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쌀쌀해진 바닷가입니다. 일주일에 한 곳씩 차근차근 올리다보니 여름의 맛집을 가을의 막바지에서야 올리게 되네요. 뜨거운 햇볕아래 높아진 파도가 현무암 바위를 치며 일으키는 포말을 기억합니다. 그늘진 아래로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소금기와 습기역시 기억을 하구요. 태풍이 연이어 올라온다는 때의 한여름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먹거리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제철이 지나니 조금은 다르겠지만, 무언가가 먹고싶을 땐 그리 어렵지 않게 맛을 볼 수 있는 시대이긴 합니다. 어쨌든, 한여름에 맛 본 한치물회를 기억하며, 지금도 찾아가면 맛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하며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한치물회 하면 보목의 어진이네를 떠올립니다. 그래서 작년 가을에는 포스팅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보목해녀의 집도 한치물회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는 어진이네가 아닌 이곳으로 들러보았습니다. 보목포구를 사이로 동쪽에는 어진이네가, 서쪽으로는 보목해녀의 집이 있습니다.
사실 올해는 한치가 많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활한치를 사용하는 건 아주 고급요리나 다름없는 대접을 받았죠. 어쨌든 목적은 한치물회였기에 2인분을 주문해 봅니다.
보목에서 한치물회를 맛보면 반찬에는 반드시 꽁치구이가 따라나옵니다. 볶음김치가 나오는 것도 독특하죠.
잘 구워진 꽁치를 발라서 먹다보면 한치물회가 나옵니다.
한치물회가 나왔습니다. 역시 활한치는 불가능했나 봅니다. 잡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음으로 받아들여야 겠죠.^^
고추가루가 들어갔지만 기본 육수는 된장베이스입니다. 약간은 짠듯 하면서 시원함과 감칠맛이 구미를 당긴다고나 할까요? 어진이네와 비교해보면 감칠맛은 덜하고 참기름의 텁텁함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겠습니다. 게다가 된장육수이니 좀 더 전통적 방식에 가깝다고 보아야겠습니다.
건더기를 수북히 떠서 검은쌀밥과 함께 먹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깔끔함으로는 이 집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인 감칠맛과 일반적인 호감으로는 어진이네가 나아보입니다. 최근엔 공천포식당의 물회맛이 무척 짜져서 전통적인 방식에 가까운 물회가 많이 아쉽게 되었는데 부족하긴 하지만 그 아쉬움을 이 집에서 달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늦가을의 보목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밤의 포구에서 미터에 가까운 참돔을 올렸던 곳인데 기억이 새록해지면서 이즈음 다시한 번 들러보고 싶어집니다. 물회도 맛보고 낚시도 하고.. 하지만 서귀포는 이제 슬슬 멀어져만 갑니다. 제주에서도.. 섬사람 다 되어가나 봅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