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31(목)
에스테르기 1장~5장
모르도카이의 기도
(에스 4,17⑦)
제가 그렇게 행동한 것은
인간의 영광을 하느님의 영광 위에
두지 않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에스테르의 기도
(에스 4,17㉕)
주님, 당신밖에 없는
외로운 저를 도우소서.
(에스 4,17㉙)
지금까지 당신이 아니고서는
기뻐한 적이 없습니다.
묵상-
사촌 모르도카이와 양녀 에스테르의
협업이 돋보인다.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점이 많은 듯하다.
임금에게 신임을 얻고 남다른
사랑을 받는 것도 그렇고,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자기를 도와 함께 단식해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비슷하다.
모르도카이의 기도와
에스테르의 기도에서 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하느님과 맺고 있는 관계 역시,
중첩되는 교집합 부분이 있었다.
모르도카이가 적 하만에게
엎드려 절을 하지 않아,
유다 민족이 절멸하게 생긴 거다.
자기 한 사람의 고집으로 자기
민족이 죽음을 당할 지경인데,
지각 있는 사람이 왜 그랬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인간의 영광을 하느님의 영광 위에
두지 않으려고 했던 행동이다.
하느님 외엔 그 어떤 인간에게
무릎 꿇지 않겠다던 모르도카이의
지조와 절개에서 그가 하느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엿보인다.
에스테르는 권력을 갖춘 왕비면서
주님께 '외로운 저를 도와달라고,
주님, 당신밖에 없는 외로운 저를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오죽하면, 그 화려한 왕궁에서조차
하느님이 아니고서는 기뻐한 적이
없었다고 단언한다.
에스테르 왕비 역시, 주님 밖에는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그분께만 도움 청하며,
화려한 왕궁생활이 아닌,
주님으로서만 기쁨을 누리고 살았단 거다.
자신의 그런 처지를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외로웠던 그녀지만, 그 외로움의
틈새로 주님의 영이 스며들어와
깊은 사랑의 관계를 맺고 있었던 거다.
어려움에 처한 모르도카이의 기도와
에스테르의 기도 안에서, 나 역시
빈 들판에 홀로 버려진 듯 외롭던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했다.
물질적 가난과 병고와 외로움에
사무쳐서 기도할 때, 세상은 온통
어두웠고, 나의 고통은 끝을 맺지
못할 숙제처럼 느껴졌던 그때,
나는 비로소 게쎄마니 동산
바위에 기대어 홀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뒷모습을 보았고,
그분의 외로움과 마주할수 있었다.
비참했던 한 인간의 외로움과
예수님의 외로움이 만났던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어떤 고통이 와도 그분과 함께
게쎄마니에서 기도할 수 있었다.
공포감이 엄습했던 어둠의 시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큰 은총이었다.
에스테르 왕비처럼 화려한 왕궁(세상)
생활과 인간인 임금의 사랑에 만족하며
살았다면, 오직 주님께만 의지하고
자신의 외로움을 그분과 나누며
광야의 때를 건너오기 힘들었을 터,
나는 여전히 그 시기에 머물렀을 거다.
하여 에스테르의 마음이 조금은
공감되는 대목이다.
주님,
모르도카이와 에스테르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살펴주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 주셨습니다.
그 오묘한 섭리와 살가운 도우심에
제 마음까지 사르르, 치유되옵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님께 의탁하기보다
조급한 마음에 앞서 방법을 찾고,
힘 있는 자에게 기대어 상황만 모면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에스테르 왕비의 지혜가 이렇듯 주님의
영에게서 나오고, 모르도카이의 의로움이
주님과의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스테르 왕비가 자신의 그림자인
외로움의 상처를 주님께만 열어 보이며
소통했던 그 마음을 저희에게도 주시어
외로움과 고독이 찾아와도, 당신께서
들어오실 공간이 마련되었음을 깨닫고,
세상과 사람을 찾아다니지 말게
해주소서
주님, 당신께서는 얼마나
외로운 분이셨는지요.
저희 역시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는
외로움을 잘 꺼내어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희도 에스테르처럼 기도하겠나이다.
첫댓글 요셉피나님
오늘도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