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플라자 가는 길
대봉교 아래를 흐르는 신천의
강줄기가 눈부시다
신천 둔치를 감고 있는 담쟁이덩쿨은
지금 내가 묵묵히 걷고 있는 길이다
햇살 받은 이파리가 투명하다
그 표정에 매혹돼 한참을 말없이
바라 보았다.
아름다운 곡이 완성 되기까지
한 계단 한 계단
낮은 음에서 높은 음까지
얼마나 많은 발성연습을
해야 하는 것인지!
마디 마디 꿈을 밀어 올리는
담쟁이덩쿨의 여린 허리가 안쓰럽다
문득 담쟁이가 나에게,
조급함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생각하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 대구시인 박선주, 담쟁이 -
청운초교 삼거리를 나와서 돌아 들면
서촌 동감쇼룸 카페의 오래된 건물
벽면에 늙은 벽초가 생명을 잃은 듯,
밀짚처럼 덕지덕지로 붙어 있다.
자세히 보니 잎 터울 새싹들이 하나
둘씩 엽개작야유, 어젯 밤 봄비와
춘풍에 고개 드밀고 생장의 기지개를
나무도 아닌것이, 풀도 아닌, 꽃도
없는 나비도 찾지 않는 잎사귀만
무성히 허공에 켜는 담쟁이덩쿨이다.
저것봐라!
화냥 화냥 색기 흘리며
슬쩍 담 타넘는 담쟁이 품새라니,
눌러 죽인 전생의 내 본색이
살아야 예까지 또 왔느냐,
능소 능소 능소화야!
결국 담쟁이 엮는 담장 아래로
헛헛이 지고 말 운명이면서..
시인 김은령은 담쟁이와 능소화를
생명력 차이로 오는 질긴 생의
의지를 비교했던가!
생기 움 터 오는 봄 햇살 받으며
인왕산 자락 둘레길을 걷다 보면
숲 속에 한적한 고택인가 싶은, 청운문학도서관이 나온다.
광화문서 멀지 않은 자연림에
둘러 싸인 발길이 멈추고 목마름
축일 수 있는 곳, 문학도서관.
옛 선비들은 낙향해서 자연을 벗 삼아
시조도 읇고 고문학을 즐겼다.
'꽃이 지는 봄은 첫 가을과 같네
밤이 되면 은하수 맑게 흐르고
한 많은 몸은 기러기만도 못한 신세
해마다 임계신 곳에 마음만 머므네'
철종때 서기보란 선비의 첩, 죽서가
지은 '춘화낙화심'이라는 시다.
노무현재단이사장 유시민작가처럼
서기보는 시, 서화, 문장에 능하고
언변과 화술이 곁에서 들으면
얼음이 녹아서 설탕물이 되듯이
유려하고 설득력이 있어 그의 주변은
많은 선비들이 모였고 특히,
글 쭐 아는 기생이나 유곽의
해어화들은 서로 첩이나 세컨드를
자처했다는 호방문인 서기보.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과 군자행의
여유는 독서와 서책의 힘이다.
한국문인협회에 따르면 문인회원
으로 등록된 시, 수필, 소설의 작가가
일만천삼백육십칠명이라고 한다.
창작작품에 출판한 도서가 일만부
이상 팔린 서적은 사백육십종에
불과하고 백만이상의 베스트 셀러는
인문학 서적중, 찾기 어렵다는
독서를 기피하는 우리 국민들.
미래 먹거리와 문화 선진국의 위용은
독서와 출판산업에서 나온다는
다빈치 연구소의 '토마스 프레이'
미래학자는 사물인터넷, 무인기술,
3D프린팅, 가상현실, 크레프팅,
인공지능의 발판은 무한의 독서
지식에서 나온다고 역설한 책읽기.
숲 길에서 심신을 쉬어 갈 한옥의
고요함과 이만여권의 문학서를
보유한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자연과
낭만속에 옛 선비들처럼 서책 한 줄,
독서하는 맘 가짐이 이 각박의 세상서
그래도 인성과 성찰을 돌아보는
사람의 자산이 아니겠는가!
도서관의 상반된 두 공간 언덕사이를
두고 지상은 한옥, 지하층은 현대식
건물, 누정이라는 별채에 앉아
창을 열면 계단식 폭포로 흐르는
물줄기 소리에 막힌 귀를 열고,
작은 연못에 물빛 비치는 곤충과
직박구리 소리, 잉어가 유영하는,
연인과 다정히 앉아 창으로 오는
새소리, 꽃향, 책장 넘기는 소리,
내 임의 고른 숨소리를 듣는 지각이
삶의 휴식이요, 휠링 아니겠는가!
'닫혔던 창문 열고
뽀족 내밀어 손짓하는
봄의 메신저들!
벚꽃, 목련 머리에 눈꽃 얹어놓고
책장질 심술에
임의 마음 알아 챘어도
짐짓, 기지개만 켜네'
뼈 깎는 창작의 고통을 천형으로
여기고 글짓기해서 나오는
그런 베스트 베스트 서책을
기대하며 진정한 문인은 현실
참여, 국민을 궁휼히 여기는
배려와, 두 눈이 하얘지도록
밤을 지새는 독서쟁이에 있다.
- 풍운유서(독서, 청운문학도서관) -
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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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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