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데바림의 정치
세상을 바꾼 생각
“너희가 들어가서 차지할 땅에서 너희가 그 규례와 율법을 따르도록, 주 내 하나님이 내게 명하신 대로 내가 너희에게 규례와 율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 모든 법령에 대해 듣고 "이 위대한 민족은 참으로 지혜롭고 총명한 민족이다!"라고 말할 열방의 눈에 너희의 지혜와 총명이 될 것이니, 너희는 그것을 잘 지키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두고 있는 이 토라와 같은 법령과 율법이 다른 어떤 나라에 있느냐?” 신명기 4장:5절-8절.
모세는 하나님과의 언약에 기초한 국가라는 개념이 권력 서열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주권 아래 모든 사람이 평등한 존엄성과 정의와 연민의 통치 아래 있을 것을 확신했다. 또한 이를 기초로 한 사회에 대한 비전이 다른 나라에 영감을 줄 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열방"은 토라와 그 "의로운 법령과 법"의 지혜를 높이 평가할 것이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바로 미국의 정치 문화와 언어에서 이를 가장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 미국 정치는 성경의 언약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취임 연설에서 항상 이 개념을 신명기의 어조와 믿음에 기인한 언어로 언급한다. 예를 들어 1985년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을 "하나님께서 인간의 마음속에 심어놓은 자유의 꿈에 헌신하고, 이제 그 꿈을 기다림과 희망의 세계로 전달하도록 부름받은 하나님 아래 하나의 민족"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의 성경위에 손을 얹은 취임선서>
1989년 취임식에서 조지 부시는 기도했다:
"권력의 정당한 사용은 단 하나, 사람들을 섬기는 것입니다. 주님,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1997년 빌 클린턴은 "우리가 새로운 땅에서 찾던 약속을 새로운 약속의 땅에서 다시 찾을 것입니다."라고 말했고,
2001년 조지 W. 부시는 "우리는 우리보다 더 큰 힘에 의해 인도되며, 그분의 형상대로 우리를 평등하게 창조하십니다."라고 말했다.
2005년,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그는 "우리는 건국일부터 이 땅의 모든 남성과 여성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권리와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며,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선언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는 "우리가 시험을 받았을 때 우리는 이 여정이 끝나기를 거부했고, 돌아서거나 흔들리지 않았으며, 지평선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며 자유라는 위대한 선물을 미래 세대에게 무사히 전달했다고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이 말하게 해 주십시오."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는 세계 어느 민주 사회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명백한 종교적 언어이며, 신명기에 대한 지속적인 미드라쉬처럼 읽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는 1439년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유럽 인쇄술 발명으로 시작되었고, 이후 1476년 영국에서 윌리엄 캑스턴(William Caxton)이 그 뒤를 이었다. 책의 가격이 낮아지고 접근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문해력이 확산되었다. 그러다가 1517년에 교회보다는 개인을 강조하고 "오직 성경",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 라틴어로 "성경만으로")를 강조하는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그런 다음 성경이 각국의 모국어로 번역되었다. 우리는 히브리어 성경이 파격적인 작품이라는 사실을 잊는 경향이 있다. 히브리어 성경은 복종을 설교하는 책이 아니다. 히브리어 성경은 왕에게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지자들과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여 왕위를 잃은 사울에 대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당시 지배층이 성경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지 않은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16세기에는 성경을 모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1530년대에 위대한 틴데일(William Tyndale, 영국 종교 개혁자) 번역본이 등장했다. 틴데일은 1536년 체포되어 이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목이 졸린 채 화형을 당하여,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렀다.
<틴데일 성경 영어 복사본과 제네바 성경>
그러나 현대의 권력자들도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기술로 인한 정보의 확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어 성경은 계속해서 대량으로 인쇄되어 판매되었으며, 특히 셰익스피어, 크롬웰, 밀턴, 존 던는 물론, 미국의 초기 영국 정착민들이 읽은 1560년 제네바 번역 성경은 가장 유명했다.
제네바 성경(Geneva Bible- 킹 제임스 성경보다 51년 앞선 영어 성경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번역본 중 하나이다. 이 책은 16세기 영국 개신교도들의 주요 성서였으며 윌리엄 셰익스피어, 올리버 크롬웰, 존 녹스, 존 던, 그리고 《천로역정》(1678)의 저자 존 번연이 사용하였다.)에는 여백에 주석이 들어 있었다. 그 주석은 짧지만 때로는 폭발적인 내용이 포함되 있었다.
