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요법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거의 모든 글은 히포크라테스의 유명한 말, '음식이 곧 약이 되게 하고, 약이 곧 음식이 되게 하라'Let food be thy medicine, and let medicine be thy food 를 인용한다. 히포크라테스가 실제로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저술을 보면 질병과 음식이 관련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음식 없이는 생명이 유지될 수 없으니 고대 그리스 의사들이 음식과 질병을 연결 지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의 식이 처방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인체가 네 가지 체액—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으로, 질병은 체액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며, 이를 바로잡아주는 음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관절 통증은 혈액이 점액과 담즙에 의해 오염되고 응고된 결과라고 설명했고, 치료법으로 보리물을 처방했다. 과학적으로는 전혀 말이 되지 않지만, 플라시보 효과로 증상이 완화되었을 수도 있다.
오늘날 영양학 지식은 질병 예방 측면에서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역할은 잘 확립되어 있으며, 식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화합물들이 건강 유지에 기여하는 방식도 점점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과학은 훨씬 '불확실'하다.
혈관신생angiogenesis은 새로운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말하며, 혈관신생 억제는 이 과정을 방해하는 것이다. 종양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혈관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혈관신생을 억제하면 종양의 영양 공급을 차단해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윌리엄 리 박사는 '혈관신생 억제 학회'를 설립한 이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인데, 『먹어서 질병을 이긴다 Eat to Beat Disease』라는 베스트셀러를 저술했고, 이 주제의 TED 강연은 수백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식이와 질병의 관계에 대한 그의 일부 결론은 유의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리 박사는 건강이 여러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정확히 설명한다. 제대로 작동하는 면역 체계, 장내 미생물 다양성, 암 줄기세포 제거 능력, 손상된 DNA의 효과적 복구, 그리고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의 성장을 억제하면서 심장과 같은 기관에 좋은 혈관 성장을 촉진하는 능력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음식 속 영양소가 이런 요소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제시한다.
예컨대, 자두, 사과, 닭고기 수프, 올리브유에는 염증을 줄이는 생리활성 물질이 들어 있고, 연어, 토마토, 양파, 블루베리에는 혈관신생 억제 물질이 들어 있다. 보라색 고구마는 암 줄기세포와 싸우고, 굴과 강황의 성분은 DNA 손상을 복구한다고 한다. 브로콜리 새싹, 고추, 마늘, 감초 뿌리, 버섯은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며, 가지는 '좋은' 혈관 성장을 촉진한다. 호두, 요구르트, 사우어크라우트, 콩, 키위, 코코아는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돕는다. 문제는 이 정보의 대부분이 '세포·동물' 대상 실험 연구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완전히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성급한 면이 있다.
운동·유전적 요인과 함께 식단이 질병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특정 음식을 먹어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별개의 문제다. 인체는 거대한 시험관이 아니며 인간은 거대한 실험용 쥐도 아니다. 실험실에서 혈관신생 억제효과를 보인 물질이 암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 또 환자가 음식으로 암을 '못 이기는' 이유를 자신의 식단 실천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심리적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과일, 채소, 통곡물, 견과류,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생선을 중심으로 하고, 육류와 가공식품은 제한하는 리 박사의 식단 제안은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권장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2018년 『미국의학협회』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심장병, 뇌졸중, 제2형 당뇨병 사망의 거의 절반을 설명하는 단 10가지 식품 관련 요인으로, (1) 견과류·씨앗류·해산물·채소·과일·곡물 섭취 부족, (2) 나트륨·가공육·붉은육류·당분음료 섭취 과다를 든다.
리 박사의 혈관신생 억제와 영양에 대한 견해는 타당하지만 먹어서 병을 이긴다는 개념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특정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아직 추측적 요소가 많지만, 질병 예방을 위한 그의 권고 식단은 확고한 근거가 있다.
요약하자면, 먹어서 (이미 생긴) 질병을 '이긴다'Eat to beat disease는 것은 근거가 확실하지 않지만,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적절히 먹고 해로운 음식은 피함으로써, 먹어서 질병을 '예방한다'Eat to prevent disease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