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현진항 잉꼬부부와 허당 아들
동해안 최북단 강원도 고성. 이곳에 푸른 바다를 터전 삼아 어부로 살아가는 안명배(63), 유재옥(58) 부부가 있다. 결혼생활 38년 동안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는 부부. 이른 새벽, 거친 파도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도란도란 부부의 대화가 끊임이 없다. 두 사람 모두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기에 때로는 신혼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서로를 의지한 채 살아왔다.
평생 함께 배를 타며 고성 앞바다를 누빈 명배 씨와 재옥 씨. 동네에서도 소문난 잉꼬부부였던 두 사람인데, 아들 정운(37) 씨가 돌아오면서부터 사사건건 부딪치기 시작했다! 힘든 뱃일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부시켜 대학까지 보내놨더니,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3년 전 귀어 한 초보 어부 아들. 일벌이기 좋아하는 아들 정운 씨는 횟집 운영도 모자라서 최근에는 선상 낚싯배 사업까지 시작했다. 그 덕분에 노후를 즐길 틈도 없이 바빠진 부부. 아들 일이라면 시도 때도 없이 나서는 아내 재옥 씨와 부부만의 달콤한 노후를 지키고 싶은 명배 씨의 아슬아슬한 신경전이 계속된다.
▲ 아들에게 아내를 빼앗겨 버렸다!
조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 피곤할 법한데 힘든 기색은커녕 깨소금이 쏟아진다. 오늘도 수고했다며 아내의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 주는 명배 씨.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학교를 포기한 채 뒷바라지하던 두 동생들까지 잃으면서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에 대한 바람이 컸던 그이기에 스물다섯에 중매로 만난 아내와 그 한을 원 없이 풀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달콤함도 잠시, 부부의 휴식에 찬물을 끼얹는 전화 한 통! 횟집이 바쁘니 어서 도와달라는 아들의 전화다. 아들 일이라면 주저하는 법이 없는 재옥 씨. 좀 더 쉬고 나가라는 남편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냉큼 나갈 채비를 하고, 부리나케 아들에게로 향한다. 횟집을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재옥 씨 도움 없이는 모든 게 서툰 아들 부부. 아직까지 생선 손질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들 내외를 보면, 답답하기 보단 안쓰러운 마음에 재옥 씨는 오늘도 본인이 다 하겠노라며 두 팔을 걷어붙인다.
한편, 집에 혼자 남아 끼니를 챙기는 명배 씨. 멀쩡히 아내가 있는데, 밥을 혼자 먹는 꼴이라니. 자신을 독수공방 신세로 만든 아들 녀석이 얄밉기만 하다. 저녁 늦도록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명배 씨는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조업에 나가려면 지금이라도 와서 쉬어야 하는데. 답답한 마음에 직접 횟집으로 찾아간 명배 씨.
그런데, 남편이 온 줄도 모른 채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재옥 씨가 보인다. 자식 고생시키기 싫은 아내 마음이야 이해한다만, 제 몸 하나 챙기지 않고 일만하는 모습을 보니 명배 씨의 답답함은 커져만 간다.
▲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하는 것도 많은 아들 정운 씨. 잘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서른 나이에 간호사 공부를 시작, 막상 간호사가 되니 어부 일을 하고 싶어졌단다. 그렇게 3년 전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금지옥엽 키운 아들이 배를 타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반대도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터를 잡을 때까지 도와줘야겠다고 결심했다는 명배 씨와 재옥 씨. 그런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사업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온갖 일을 부모에게 맡기더니, 급기야 낚싯배 출항시간에 지각하고야 만 정운 씨. 제멋대로인 아들의 태도에 명배 씨, 결국 폭발했다! 누구보다 소중한 아내를 고생시키는 것도 모자라, 책임감 없이 지각이나 하다니. 설상가상으로 아들만 감싸고도는 아내 재옥 씨 때문에 명배 씨는 언성이 높아지는데. 과연 부부는 예전처럼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