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사백여든다섯 번째
솟을대문과 라이언 인간
우리네 옛날 양반가의 기와집 대문을 솟을대문이라 하였습니다. 가마를 타고 출입할 수 있도록 좌우 행랑보다 높게 설치했기에 솟을대문입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단독주택의 경우 화려하고 커다란 대문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양에는 ‘라이언 주택’이란 말이 있답니다. 집 앞은 꽃으로 단장하고 뒤란이나 옥상은 지저분하게 버려두는 집을 그리 부른답니다. 이처럼 앞뒤가 다른 인간은 라이언 인간이라고 불립니다. 사자의 머리는 백수의 왕답게 근엄하지만, 뒷다리는 앙상하여 빈약해 보여서 그런 속어가 나왔답니다. 어떤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내게 물었습니다. “한 시간 안에 현찰 100억을 구할 수 있습니까?” 100억은커녕 100만 원도 쉽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들어보려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슨 자기 돈 자랑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만날 일 없기를 바랐습니다. 가끔 자기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만 대면 웬만한 사람은 다 알 만한 사람의 이름의 이름을 줄줄이 외며 그들과 어떤 인연이 있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어쩌다가 유명 인사와 찍은 사진을 내보이며 ‘나, 이런 사람이야’ 하는 꼴입니다. 그런 사람은 스스로 자기는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개는 그런 사람에게 무얼 부탁해 보면 금방 드러납니다. 예전에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에 상투적으로 쓰였던 ‘불초 소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초不肖 소생小生은 어버이의 덕망을 닮지 못한 어리석은 자식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어버이의 덕망을 뛰어넘는 자식이 효도하는 겁니다. 요즘엔 돈 잘 버는 자식이 효자처럼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팔불출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