랍게도 전형적인 자폐증 환자들은 이 장면에서 크게 소리 내어 웃습니다. 그 순간을 진짜 코미디로 파악하는 겁니다. 이처럼 그들은 행위의 감ㅈ어적 바탕을 놓칩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고 우산이 튀어나오는 표피만 읽고는 사람들이 지금 재미있게 놀고 있구나 생각하는 거죠.
피터는 매우 명석한 사람이며 권위 있는 대학을 졸업했다. IQ도 보통 사람보다 한참 높았고 클린 역시 그에게 진짜 wshrud을 나타낸다. 하지만 내우 기본적인 한 가지 능력, 즉 마음을 읽는 능력이 결여된 탓에 사회적인 면에서 참담할 만큼 왅너한 빵점을 맞았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우리도 순간적으로 피터와 다름없어진다.
- 마음의 눈을 멀게 하는 것
우리의 마음은 생명을 위협받을 경우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와 양을 극적일 만큼 제한한다. 소리와 기억과 보다 넓은 사회적 이해 따위는 눈앞의 직접적인 위협에 대한 자각을 고조시키기 위해 망각의 제물로 바쳐진다. 중요한 의미로, 클링거의 책에 실린 경찰들은 감각을 좁힌 덕에 임무를 더 잘 수행했다.
스트레스 반응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전 육군 중령이자<죽이기 On killing> 의 저자인 데이브 그로스만은 심장 박동이 분당 115에서 145 사이가 되면 각성의 최적상태에 들어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고 저격수 론 에이버리의 박동수를 재어보니 야전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맥박이 그 범위 최고치에 있었다고 한다. 농구 슈퍼스타 래리 버드는 게임 중 중요한 순간에는 코트가 조용해지면서 선수들이 느린 동작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 역시 임무를 수행할 때의 론 에이버리처럼 각성의 최적 범위에서 경기를 한 게 분명하다. 그러나 레리 버드처럼 코트를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선수는 드물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최적의 범위에서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압박을 받으면 지나치게 각성하고, 일정 수위를 넘으면 몸이 너무 많은 정보원을 차단하면서 스스로 속수무책 상태에 빠뜨리고 만다. 그리스만은 말한다. 145를 넘으면 나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복잡한 운동기능이 마비되는 거죠. 한 손으로 무슨 일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175가 되면 인식작용이 전면 붕괴합니다. 전뇌가 문을 닫고 중뇌(모든 포유류가 갖고 있는 뇌)가 전면에 나서서 전뇌의 자리를 낚아챕니다. 화가 나거나 놀란 사람과 토론해 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토론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차라리 개하고 논쟁을 벌이는 편이 나을 정도죠. 일단 지나친 각성 상태가 되면 시야가 훨씬 좁아진다. 행동이 부당할 만큼 공격적으로 돌변한다. 총탄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 구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실제로 그런 경우가 놀랄 만큼 많다. 심장 박동이 175나 그 이상으로 뛰는 고도의 위험 수위가 되면 신체가 구토를 막는 생리적 억제 작용을 불필요한 활동으로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피가 바깥 근육 층에서 빠져 나와 핵심 근육에 집중된다. 가능한 한 근육을 단단하게, 이를테면 근육을 일종의 갑옷으로 만들어 상처가 날 때 출혈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되면 몸이 뻣뻣하게 굳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만은 이런 이유 때문에 평상시에 119 다이얼 돌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상시가 되면 수화기를 들고도 지극히 기본적인 번호 누르는 동작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장 박동수가 치솟고 운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언뜻 기억나는 숫자, 즉 119 대신 114를 누르거나, 통화 단추 누르는 것을 잊거나, 때에 따라서는 어떤 숫자도 떠올리지 못한다. 그로스만은 말한다. 연습을 해야 합니다. 연습만 해두면 119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많은 경찰서에서 최근 고속추격을 금지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추격 중에 죄 없는 구경꾼을 다치게 할 위험뿐 아니라, (추격 중 사고로 매년 300명의 미국인이 사망) 추격 후에 일어나는 폭력 검거 때문이기도 하다. 용의자를 고속으로 추격하는 일은 경찰관을 위험할 만큼 높은 각성 상태로 몰아간다.
