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에 이어 ‘2%부족한' 신지애의 재기도 기대
한국(계) 선수들의 LPGA 100번째 우승이 '얼짱 골퍼' 최나연(24·SK텔레콤)에 의해 마침내 이뤄졌다. 최나연은 16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콸라룸푸르G&CC(파71·6208야드)에서 열린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 최종 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최나연은 이날 우승으로 한국에 통산 100승 달성의 위업을 달성하게 했으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첫승과 함께 개인 통산 10승째를 올리는 기쁨도 맛보았다. 1988년 '스탠다드 레지스터 터쿠오이스 클래식'에서 구옥희(55)가 첫 우승을 차지하며 LPGA투어 역사상 첫 번째 한국(계) 선수의 우승의 주인공이 된 이래 23년만의 기록이다.
구옥희의 첫 승 이후 한동안 맥이 끊겼던 LPGA투어의 한국 선수 우승은 1994년과 1995년 고우순의 도레이재팬퀸스컵 연속 우승으로 다시 명맥을 이어갔다.
한국이 LPGA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코리언 우먼파워를 알리기 시작한 것은 '골프여왕' 박세리(34· KDB산은금융그룹)였다. 구옥희의 첫 승 이후 정확히 10년 만인 1998년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박세리와 함께 통산100승 레이스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 해 박세리는 US여자오픈에서 워터해저드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맨발 투혼'까지 보이며 IMF 체제로 어려움을 겪던 국민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불러준 뒤,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 2개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4승을 수확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세리는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5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1998년(4승), 1999년(4승), 2003년(3승), 2004년, 2006년, 2007년, 2010년에 1승씩을 거둬 통산 25승을 챙겼다. 박세리는 2007년 11월13일에는 LPGA 통산 23번째로 명예의 전당 입회자가 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재미동포 펄 신도 그해(1998년) 스테이트팜레일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동포선수로서 첫 승을 신고하며 레이스에 힘을 보탰으며, 이후 박세리를 비롯한 김미현(34. KT) 박지은(32) 트리오가 레이스를 이어갔다. 김미현도 1999년 스테이트팜레일클래식과 벳시킹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박지은과 함께 2000년 전후를 주로 활동하던 LPGA투어 태극군단 1세대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이밖에 박희정, 한희원 등이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춘 경험을 쌓아가며 빠르게 누적 승수를 키워갔으며, 2006년에는 김주미와 이미나, 임성아, 김미현(2승), 한희원(2승), 이선화, 박세리, 장정, 홍진주 등 1.5세대가 차례로 우승하며 총 11승을 달성해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2008년부터는 이른바 ‘박세리 키드’들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 박세리의 맹활약을 보고 자란 어린 선수들이 LPGA투어에 진출해 당당히 우승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었다. 신지애를 필두로 박인비, 오지영, 김인경 등이 우승하며 LPGA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박세리 등 1세대 3총사와 1.5세대와의 세대교체를 하면서 2세대 태극낭자군의 도전이 시작됐다.
특히 2008년 비회원 자격으로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3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LPGA투어에 데뷔한 신지애는 2009년에도 3승을 따내며 LPGA 태극군단의 두 번째 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쌓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09년 LPGA 태극군단은 총 12승을 합작했다. 또한 신지애는 박세리가 소렌스탐, 오초아 등 2대째 골프여제 자리를 다투던 과업까지 승계하여 마침내 골프여제에 오르기도 했으며,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2승을 거둔 최나연이 신지애와 쌍두마차가 되어 활약하면서 LPGA 태극군단은 2010년에도 10승을 합작하는 등 영광의 시대를 이어갔다.
2000년 이후 2010년 현재까지 사실상 LPGA를 태극군단이 접수하여 한국 오픈이 되었다는 말까지 나왔고, 태극군단의 춘추전국시대가 된 가운데 소렌스탐에 이어 오초아까지 은퇴한 뒤 골프여제 자리를 두 선수가 다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들어 LPGA태극군단은 신지애와 최나연의 동반몰락 속에서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시즌 통산 100승 달성도 아홉수에 걸렸을 뿐 아니라 대만계 청야니가 골프여제까지 빼앗기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아홉수는 역시 지독해서 역전의 승부사라고 불리던 신지애는 역전패가 많아졌고, 최나연은 뒷심부족으로 우승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했다. 2011년 LPGA 우승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대표해 출전해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21·한화)이 전부였다. 그렇게 100승을 내년으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절망의 막바지에서 최나연이 위업을 이뤘다.
유소연 이후 9개 대회 만에 우승해 100승 달성의 주인공이 된 최나연은 뛰어난 실력과 함께 얼짱 스타로 주목받는 선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최나연은 2004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ADT캡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박세리(KDB산업금융그룹)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여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2008년 LPGA무대에서는 퀄리파잉스쿨(Q스쿨)의 성적부진으로 ‘조건부 선수’로 데뷔해야 했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에비앙 마스터즈와 사이베이스클래식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최나연은 신인왕 경쟁에서 2위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뒷심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던 최나연은 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LPGA 첫 우승을 차지했고 국내 유일의 LPGA 대회인 하나은행 챔피언십서는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부터 꾸준한 활약을 펼친 최나연은 결국 시암다비 대회서 올 시즌 첫 우승과 함께 LPGA 한국계 100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프로 통산 10승(LPGA 통산 5승·국내 무대 5승 포함) 선수가 된 것과 LPGA 무대에서 100승의 주인공이 된 것이 기쁘다고 한 최나연의 앞으로의 과제는 역시 뒷심부족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최나연은 역전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뒷심부족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의 우승경쟁 상대는 신인왕에서도 밀렸고, 지난주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밀렸던 청야니였다는 점에서 한국 골프팬들과 전문가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했다. 청야니를 상대로 한 최나연의 값진 승리를 축하하며, 아울러 2012년부터는 2% 부족을 보이며 청야니에게 골프여제 자리를 빼앗긴 뒤 슬럼프에 빠져있는 신지애의 부활도 예상된다는 점에서 아홉수 마법을 풀어낸 최나연과 쌍두마차를 다시 이끌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