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꽃이 진다

[자작나무숲]

커피잔 안에 누가 떠 있다
뜨거운 거품은 방금 다녀간 흔적이다
유명세를 탄 여류시인이  화려하게 변신하더니 초심을 잃었다
본분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오래간다
아이유와 유재석이 롱런하는 이유는 겸손하기 때문이다

일회용 종이 커피잔이 롱런하는  이유도 같다
겸손하기 때문이다
BTS 슈가가 만취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타다 입건 됐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BTS는 개인이 아니라 공적인 인물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그룹이다

커피잔 안에서 커피 향이 흘러나올 때
에티오피아 산간의 커피 열매를 따는 검은손을 떠 올린다
그들의 땀과 정성이 여기 커피잔으로 옮겨져 왔다
기억한다 6만 원 주고 마신 루왁 커피 한잔도
강한빛의 소설을 드라마화 한
JTBC 드라마페스타 "루왁 인간"도 기억한다
인간이 만든 커피의 맛도

절기가 기가 막힌다
낮동안 34도를 웃도는 폭염이 해가 저물자 27도까지 하강했다
어제까지 열대야로 몸살 날 지경이었는데
오늘 입추로 들어서니 놀랍게도
저녁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선선한 바람도 분다
절기의 조화가 놀랍지 않은가
이 저녁 냉커피가 아닌 뜨거운 커피도 마실만 하다

커피잔 안에서 누가 떠 다닌다
갑숙인지, 정례인지, 명자인지  모르지만
향기가 바다를 건너와 커피잔 속에 풍덩 빠졌다
여류 시인이 말했다
담배와 커피는 마약이라고
끊지 못하고 달고 사니까
화가의 작업실 재떨이에도 담배꽁초가 산더미 같았으니까

현충사 마당에 배롱나무 꽃이 진다
그럼 가을 인게다
풀벌레도 달력을 보는지 오늘 밤부터 매미와 함께 울기 시작했다
立秋를 기가 막히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