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해날
아침 아홉시 지나 <해날책방> 구정, 간송, 자허가 앉았습니다.
간송이 가져 온 간식이 달라졌어요. 누군가 돌아왔음을 실감하며 고맙게 먹습니다.
[돌아보니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 를 읽어요.
오늘은 '이게 예배구나!'싶습니다.
'인생은 수도원'이라 하신 뜻은 설핏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수도원에서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나의 스승이요내 몸을 갈고 닦을 숫돌이라 하십니다. 어제 비노바 바베가 '신의 샌들'이라면 부드럽게, '신의 검'이라면 숫돌로 갈고 닦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 하신 것이 떠올랐어요.
가건물만 두채 서 있고
본건물은 기초도 잡혀 있지 않은
건축현장을 본다
3년째 본다
그동안 세월이 흘러
가건물도 이제는 많이 낡았는데
저 낡은 몸집이 무너지기 전에
올라갈 수 있을까?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본건물은
기초만이라도 저 풀밭에 얹을 수 있을까?
아아,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을까?
바야흐로 늙기 시작한 이 낡은 몸이
죽기 전에, 죽어서 묻히기 전에
볼 수 있을까?
내가 보아야 할 그것
보기 위하여 내가 태어난 나의 그것을.
잠시 쉬었다가
<도서관 살림모임>을 이어 갑니다.
여러가지 챙겨야 할 살림이야기,
현동, 매듭짓고 다시 떠나는 날도 돌아보고 마을숲이야기도 나눕니다.마치고 와온에서 따뜻한 국물로 점심밥모심 했어요.
3월 25일 달날
뚜물같은 하늘을 보니 백석의 '쓸쓸한 날'이 생각나고,
쓸쓸한 날을 생각하니 심월선생이 떠오릅니다.
ㅎ ㅎ
지금 여기에서 알아차리면서 하루를 살겠다 마음 먹었는데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썼다 지웠다, 더했다 뺐다, 저장한 자료를 찾아서 온 디드라이브를 다 뒤지고, 어쩌고 저쩌고 합니다. 눈알이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도통 알수 없이 한나절을 보내도 이거야 싶은 자료를 만들지 못했네요.
아침차담할때 나누었던 나의 일정은 애초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순히, 받아들입니다.
비님 오실 듯 말듯. 누구 말로는 오늘 비가 많이 올거라했다더니 정말 오후가 되니 빗방울이 흐릅니다.
바깥에서 뛰어 놀지 못하니 어린 동무들, 왁자지껄 소란스럽습니다.
오늘 농사는? 어어, 그럼? 네, 도서관으로 모입니다.
양복입은 신사 두분, 오시니 두더지오셔서 차담하십니다.
이내 한옥현선생님 오시고, 천지인들 둘러 앉아 마음모읍니다.
과일농사의 어려움을 투박하지만 농사선생님스타일로 설명하십니다.
사극에 나오는 사약 만드는 자연재료로 약을 만드신답니다. 만들면서도 고민과 질문을 하신다네요.
우리는 제철 과일을 먹기가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네요.
농사모임하는 중에 잠시 외출을 하고 도서관에 오니
언연과 구정이 일하고 있습니다.
빵 한입씩 나누어 먹고 저만 쏙 일어나 도서관문을 나섭니다.
남은 두사람은 늦도록 자료정리와 일을 합니다.
관세음보살 관옥나무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