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주(周)나라의 무왕(武王)과 그의 동생 주공 단(旦)이 은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을 정벌하기 위해 군사를 동원해 가는 도중 맹진(孟津) 나루터에 이르러, '혁명의 정당성과 명분'을 밝히고 여러 제후들과 병사들을 격려한 글이다.
『서경』에는 무왕이 역성혁명의 정치적 명분을 세운 두 편의 글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글로서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토벌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맹진이라는 나루터에 이르렀을 때, 군사들에게 훈시한 태서(泰書)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글의 바로 뒤에 나오는 글로서, 무왕이 은나라 군대와 최후 결전을 벌인 '목야의 전투'를 앞두고 신하와 군사들에게 훈시한 목서(牧誓)이다. 이 두 편의 글은 고대 중국사 최고의 '혁명 선언문'이자 '정치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다.
▣ 혁명선언문
13년 봄에 맹진(孟津)에서 대군(大軍)이 회합했다. 이때 무왕(武王)이 말하였다.
"우리 우방(友邦)의 대군(大君)들과 나의 일을 맡아보는 여러 관원들이여. 나의 맹세를 분명하게 들으시오. 하늘과 땅은 만물의 부모요, 사람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다. 진실로 총명하면 천자(天子)가 될 수 있고, 천자는 백성들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지금 상(商)나라 주왕(紂王)은 위로는 하늘을 공경하지 않고, 아래로는 백성에게 재앙을 주고 있다. 술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여색(女色)에 홀려 포악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사람을 처벌함에 있어서는 가족에게까지 미치고, 사람에게 벼슬을 줌에 있어서는 후손에게까지 물려진다. 오직 궁실(宮室)과 누대(樓臺)와 정자와 연못과 사치스러운 옷에만 매달리고 모든 백성들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이 잔악하게 해치고 있다. 충신과 어진 사람들을 불태워 죽이고, 아이 밴 부인의 배를 갈라 죽였다.
하늘이 크게 분노하여, 나의 돌아가신 아버님이신 문왕에게 명령해 하늘의 위엄을 삼가 행하도록 하시었으나 큰 공훈을 이루지 못하셨다.
그러므로 나 발(發)이 우방(友邦)의 대군(大君)들과 더불어 상(商)나라의 정사를 살피는데도, 주왕(紂王)은 마음을 고치지 않고 편안하고 방탕한 삶만을 즐겼다. 하늘과 천지신명(天地神明)을 섬기지 아니하고 선조를 모신 종묘(宗廟)를 버려 제사조차 지내지 않는다. 제물(祭物)로 쓰는 짐승과 곡식들을 흉악한 도둑들이 다 훔쳐가도 '나는 백성들을 통솔하고, 나에게는 하늘의 뜻이 있다'고 말할 뿐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고치지 않고 있다.
이에 하늘이 백성을 도우시어, 그들에게 새로운 임금을 마련해 주시고 그들을 다스리게 하셨다. 이것은 하늘의 뜻에 따라 모든 백성이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주왕(紂王)에 대한 이번 징벌에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내가 어찌 천명을 넘겨짚어 감히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힘이 같으면 덕(德)을 헤아리고, 덕이 같으면 의(義)를 헤아린다.
주왕(紂王)에게는 억만의 신하가 있지만, 억만의 마음으로 흩어져 있다. 나에게는 3천의 신하가 있을 뿐이지만, 오로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다. 주왕(紂王)의 죄는 넘치고 넘쳐 하늘이 그 죄인을 처단하라고 명령하셨다. 내가 하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으면, 나 또한 주왕(紂王)처럼 하늘의 죄인이 될 것이다.
보잘것없는 사람인 나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돌아가신 아버님 문왕의 명을 받았다. 상제(上帝)에게 유제(類祭)를 지냈으며 큰 땅에 의제(宜祭)를 지내고, 그대들 모든 사람을 거느리고 천명(天命)에 따르려고 한다. 하늘은 결코 백성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들은 나 한 사람을 도와 천하를 길이 맑게 하라. 때가 왔으니 잃지 말도록 하라."
주왕의 더러운 행위가 역사의 심판 위에 올랐다
무오(戊午)날에 무왕은 황하 북쪽에 머물렀다. 여러 제후들이 군사를 거느리고 다 모였다. 이에 무왕은 군사들을 둘러보고 훈시를 하였다.
"서쪽 땅에서 온 여러 사람들이여. 나는 착한 사람은 선행(善行)을 하는 데 날짜가 부족하고, 흉악한 사람은 악행(惡行)을 저지르는 데 또한 날짜가 부족하다고 들었다.
지금 상나라 임금인 주왕(紂王)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을 제멋대로 해, 늙은이를 내치고 죄인들과 가까이 하여 방탕과 주정과 방자함과 포학한 짓을 일삼고 있다. 신하들 역시 그에게 동화되어 무리를 짓고, 한 집안끼리도 원수를 삼고, 권세로 협박하면서 서로를 망치고 있다. 이에 죄 없는 사람들이 하늘에 호소하니, 더러운 행위가 역사의 심판 위에 오르게 되었다.
