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엘 호손은 주홍글씨라는 소설을 쓴 미국 작가이다. 그가 쓴 ‘큰바위얼굴’은 단편소설로 짧은 줄거리이지만 항상 나의 가슴에 남아 있다. 다들 대강은 아시겠지만 그 줄거리를 소개한다.
『미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산을 바라보면 멀리 큰바위들이 있었다. 그 바위들은 한명의 거대한 사람의 얼굴모습을 나타내었다. 그 이목구비는 고귀했고 그 표정은 큰 사랑으로 온 인류를 보듬고도 남음이 있다는 듯 장엄하면서도 다정하였다.
그 마을에서 태어난 어니스트라는 소년은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그 마을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예언을 들었다. 그것은 그 마을 출신의 인물이 언젠가는 위대하고 고귀한 인물이 되는데 그 인물의 얼굴이 큰바위얼굴과 똑같아진다는 것이었다.
어니스트는 자라면서 그 예언을 실행하는 듯이 보이는 여러 인물들을 보았다. 그 마을 출신의 성공한 상인, 군인, 정치인, 시인을 차례로 보았지만 그들 모두 어니스트가 꿈꾸었던 인물은 아니었다.
어니스트는 큰바위얼굴이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면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갔다.
그 시인과 어니스트가 만났다. 시인은 어니스트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니스트야말로 삶과 인생이 조화된 위대한 인물이라고 느꼈다. 어니스트야말로 바로 그 큰바위얼굴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을 겪은 바 있다. 나는 2018년 10월부터 우파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이전까지는 정치란 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영역이며 누가 정치를 하더라도 나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박근혜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지고 문재인이 집권하면서 하는 짓들을 보다 보니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의 앞날이 너무 걱정이다. 가만히 놓아두면 베네수엘라나 북한같은 나라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의 아이들 손주들의 앞날이 어떻게 되겠는가. 모르면 몰라도 그렇게 될 것이 빤히 보이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나중에 손주들이 어떤 원망을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주들의 원망이 귀를 때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된 것이다.
내가 우파시민운동에 뛰어들면서 한 활동들은 지난 2월 초순에 발간한 “상식을 지배하라”에 자세히 기술하였다. 여기에서는 압축 기술해 본다.
부산의 지도자급 인사들과 함께 시민단체를 결성하여, 앞장서는 역할은 그분들이 하고 나는 뒤에서 실무를 담당하였다. ‘국회의원 시민검증단’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여러 우파논객들을 초청하여 강의를 주최하였다. 강의에 초청한 사람들은 김진수, 이희문, 고성국, 김문수, 정규재, 이언주, 신인균, 손상대, 박성현 등이었다. 2019년 10월에는 전광훈목사가 주관하는 광화문광장 집회에 부산에서 버스를 인솔하여 여러번 참가하기도 하였다.
2020년 총선을 대비하여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뽑기 위하여 서경석목사가 제안한 ‘정치개혁 국민연합’의 취지에 찬동하여 ‘정치개혁 부산연합’이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여론조사를 통한 우파국회의원후보를 공천받게 하는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이 60대 이후의 실버세대인지라 인터넷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등의 이유로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하였다.
2020년 4.15총선에서 우파가 참패를 한 후 나는 2년 뒤에 있을 대선에서 우파가 승리하기 위하여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준비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유튜브방송을 하였다. 2020. 7. 5.부터 2020. 9. 29.까지 모두 열차례 방송을 하였다(그 방송을 보실 분은 ‘자유시민연합tv’로 검색하여 107번에서 116번까지 보시면 됩니다. 최근 68번부터 소급하면 다시 134번부터 소급됩니다).
나는 그 당시 2022년 대선에 나설 우파의 대통령 후보로 여러 사람을 꼽았다. 참신한 인물로 이언주와 박수영을 생각하였고 조경태와 김기현도 후보군으로 생각하였다. 군출신으로 신원식장군을 꼽았으며 운동권출신으로 전향한 김문수도 유력한 후보로 생각하였다. 비정치권에서는 전광훈목사와 정규재도 후보로 생각하였다. 홍준표와 조원진은 일찌감치 제외하였다.
그런 후보들을 한사람씩 알아보고 나름대로 검증하면서 그때마다 마치 어니스트가 ‘이 사람도 아니구나’ 라고 하는 탄식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면서 마침내 큰바위얼굴의 모습을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실버세대가 모인 하나의 커다란 얼굴이었다. 2019년 10월의 광화문광장에서의 열기와 지난 3.9대선에서 윤석열을 당선시킨 간절함이 뭉친 하나의 큰 얼굴 – 이 시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을 다 모은 큰바위얼굴을 드디어 보게 된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의 앞날을 훨씬 더 걱정하고 받을 기대 없이 다 주고 갈 마음이라는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본 사람만이 안다.
우리가 살았던 시대보다 우리의 아이들이 더 자유롭고 더 번영한 세상에서 살게 하기 위하여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놓고 죽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실버세대의 간절함이 모인 하나의 큰얼굴 – 그것이 내가 본 큰바위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