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년 9월 27일 일요일 평창 대덕사 계곡 물매화 탐방
설산, 일초 님과 함께
일초 님의 차편으로 : 잠실역 06:30 – 대덕사 계곡 09:30
청태산 휴양림을 들러 귀가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2383774
램블러에 물매화 탐방 소식이 올라왔기에 설산과 소산 형님에게 대덕사를 찾아가자 하고 대중교통을 알아보았다. 진부까지 열차나 버스로 이동하여 시내버스나 택시를 타고 갈 참이었다. 그 사이 소산 형님은 일요일 집에 일이 있어 함께 가지 못한다고 한다.
토요일 천마산 산행 사진을 보냈더니 일초 님도 천마산 야생화 탐방을 하고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 하여 대화하던 중 일요일 대덕사 물매화 탐방을 함께 가기로 했다.
일초는 벌써 여러 번 대덕사 계곡을 다녀왔다고 한다. 설산과 나는 이 곳이 처음이라 궁금한 게 많다. 잠실에서 6시 30분에 만나 중부 고속도로와 제2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횡계 나들목으로 나가 중간에 안흥 찐빵집에 들러 찐빵을 사 먹고 약 3시간 정도 걸려서 9시 30분 대덕사 계곡에 도착했다.
대덕사 계곡은 약 1 km 남짓 되는 짧은 계곡인데 그 끄트머리에 대덕사라는 작은 절이 있다. 계곡을 따라 나 있는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꽃 탐방 나온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계곡에서 생애 처음으로 물매화 꽃을 보았다. 가느다란 줄기 끝에 하얀색 꽃 한송이가 앙증맞게 피어 있다.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데 흔히 볼 수 없는 꽃이다. 녹색 줄기에 둥글게 생긴 잎이 한 장 달리고 그 끝에 꽃이 피어 있는데 꽃이 제법 크다. 정말 매화꽃 만하다. 다섯 장의 꽃 잎 가운데에 암술이 있고 다섯 개의 수술이 암술을 둘러싸고 있다. 특이한 것은 수술 뒤에 마치 인공 속눈썹처럼 생긴 헛꿀샘이 있다는 것이다. 가느다란 가닥이 여러 개 펼쳐지고 그 끝에 작은 물방울 같은 것이 한 개씩 달려 있다. 이 헛꿀샘의 기능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벌이나 벌레를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물매화는 물매화과 물매화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전국의 높은 산지 반그늘에 자란다고 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다. 이 대덕사 계곡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야생화 화원이 있는데 그 주인이 해마다 물매화 씨를 심는다고 한다. 자신이 관리하는 화원에는 물매화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귀한 꽃들이 자란다고 한다. 전에는 무료로 개방했었는데 지금은 5천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계곡에는 물매화뿐만 아니라 다른 꽃도 여럿 보인다. 도로 왼편 절개지를 살피는데 진한 보라색으로 별처럼 생긴 꽃이 특히 눈에 띈다. 자주쓴풀이라고 한다. 이른 봄 대덕산 아래 길 가에서 납짝 엎드려 있는 대성쓴풀에 이어 설악산 정상 부근에 청자색 꽃잎에 검은 점 무늬가 나 있는 네귀쓴풀을 보았고 이렇게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에 자주색으로 예쁘게 핀 자주쓴풀을 본다.
자주쓴풀은 이름처럼 꽃잎이 자주색이다. 여러 갈래의 가지에 잎은 갸름하면서 끝이 날카롭게 좁아지고 마주난다. 잎 겨드랑이에서 가지가 치고 거기서 갈라진 잔가지에 난 잎 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온다. 한 포기의 자주쓴풀에 꽃이 많이 피는데 대부분은 꽃을 오무리고 있고 끝에 몇 송이가 활짝 피었다. 아마도 수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 한다. 꽃 잎은 다섯 장이고 그 안에 다섯 개의 수술이 있고 가운데 암술이 하나 있다. 수술 아래에는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데 그 아래에 꿀샘이 있다고 한다. 개미가 꿀을 빨아먹으려 솜털을 헤치고 다니는데 이 때 수정이 일어나는 것 같다.
자주쓴풀은 용담과 쓴풀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잎과 뿌리가 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탐방을 온 경상도 아주머니가 이 풀은 경상도에서도 많이 자란다고 한다. 내가 처음 본다고 하니 이게 그리 귀한 꽃이 아니라고 한다. 어쩌면 산길을 갈 때 길 가에 자라고 있었어도 꽃을 모르기에 그냥 지나쳤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꽃이 피지 않고 모두 오무리고 있는 모습은 며느리밥풀꽃처럼 생겼다.
이번에 처음으로 만난 꽃이 또 하나 있다. 병아리풀이다. 꽃 탐방을 가기 전에 다른 이가 쓴 블로그 등에서 병아리풀에 대해 읽어보았으나 막상 직접 보게 되니 생각보다도 더 작은 것 같다. 잎은 둥근 계란모양이고 꽃대가 올라가면서 밑에서부터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니까 아랫쪽은 이미 열매가 익어가고 윗쪽 끝에는 새로 꽃이 피는 형태다. 원지과 원지속의 1년생 초본이다.