특히 히브리 산파 시프라와 푸아(출애굽기 1장)의 이야기에서 부도덕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최초의 시민 불복종 사례가 기록되어 있다. 파라오는 이스라엘 남자 아이를 모두 죽이라고 지시했지만 그들은 죽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네바 성경은 "그들의 불순종은 합법적이었다"고 말한다. 파라오가 이집트인들에게 이스라엘 남자 아이들을 익사시키라고 명령하자 제네바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폭군이 속임수로 백성을 이길 수 없을 때, 그들은 공개적으로 분노를 터뜨린다." 하지만 이것은 폭력적이고 불의한 왕에 대한 반란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이 되었다.
틴데일 (William Tyndale)은 영국의 종교인이다. 코이네 그리스어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사람으로, 킹 제임스 성경 영어 판의 70%가 틴데일의 성경에 근거한다. 틴데일 성경과 제네바 성경은 기독교 헤브라이스트(히브리학자)로 알려진 사상가 그룹으로 이어졌으며,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르네상스 영국의 수석 랍비라고 불리는 존 셀던(1584-1654)이었다. 셀든과 그의 동시대 사람들은 타나크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 탈무드, 특히 산헤드린과 마이모니데스의 미쉬네 토라를 연구하고 유대교의 원칙을 당대의 정치에 적용했다.
그들의 연구는 하버드 정치 철학자 에릭 넬슨의 최근 연구서인 '히브리 공화국'에 잘 설명되어 있다. 넬슨은 히브리어 성경이 세 가지 방식으로 유럽과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첫째, 기독교 헤브라이스트(히브리학자)들은 왕정주의자라기보다는 공화주의자 성향이 강했다. 그들은 사무엘 시대에 이스라엘에서 왕을 임명하는 것은 미츠바의 성취라기보다는 (용인되는) 죄라는 아브라바넬(Abravanel :포르투갈의 유대인 정치가이자 철학자)의 주장을 따랐다.
둘째, 그들은 정부의 임무 중 하나가 부자에게서 가난한 자에게로 부를 재분배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정치의 중심에 두었는데, 이는 로마 법과는 다른 생각이었다.
셋째, 그들은 히브리 성경 중, 특히 왕과 대제사장 사이의 권력 분립과 종교적 관용의 원칙을 주장했다.
17세기 기독교와 히브리어 성경의 역사적인 만남은 영국과 미국에서 자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영국과 미국의 혁명을 이끈 칼빈주의자들과 청교도들은 히브리어 성경, 특히 데바림(신명기)의 정치학에 푹 빠져 있었다.
사실 인류의 근대 역사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통제된 실험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근대를 상징하는 네 가지 혁명 중 영국(1640년대)과 미국(1776년)은 히브리어 성경에 기반을 두었고, 프랑스와 러시아는 각각 루소와 마르크스라는 세속 철학에 기반을 두었다. 그 결과 앞의 두 혁명은 자유로 이어졌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공포정권(1793-94년)으로, 러시아에서는 스탈린주의 공산주의가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끝났다.
미국의 두 번째 대통령인 존 애덤스는 히브리어 성경이 자유에 기여한 바를 높이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히브리인들이 다른 어떤 민족보다 인류 문명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무신론자이고 맹목적인 영원한 운명을 믿는다고 해도, 운명이 유대인을 문명화에 가장 필수적인 도구로 정했다고 믿어야 합니다." - 존 애덤스가 프랑수아 아드리안 반 더 켐프에게 보낸 편지(1809년 2월 16일)
물론 아이러니한 점은 현대 이스라엘 국가의 정치 담론에는 이런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정치는 언어와 사상이 세속적이다. 이스라엘의 건국자들은 높은 이상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모세보다는 마르크스, 톨스토이, 니체에게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보여진다. 또한 이스라엘의 종교는 사회를 건설하기보다는 종파주의에 머물러 있다.
과거 유대인들이 종교적 비전을 잃거나 종교가 통합의 힘이 아닌 분열의 힘이 될 때마다 결국 주권마저 잃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4천 년의 역사를 통해 이스라엘 안팎에서 유대인의 세속적 생존이 지속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미국의 정치 문화가 유대 국가보다 더 유대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하지만 모세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세는 "토라의 율법을 주의 깊게 지키라, 이것이 이방인이 보기에 너희의 지혜와 명철이니라"라고 말했다. 모세는 이방인들이 때때로 유대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 즉 자유 사회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하나님의 토라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스라엘 정치는 사회 정의, 연민, 인간의 존엄성, 나그네 사랑에 대한 비전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모세가 제시한 것으로, 이후 여러 세기가 지났음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Rabbi Sacks의 ”The Idea that Changed the World“ 중에서 발췌
글: <월간샤밧> 편집장
전세계 52개국(대한민국 포함)에서 함께하여 주시는 월간샤밧 구독자분들께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월간샤밧 티슈레이호와 <하나님의 시간표, 유대력>이 발간 되었습니다. 지금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신청:
http://www.israelacademy.co.kr/store
▶ 월간 샤밧을 만드는 사람들..
https://www.shabbat.co.kr/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