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 / 임태주
가을해가 풀썩 떨어집니다
꽃살 무늬 방문이 해그림자에 갇힙니다
몇 줄 편지를 쓰다 지우고 여자는
돌아앉아 다시 뜨개질을 합니다
담장 기와 위에 핀 바위솔꽃이
설핏설핏 여자의 눈을 밟고 지나갑니다
뒤란의 머위 잎 몇 장을 오래 앉아 뜯습니다
봉숭아 꽃물이 남아 있는 손톱 끝에서
희미한 초승달이 돋습니다
시詩는 사랑하는 일보다
더 외로운 일이라는데.......
억새를 흔들고 바람이 지나갑니다
여자는 잔별들 사이로 등燈을 꽂습니다
가지런히 빗질을 하고
일생의 거울 속에서 여자는
시인의 그림자로 남아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를 씁니다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를 지웁니다
- 림태주 산문집 『그토록 붉은 사랑』 (행성B 2015)에 수록
카페 게시글
◎ 감동 詩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림태주
김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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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
24.08.02 11:0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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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힘들어 에어컨의 힘을 빌립니다.
머지 않아 또 산국화의 향기가 피어 나겠지요. 미리 가을을 찾아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은은한 선생님의 향기도 함께 날아 오네요.
건강 챙기고 여름 잘 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