-여백의 부족
우리는 시간에 쫓기면 일시적으로 자폐증 환자가 된다. 한 예로 심리학자 키스 폐인이 한번은 사람들을 컴퓨터 앞에 앉히고 존 바그처럼 컴퓨터 화면 위에 검은 얼굴이나 흰 얼굴을 살짝 비추어 사전 주입을 시켰다. 그런 다음 피실험자들에게 총 사진이나 렌치 사진을 보여주었다. 상은 화면 위에 0.2초 동안 나타났고 그 정도면 누구나 방금 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는 디알로 사건에서 자극을 받아 행한 실험으로, 당신과는 당신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검은 얼굴을 사전 주입받은 사람들은 흰 얼굴을 사전 주입받은 사람들보다 좀 더 빨리 총을 식별했다. 폐인은 속도를 높여 다시 실험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페이스대로 답하게 하는 대신 0.5초내에 판단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오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얼굴을 먼저 본 경우에 총을 총이라고 하는 속도가 비교적 빨랐다. 그러나 렌치를 총이라고 하는 것 역시 빨랐다. 시간에 쫓겨 지나치게 각성된 사람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감각의 실증 대신에 딱딱하게 굳은 체계인 고정관념에 입각해 판단하기 시작했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되면 대부분 고정관념과 편견, 심지어 지지하거나 믿지 않는 관념의 인도를 받기 쉽습니다.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는 우리의 능력, 순간적인 판단 능력은 아주 비상하다. 그러나 의식 속의 거대한 컴퓨터조차도 제대로 작동하려면 순간이나마 시간이 필요하다.
파트너가 있는 경찰은 혼자 있는 경찰보다 결코 안전하지 않다. 게다가 2인조 경찰팀의 경우 쫓는 상대에 대해 불만이 쌓일 가능성이 더 높다. 경찰이 둘일 때 범죄자와 충돌하면 체포하거나 체포당하는 사람의 부상, 경찰에 대한 고소로 끝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혼자 있을 때는 속도를 늦추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상황을 늦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교육해요.
-마음속 무언가가 아직 쏘지 말라고 말했다.
특정한 종류의 훈련을 거듭 반복하고 여기에 실제 세계의 경험이 결합되면 경찰이 격한 충돌에 대응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마음 읽기 역시 훈련으로 증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말하기 능력을 잃은 뇌일혈 환자들의 경우 그 방면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다는 결함이 사람 얼굴에 쓰인 정보에 훨씬 더 민감해지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뇌일혈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마음을 읽는 까다로운 기술을 훈련했다.
30분의 훈련만으로도 미세한 표정을 포착하는 일에 능숙해질 수 있다.
-휠러가의 비극
[07. 완벽한 블링크를 위한 조언 편견의 눈을 감으면 세상이 바뀐다.]
-순수한 2초를 포착하라
[부록. 저자 말콤 글래드웰과의 인터뷰]
“동양인들은 이미 <블링크>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터핑 포인트는 집단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책입니다. 어떤 것에 대해 왜, 어떻게 그들이 결심을 바꾸게 되는가, 어떤 생각이 집단을 움직이게 하는가에 대한 책입니다. 그에 비하면 <블링크>는 집단보다는 개인에 대해 훨씬 더 관심을 가지고 쓴 책으로, 개인이 어떻게 판단을 내리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개인과 집단의 행동 사이에는 일치점이 없지만, 개인이나 집단의 행동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훨씬 더 많이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판단은 우리 내부의 어떤 것과 관련이 있다고 느껴왔죠. 그런데 그 두 권의 책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내부 요소보다는 외부 환경, 즉 사회의 압력이나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행동을 결정한다는 관점이 주위 환경의 지배를 받는 결과물이라는 관점으로 바뀐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동양문화권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서양문화권 사람들보다 이러한 생각을 훨씬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선 우리가 외부의 영향을 받아서 행동한다고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환상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어요.
- 블링크를 집필하게 된 계기?
한번은 제가 과속단속에 걸렸는데, 경찰들이 저를 빙 둘러싸더군요. 경찰들이 저를 범죄자일 거라고 생각한 거죠. 왜, 저 같이 생긴 사진 있죠?(웃음) 제 모습 중 아주 작은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 전혀 다른 순간 판단을 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머리 스타일 하나 바꿨다고 세상이 저를 다르게 대하더군요.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순간적인 판단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고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왜냐먄 순간적인 판단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매우 크게 의존하는 부분이니까요.