하늘은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고, 임금은 하늘을 받드는 법이다.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은 하늘의 뜻을 따르지 못했다. 또한 아래로는 나라와 백성에게 해독(害毒)을 끼쳤다. 이에 하늘은 은(殷)나라의 성탕(成湯) 임금에게 천명(天命)을 내려, 걸왕(桀王)을 내치도록 했다.
그런데 지금 주왕(紂王)은 걸왕(桀王)보다 더 많은 죄를 저지르고 있다. 크게 어진 사람들을 가죽을 벗겨 죽였으며, 충언하고 보필하는 사람을 해치고 학살하였다. 또한 '자기에게는 천명(天命)이 있다'고 하면서, 굳이 공경을 실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선조에 대한 제사(祭祀)는 이로울 것이 없다고 하고, 포악한 것은 남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하늘은 나에게 백성을 다스리게 하셨다. 또한 나의 꿈과 복점(卜占)이 서로 도와 좋은 조짐이 거듭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상나라 임금인 주왕(紂王)과 싸워 반드시 이길 것이다.
주왕은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덕(德)이 떨어져 나가 서로 제각각이다. 나는 비록 거느리는 신하가 열 사람이지만, 모두 한마음과 한 덕으로 뭉쳐 있다. 주왕(紂王)에게는 많은 친척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으나,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어진 사람들보다 못하다.
하늘은 우리 백성들을 통하여 보시고 또한 들으신다. 백성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나 한 사람의 책임이다. 이제 나는 우리의 무력과 위엄을 드높일 것이다. 그리고 주왕(紂王)의 강토(疆土)로 쳐들어 가 저 흉악하고 해독만 끼치는 자를 처단할 것이다. 우리의 토벌(討伐)이 이루어지면, 탕왕(湯王)보다 더 빛을 발할 것이다.
힘을 내라, 장사들이여. 백성들은 짐승의 뿔이 부러진 것처럼 주왕(紂王)이 저지르고 있는 포악한 짓을 두려워한다. 자 이제, 그대들의 덕을 하나로 하고 마음을 하나로 하여 그 공을 세우면 그것은 능히 영원토록 빛날 것이다."
악을 제거할 때는 뿌리째 뽑아야 한다
때는 밝은 날 아침. 무왕은 육군(六軍)을 돌아보고, 모든 군사들에게 밝게 훈시하였다.
"하늘에는 밝은 도(道)가 있으며, 그 종류는 분명하다. 이제 상나라 임금인 주왕은 오륜(五倫)을 업신여기고 소홀히 하며 공경하지 않아 스스로 하늘과의 관계를 끊고 백성들과는 원한을 맺고 있다.
아침에 물 건너는 사람의 정강이를 끊고 어진 사람의 심장을 가르고 위압하고 죽여, 온 세상을 괴롭히며 해독을 끼치고 있다. 간사한 자는 신뢰하고, 스승과 보호자는 내쫓고, 옳은 사람은 가두고 노예로 삼고 있다. 천지(天地)와 종묘(宗廟)에 제사를 모시지 않고, 기묘한 재주와 지나친 기교를 부리고 여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하늘의 상제(上帝)는 못마땅하게 여기시어 천명(天命)을 끊어 그를 멸망시켰다. 그대들은 분발하여 나와 함께 하늘의 뜻을 따라 천벌(天罰)을 내리자.
옛 성현은 '우리를 어루만져 주는 분은 임금이며, 우리를 학대하는 사람은 원수이다'라고 말하였다. 편드는 사람이 없는 외로운 주왕(紂王)은 크게 포악한 짓을 일삼고 있으니, 그대들의 여러 대(代)에 걸친 원수이다.
덕을 세울 때는 자라도록 힘써야 하고, 악을 제거할 때는 뿌리째 뽑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모든 군사들을 일으켜 그대들의 원수를 완전히 멸망시키려고 한다.
그대들 모든 군사들은 과감하고 굳세게 나아가 그대들의 임금의 일을 이루게 하라. 공이 많으면 후한 상을 내릴 것이고, 나아가지 않으면 여러 사람 앞에서 죽을 것이다.
나의 돌아가신 아버님 문왕께서는 해와 달이 비추어 대지에 이르는 것처럼, 그 빛이 온 세상에 가득 차 서쪽 땅을 밝게 하셨다. 이에 우리 주(周)나라는 많은 나라를 크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주왕(紂王)을 물리쳐도 이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나의 돌아가신 아버님 문왕께서 죄가 없으셨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주왕(紂王)에게 패배한다면, 그것은 나의 돌아가신 아버님 문왕의 허물이 아니라 오로지 내가 어질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2천 년을 살아남은 명문(名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