이미 귀한 야생화 자생지로 이름이 나 있는데다 산에 오르지 않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많은 꽃쟁이들이 찾아 든다. 우리가 꽃 탐방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큰 카메라를 들고 작은 동호회 모임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설악에서만 보았던 솔체꽃과 왜솜다리 그리고 분홍색 꽃이 예쁜 나도송이풀, 노란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금불초, 가을꽃의 대표격인 구절초와 쑥부쟁이 등 온갖 꽃들이 즐비하다.
대덕사 경내에도 꽃밭이 잘 가꾸어져 있다. 산비탈을 깍고 높은 세운 옹벽 위에 지은 것을 보니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건물이다. 작은 인공연못 주변에 물매화가 예쁘게 피었고 화단에는 풀협죽도(플룩스) 꽃과 백일홍과 장미 등 원예종 꽃들이 자라고 있다. 야생화 화원에 위치한 절인 만큼 이 곳에도 꽃들이 가득하다. 아마 대덕사 주지 스님도 꽃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 같다. 절 마당 한 켠에는 애기사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서너 개 따서 먹어보니 감칠맛이다.
절 뒤에 있는 산이 금륜산이라고 한다. 한자로 쓰면 金輪山 즉 쇠로 된 바퀴라는 뜻이겠다. 그냥 동네 뒷동산 정도 된다. 계곡이 끝난 지점에서 조금 올라가니 안부가 나오고 그 위에 고압선 철탑이 세워져 있다. 먼저 올라온 설산 님이 왼쪽으로 가면 암대덕바위가 있는데 바위 꼭대기에서 보는 조망이 멋지다며 올라가 보라고 권한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 꼭대기에 불쑥 솟아난 바위에 오르니 사방으로 조망이 탁 트인다. 고압선 철탑이 이어져 있고 앞에 대덕사 건너편에는 숫대덕바위가 마루금에 뿔쑥 튀어나와 있다. 하늘은 맑고 흰 구름이 한가로이 떠 다닌다.
대덕사 좌 우에 암 수 대덕바위가 있다. 옛날 자녀가 없는 여인이 기도를 올리는데 꿈에 한 도인이 나와 암대덕바위와 숫대덕바위를 한 번씩 껴안아주고 금륜산 정상에 있는 물웅덩이를 세 바퀴 돌면 아기를 가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에 여인은 도인의 말에 따라 그대로 했더니 과연 열 달 뒤에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한다.
대덕사가 있는 짧은 계곡의 이름이 몰이골이다. 옛날 이 곳으로 짐승을 몰아서 잡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몰이골에서 물매화, 자주쓴풀, 병이리풀, 솔체꽃, 왜솜다리 등 갖가지 야생화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더니 어느 새 12시가 넘었다. 나는 음식물이 들어 있는 배낭을 차에 두고 왔기에 설산 님이 싸온 떡과 과일로 허기를 채운다. 너무 짧은 계곡 탐방이 끝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가까운 산에 오르고 싶은 생각도 있으나 산을 타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가리왕산 휴양림에 가서 싸온 음식을 먹고 가자고 의견을 모으고 느린 걸음으로 산을 내려온다.
이런 낮은 야산에도 병아리풀이 엄청 많이 자란다. 고압선 철탑 아래는 나무가 자라지 않으니 햇볕이 많이 들기 때문인지 병아리풀과 금꿩의다리가 널려 있다. 다만, 금꿩의다리는 이미 꽃이 지고 잎달린 줄기만 무성하다.
내려오면서 나무 숲 속에 낯 익은 노랑색 꽃이 보인다. 노랑색 꽃이라면 요즘 피기 시작하는 국화꽃 종류겠거니 하고 들여다보는데 꽃 모양이 좀 색다르다. 꽃밥의 지름이 약 1 cm 쯤 되고 그 둘레로 또 1.5 cm 쯤 되어 보이는 꽃잎이 달려있다. 풀의 키가 허리춤 위로 올라오니 1 미터는 넘어 보인다. 잎은 국화잎과 비슷하지만 깊이 갈라져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꽃 이름을 아무리 떠 올려 보아도 딱 들어 맞는 것이 없다.
꽃 이름을 가르쳐 주는 앱 모야모에 올렸더니 답이 금방 나온다. 쑥방망이. 이 꽃의 이름이 쑥방망이라고 한다. 역시 처음 보는 꽃이다. 이른 봄 5월에 피는 솜방망이, 7월 한 여름에 고산에서 피는 국화방망이, 그리고 9월에 피는 쑥방망이, 여기다가 제주도와 서해안 섬에서 자란다는 금방망이까지 방망이 꽃도 참 다양하다. 공통점은 모두 황금색 꽃을 피운다는 점이겠다.
아래 대덕사 주변과 계곡에는 더욱 많은 꽃 탐방객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모처럼 찾은 대덕사 계곡에서 여러가지 귀한 꽃들을 보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첫댓글 사진만 붙이면 되겠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