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30.
김진하
회 상 ( 回 想 )
장맛비가 오락가락한다. 아침나절엔 비가 간간히 뿌리니 날씨도 무덥지 않고 서늘한 느낌마저 들어 기분이 산듯하다. 오늘은 아내의 비염 때문에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에 예약을 해 놨으므로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 봐야하므로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미리 지상으로 옮겨 놓고 한길로 나와 보니 도로상에 아침 출근 차들이 쭈욱 늘어서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본다. 아침 출근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버스나 전철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가 ? 더구나 요즘 미세먼지의 상당부분이 자동차 배기까스에 의한 미세먼지로 인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한길에 서서 가만히 지난 젊은 시절 아침 출근할때를 회상해 본다. 직장생활 20년 직접회사운영 18년 그리고 무직자생활 10년. 직장생활 할 때 매일 일찍 일어나서 회사 갈 준비하고 집을 나서면 머릿속이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쌓여올때가 많아 회사 가기 싫을때가 많았으며 직접 회사를 운영할 때는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때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결정을 못하고 머리를 싸매고 쩔쩔 매기도 하고 판매사원을 구하기 어려워 애를 먹던 일 경쟁사에 매출이 뒤져 절망하여 술을 잔뜩 마시고 집에 들어가던 일등 결단력이 부족한 나는 정말 힘 든 일이 많았다. 그리하여 나의 사업은 좋은 결실을 못 맺고 실패로 끝났는지 모르겠다. 물론 무직자생활 10년 동안에도 처음엔 적응하기가 힘들어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도중에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2년 정도 하면서 조금씩 적응해 가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어느 정도 내 생활의 리듬을 찾고 무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원래부터 취미가 있었던 산이나 들로 돌아다니는 일과 시간 나는 대로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등산은 20년이상을 끈기있게 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이화대학교 서울대학교의 평생교육원에 다니면서 글 쓰는 공부도 꾸준히 하여 3년 전에는 모 계간지에 시를 올려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지금도 꾸준히 시를 쓰고 있으며 이 작업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고 있다.
나는 오늘 출근길 차들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과거의 나를 뒤돌아보며 앞으로의 여생을 어떻게 보내는 게 나름대로 보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근 40년간 고생도 많이 하고 즐거웠던 일도 많은데 그나마 지금은 풍족하진 않지만 먹고 살 정도는 되니 자연 즉 산과 들 달과 별 새소리와 바람소리 나뭇잎 속삭이는 소리 빗소리와 친해지면서 책도 부지런히 읽고 변변하지는 못하지만 글도 꾸준히 쓰면서 지내는 게 나에게는 가장 보람있는 생활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느끼는 즐거움 중에는 자연이 주는 즐거움이 최상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이다. 요즘 나는 자연속에서 노니면서 늘그막에 나 자신의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후회만 가득하고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만 가득한 것이 인생이라고 하는데 지금 나의 나이 70.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즐기자는 생각이다. 남해 염불암 주지 성전스님의 말을 되새겨본다. “순간순간을 살면 되는 것을 한평생을 산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기에 달빛 속에서 피안을 발견하지 못한다. 한평생을 사는 사람에게 삶은 바위처럼 무거운 것이 되지만 한평생을 한순간처럼 사는 사람에게 삶은 달빛처럼 아름다운 것이 되어 다가오는 것을 나는 보름의 달빛아래서 알 것만 같았다. 순간 달빛은 아름다운 스승이었다.” 물론 순간 순간이 내 마음처럼 반드시 기쁘고 즐겁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노력하면 그만큼 결과가 있을 것이란 말이다.
조선의 대학자 순암 안정복의 시 한 수를 읽어보자.
(내가 봐도 우습다)
늙은이 나이가 팔십에 가까운데
날마다 어린애들과 장난을 즐기네.
나비 잡을 때 뒤질세라 따라갔다가
매미 잡으러 함께 나가네.
개울가에서 가재도 건지고
숲에 가서 돌배도 주워오지.
흰머리는 끝내 감추기 어려워
남들이 비웃는 소리 때때로 들려오네.
조선시대 대학자 안정복의 마음이 지금의 내 마음과 별로 다르지 않다. 나이 70인 내가 다섯 살짜리 손자놈과 놀다보면 내 마음이 손자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첫댓글 아이는 어린이의 어버이인 것을 ~~~ 하야님 오랫만입니다.
늘 부지런히 습작하시는 님이 부럽습니다. 저는 아직도 투병중~~~
오랫만에 들려 여기저기 구경하고 갑니다
빨리 쾌유토록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