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m가 지나니 허기가 졌습니다. 보통 30km 이후에 허기짐을 느꼈는데
아침에 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완주는커녕 쓰러질 수도 있겠다 싶어
함께 달리고 있던 형의 에너지 겔 하나를 빌려 먹고,
조금 더 가니 대회 측에서 에너지겔을 나누어 주길래 하나 더 먹었습니다.
두 개나 먹고 나니 회복이 좀 되더군요.
이쯤 되니 에너지 겔을 먹기 위해 대회를 나온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골인 지점까지 페이스를 맞추어 달려갔습니다.
주로에 나온 많은 러닝 크루 및 러너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달리니
신기하게도 그 구간만큼은 힘이 나더라고요.
또 지인분들이 에너지 드링크와 겔을 전달해 주어 후반에도 퍼지지 않고 잘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달리기도, 인생도 격려와 응원이 중요하며,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골인을 5km정도 앞두고 페이스를 보니 함께 달린 형의 신기록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은 거리는 저 혼자 먼저 골인 지점에 달려가서 들어오는 형을 반기고자 했습니다.
페이스를 조금 올려서 달리니 기분도 좋고 예상과는 달리 다리도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골인 지점이 다가오면서 보이는 수많은 러너들의 응원을 받으니 더욱 빠르게 달리고 싶어졌습니다.
골인 지점 200m 전. 특유의 큰 보폭으로 멋지게 달리던 저는 그만 쥐가 나고 말았습니다.
역시 데미지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쥐가 난 시점부터는 골인지점까지 걸어서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쓰러지지는 않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며 걸어갔습니다.
이 상황이 만약 순위를 다투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면 저는 패배를 했을 것입니다.
역시 마라톤도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골인을 하고 얼마 뒤 함께 달린 형도 들어왔습니다.
기록은 목표했던 3시간 40분대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안고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저의 첫 풀코스는 끝이 납니다.
완주 기념 메달을 받고 인증 촬영을 끝낸 후, 짐을 챙겨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여민락에서 뉴런 회식이 잡혀있던 터라 영주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글쎄 에리님이 우승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 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우승보다는 올 초부터 고생해온 에리님을 잘 알기에 그 결과가 너무나도 멋졌습니다.
에리님의 노력에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감독으로서 좀 더 신경을 써드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JTBC 마라톤 대회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든 것들이 좋았습니다.
함께 달린 형도 최고 기록을 세웠고, 뉴런의 2년 연속 우승, 회원님들의 신기록 등
그날 하루는 저에게 과분하도록 행복한 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제 길고 길었던 JTBC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번 마라톤을 뛰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 갔으며,
앞으로 달리기 지도를 할 때(특히 마라톤)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도 몸소 느낀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엘리트도 지도해 보고,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수많은 대회에서 입상 소식을 듣지만
여전히 저는 부족합니다.
비주얼이 좋지도, 그렇다고 남들처럼 지도력이 좋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매사 진정성을 가지고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채워가며
러너분들에게 최고의 훈련을 지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몸소 느끼신 훈련 방법 기대하겠습니다~!🫡
감독님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뉴런 들어오기 전에 블로그에서 감독님이 작성하신 제마 100일 대비 훈련 비급을 다운받았는데 홀로하는 훈련에 많이 도움이 됐었습니다!!
2024 동마 훈련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풀코스를 직접 체험해 보셨으니 지도력이 배가 되겠네요.
대만대회까지 두 번의 경험을 통해 날로 발전하여 마라톤 지도자의 원 톱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독님 풀코스 완주 수고하셨습니다. 전문인 종목이 아니셔서 여러모로 힘드셨을텐데 잘 되셔서 다행입니다. 저에 대한 언급도 해주셨는데 저는 감독님의 고밍하여 만들어주신 100일 훈련을 로드맵으로 하여 잘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까 많이 많이 감사하고 있고 특히 부상이후에 훈련시에는 신경을 많이 쓰신걸 느꼈어서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독님 완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