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퇴직 후의 삶을 `인생 후반전(後半戰)`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이야기가 아니다. 축구에서 후반전은 중간 하프타임에서 잠깐 쉬면서 전술을 보완하고 기력을 충전해 동일한 게임을 다시 진행하면 되지만, 인생 후반전은 경우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격투기의 2라운드가 되기도 하고, 골프의 10홀에서 티업을 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음이다. 게임의 성격과 룰(rule)은 물론 결과도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최근 `중소ㆍ중견기업 채용계획 및 중장년 채용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속 기간 2년 이상인 중장년 근로자의 비율은 28.9%로 나타났다. 50대 초반에 퇴직해서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70%가 2년 이내에 그만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이야기다. 50대에 새로운 일을 찾을 때는 반드시 70세 이후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전에 하던 일을 고집할 것이 아니고, 내 적성에 맞고 내가 하면 즐거운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 후반전은 물론 바뀐 게임이지만 전반전보다 더 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니 아쉽다. 이 시점에서 나의 적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 유용한 것이 나의 `전용성 기술(Transferable Skill)`, 즉 나만의 `비밀병기`를 찾는 것이다. 전용성 기술이란 서로 다양한 영역에서 수행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과거 내가 수행한 일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업무를 보면서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직무(職務)기술`이다. 경리부서에서 근무하려면 회계와 관련된 지식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경리파트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 생산파트에선 이 회계와 관련된 기술의 활용도는 크게 떨어진다. 반면에 `전용성 기술`은 글쓰기ㆍ데이터 취합ㆍ리더십ㆍ프로젝트 관리 등과 같이 일의 유형과는 무관하게 모든 직무에서 활용될 수 있는 보편적 기술이다. 이제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전용성 기술을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다른 유형의 일로 전환하게 되면 보다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공직에 근무했던 경험과 대학교 경영학부 강의를 하면서 취득한 다양한 경제관련 지식, 그리고 5년에 걸친 시사경제칼럼을 합해보니 `경영 강사`라는 직업이 보였다. 5년 전 명퇴 후 울산에서 최초로 `인생 이모작 강좌`를 처음으로 개최한바 있다. 나는 나의 전용성 기술을 강의라는 것으로 만들었고, 결국 전문 강사가 두 번째 직업이 되었다. 새로운 경험에 지식을 합쳐 저술하고 학습자들에게 강의를 하는 일이 너무나 즐겁고 신이 난다.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다. 나를 비롯한 중장년 퇴직자들은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많은 지식이 있다. 이런 내 노하우가 사장(死藏)되는 것이 화도 나고 실망도 준다. 하지만 퇴직 전에 했던 일들을 분석해, 이 과정에서 전용성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된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다면, 인생 후반부의 삶이 아주 멋지고, 즐겁고, 환상적이 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최근 퇴직자가 도전할만한 일자리를 소개하는 `인생 2막 새로운 도전`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그중에는 기존에 존재하는 직업도 있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도 포함돼 있다. `틈새도전형`, `사회공헌ㆍ취미형`, `미래준비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퇴직세대가 도전하기에 적합한 30개 직업을 소개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영역은 더욱 발전하고 있다. 퇴직자들이 그동안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 경륜, 인맥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소비자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중장년 세대의 도전(挑戰)이고 저력(底力)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