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宗敎) 브로커
세상에는 소위 정치 브로커, 정상배(政商輩)라는 것들이 있다. 즉 저들은 정치에 종사하되 높고 낮고 간에 아무런 정치 이상이 없음은 물론 사람으로서의 일편의 진실성조차 없고, 주의(主義)에 대한 절조 없는 무골충(無骨蟲)들이다. 저들의 눈에는 국가의 안위(安危)도 대계(大計)도 국민의 복리도 물론 없거니와, 자타에 대한 아첨과 배신뿐으로, 오직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하여 토한 것을 다시 먹는 개같이, 혹은 씻은 몸으로 다시 똥 속에 눕는 돼지같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하는 자들이다.
건국 10년 신생 조국의 정치사에 2대 추잡한 오점인 정치파동과 개헌 소동도 이 정상배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저들 때문에 우리의 정당 정치는 좋은 의미로 도무지 자리가 잡히지 못하고, 나라의 현실은 한없는 무질서·퇴폐·불안 가운데 사지(死地)로 자꾸 침하(沈下)하고 있다. 이제 저들에게 인간적인 진실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당나귀에게 정결을 요구하는 이상으로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또 우리에게 이 정치 브로커 이상으로 더 더러운 것들이 있다. 그것은 종교 브로커들이다. 더욱 기독교의 저들은 신앙과 신학을 운운하나, 실은 미국 달러에 팔려서 혹은 감투에 연연, 혹은 욕심과 불평과 호기심으로 이 교파에서 저 교파로, 심하면 신자까지 끌고 전전하여 자기의 영혼을 죽일 뿐만 아니라, 교파 사이에 한없는 질시와 반목과 분쟁을 일으켜 실로 전 기독교 신앙을 죽이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런 자들을, 자기 교파의 세력과 번영을 위하여 돈으로 지위로 낚시질하는 각 교파의 책임자들이야말로 이 종교 브로커의 두목들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정상배(政商輩)들에 의하여 정당의 안정과 발전이 없는 것과 같이, 이 소위 종교 브로커에 의하여 도시 진리가 진리대로 성장을 못하고, 신앙이 신앙대로 중심이 서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와서는 칼빈도 칼빈대로 살지 못하고, 루터도 루터대로 피지 못하고, 웨슬리도 웨슬리대로 서지 못한다. 물론 무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모두 지지러지고 우그러들고 쪼그라져서 기형이 되고 만다. 무내용, 무성격, 따라서 무능 무력한, 아니 도리어 사람의 영혼을 죽이는 없기보다 못한 곤란한 존재가 된다. 과연 금일 한국 기독교를 뒤덮고 있는 상업성과 미신화를 누가 부정할 수 있느냐. 정상배들 대개가 기독교 출신인 것도 사실이다.
근래 우리 무교회 신자라는 자들 가운데 “우리는 유교회 무교회를 가리지 않는다.”, 혹은 “문제시하지 않는다.” 하고 사방으로 팔방미인, 미꾸라지같이 싸돌아다니는 자들이 있는데, 나에게는 흡사 상가집 문전 개같이만 보인다. 결국 욕심이다. 이런 부실한 양서동물적(兩棲動物的)인 태도로써는 절대 신앙이 자라지 못한다. 무교회 아니 우리의 신앙 성장을 위하여 한마디 하는 바이다.
(1955년 7월 제54호)
첫댓글 <그러므로 우리에게 와서는 칼빈도 칼빈대로 살지 못하고, 루터도 루터대로 피지 못하고, 웨슬리도 웨슬리대로 서지 못한다. 물론 무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모두 지지러지고 우그러들고 쪼그라져서 기형이 되고 만다. 무내용, 무성격, 따라서 무능 무력한, 아니 도리어 사람의 영혼을 죽이는 없기보다 못한 곤란한 존재가 된다.>
"무교회도 예외가 아니다"는 말씀에 울림이 있네요.
<무교회 신자라는 자들 가운데 “우리는 유교회 무교회를 가리지 않는다.”, 혹은 “문제시하지 않는다.” 하고 사방으로 팔방미인, 미꾸라지같이 싸돌아다니는 자들이 있는데, 나에게는 흡사 상가집 문전 개같이만 보인다. 결국 욕심이다. 이런 부실한 양서동물적(兩棲動物的)인 태도로써는 절대 신앙이 자라지 못한다.>
교회와 무교회를 기웃거리며 양다리걸치기하는 종교 구경꾼들에 대한 질타네요. 노평구 선생은 쇼핑하듯 "선생 구경"하러 다니는 젊은이들을 한심하게 여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