- 블링크는 직감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직감이라는 단어는 때로 비이성적 결정이나 행동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죠. 직감은 감성이고, 굳건한 기반 위에 있지 않는 그냥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생각’, 다시 말해 ‘직관적 사고’란 말을 더 좋아합니다. 순간적인 판단은 이성적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빠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빠른 것이 덜 다듬어지거나 덜 이성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죠. 순간의 미덕이라고나 할까요? 그것은 훨씬 빨리 많은 것을 사고하도록 하는 두뇌의 무의식 영역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무의식으로부터 나오는 강력한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순간판단을 잘 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첫째는 판단에 필요한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의식을 교육시켜나가는 거죠. 계속해서 정보를 축적시키고, 축적시킨 정보와 경험을 빠른 속도로 사용해 보는 거죠. 훌륭한 축구 선수가 있다고 합시다. 그는 운동장에 뛰어 나가서 놀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판단을 내립니다. 공을 어디로 찰 건지, 어떻게 찰 건지, 공을 가지고 어떻게 할 건지 등등. 그 사람들은 그게 가능해요. 왜냐면 수천, 수만 시간 축구를 했으니까요. 즉, 스스로의 본능을 교육시켜온 거죠.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성공적인 선수가 될 수 있죠. 축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빠르게 판단하기도 힘들고, 본능을 통해 판단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경험 없이 순간 판단에 기대는 건 매우 조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순간적인 판단은 어떤 분야에 있어서 특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정말 특별한 것입니다.
또한 저는 본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쁘거나 잘못된 것들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 말이죠.
판단을 잘하고 싶다면, 우리는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에 개입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확한 판단을 도와줄 흑기사가 저만치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정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15분만 커플을 관찰하면 15년 뒤에 계속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을지, 이혼할지를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누구나 15분만 관찰하면 판단을 내릴 수 있어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사람들의 행동에는 연속적인 패턴이 있죠. 그 패턴을 끄집어내면 아주 성공적인 순간 판단을 할 수 있어요.
[Review]
이 책은 일상적 삶에서 사람이나 일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심사숙고하기보다는 순간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걸 밝히려고 쓴 책이다. 예를 들어서 부부가 하는 대화를 15분 동안만 들어보면 15년 후에도 그들 부부가 결혼 생활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혼을 하게 될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반신반의 하면서 책을 읽었다.
사람의 얼굴 근육은 2개만으로도 300가지의 조합이 생겨나고, 3개면 4000가지가 넘고, 5개면 1만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중 대표적인 감정과 연계된 표정을 코드화 하면 사람의 얼굴 표정만 보아도 그 사람의 감정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표정뿐만 아니라 대화의 내용을 분석해도 마찬가지라는 식이다. 저자는 이런 식의 코드화 작업을 ‘얇게 조각내기’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생소한 개념의 짝들보다는 머릿속에서 이미 연결되어 있는 개념의 짝들을 훨씬 더 빨리 연결 짓는다. 길을 가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밧줄을 보고 순간 뱀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것이 밧줄이라는 것을 알았을 경우 우리는 그 처음 생각과 나중 생각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의 연속된 생각의 흐름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왜 처음에는 뱀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을까? 처음 생각과 나중 생각이 뇌의 별개의 장소에서 발현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저자는 이렇게 순간적으로 불연 듯 떠오르는 생각을 버지니아 대학교 심리학 교수가 주장한 ‘적응 무의식(adaptive unconscious)’으로만 설명했다. 즉 우리의 의식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극히 일부분만이 드러나고, 나머지는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거대한 컴퓨터처럼 활동하고 있다가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신속 정확하게 외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이 부분에 대한 훈련을 통해서 순간 예지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운동선수가 짧은 순간에 내리는 판단이나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신속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일, 경찰이 수상한 사람을 구별해내는 일 들이 이런 이유라고 말한다.
신문기자, 잡지 기고가의 책이라서 그런지 문체가 장황스럽다.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지?“라는 또 다른 의구심이 남는다. 독자는 블링크, 즉 2초간의 생각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궁금한데 자꾸만 딴소리를 하는 것 같다. 잔뜩 기대를 했지만 내용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기대했던 건 이게 아닌데 뭐, 그런 생각이다.
이 책은 “블링크”는 2005년도에 출판되었으며 저자의 또 다른 책 “Tipping Point" 과 함께 450만부 이상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국 출생으로 백인 아버지와 자메이카 흑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곱슬머리다. 어느 날 그는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과속을 하는 바람에 경찰에 적발되었는데. 경찰들이 자신의 외모를 보고 범죄자라도 발견한 듯이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떠오른 생각이 다 들어맞는다면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대면할 때, 구직을 위해 면접을 볼 때, 새로운 아이디어에 반응할 때,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뇌의 두 번째 영역을 사용한다.
새로운 상황에 마주칠 때마다 우리도 모르게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를 하게 된다.
순간적인 판단은 굉장히 빠르다. 경험의 매우 얇은 조각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무의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