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8월 17일 목요일 맑음
제법 서늘하고 아침 이슬이 차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된장찌개에 아침을 먹고 상쾌한 기분으로 출발했다. 북쪽으로, 북쪽으로만 달려가기로 했다. 쌀이 떨어져서 노르웨이 최대의 호수 미에사에 접해 있는 도시 하마르에 차를 세웠다. 노르웨이 최대 곡물생산지다. 쌀이 있을 것 같아 대형 슈퍼에 들어가서 뒤졌는데 찾지 못했다. 길에서 만난 어떤 베트남 사람이 소개해 주는 중국인 슈퍼에 들렀다. 우리가 찾는 쌀은 없었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동양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약 1시간 정도 달려가니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릴레 함메르다. 호수 건너편에 있는 아주 아담한 동네였다. 저렇게 작은 동네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행사인 동계 올림픽을 치룰 수 있었을까? 예쁘게 잘 가꾸어진 마을이다. 산 중턱에 숲과 함께 이루어진 도시다. 멀리 스키 점프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 인포메이션에 들러 보았다. 뺏지와 마스코트 등 당시의 냄새를 조금 맡을 수 있었다. 지금은 조용하고 몇몇 관광객만 왔다 가 곤 하는 한적한 마을이다. 릴레 함메르에서 몇 km 더 E6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Hunderfossen Family Park에 들렀다. 테마 파크 공원이다.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싸다. 두당 123크로네다. 잠시 머물 시간 밖에 없는 우리에겐 약간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그곳에 있는 인형이 참 신기했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목각 인형이다. 그 옆에 있는 숲에 들어가 점심식사를 했다. 개미집이 묘지 모양으로 불룩하다. 다시 차를 몰고 간다. 가는 길은 참 평화롭다.
온달스네스를 향해 차를 몰았다. 돔바스에서 약간 휴식을 취한 후 계속 9번 도로를 타고 달렸다. 간간히 산에는 약간의 잔설이 보인다. 멀리서 실 같은 폭포가 나타난다. 도로는 한가하고 주변은 조용한 농촌의 모습이다. 집들이 모여 있지 않고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조그만 산을 꼬불꼬불 넘어간다. 고개를 넘어 내려가는데 갑자기 큰 물소리가 들렸다. 오른쪽에는 처음 보던 큰 폭포가 있다. 왼쪽에는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굵다. 눈 녹은 물들이 맑고 깨끗하게 하얀 거품을 만들며 급하게 흘러내린다.
잠시 차를 세우고 폭포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원한 곳이다. 상쾌한 기분이 든다. 저녁 7시 경이 되니 거대한 암벽이 나타난다. 흰 구름이 산 중턱에 걸려있다. 산에는 눈이 그대로 있는 험한 계곡을 달려간다. 온달스네스에 도착했다. 우리가 계획한 최고의 북쪽이다. 더 올라가면 좋으련만...... 작은 도시다. 호수와 돌산과 암벽과 안개가 있는 무겁게 느껴지는 도시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갖춘 조용한 도시다. 집들은 있는데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인포메이션에 들렀다.
근무하던 아가씨가 막 문을 잠그고 퇴근하려한다. 부탁을 해서 숙소 지도와 몇 개의 숙소를 안내 받았다. 슈퍼에 잠시 들렀으나 우리가 찾는 쌀은 없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은 일본형·인도형·자바형의 3가지로 분류되는데 자바형은 인도형과 유사하므로 흔히 일본형과 인도형으로 크게 나눈다. 일본형은 일본, 한국, 중국의 중부와 북부,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브라질과 스페인 등지에서 생산되고 인도형은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미국의 남부 등지에서 산출된다. 인도형은 일본형에 비해 쌀알이 길고 밥을 지었을 때 끈기가 없어서 한국인의 식성에 맞지 않는다.
유스 호스텔로 찾아갔다. 안내하는 아주머니가 너무 쌀쌀맞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중국인 청년이 알려주는 쌀이 있단,s 슈퍼에 들렀으나 길쭉한 쌀 밖에 없었다. 알랑미다. 인도차이나 동쪽 지방인 안남에서 산출되는 쌀.을 안량미라고 한다. 안남이라는것은 중국에서 베트남을 부르는 명칭이다. 인디카 쌀(영어: Indica rice) 또는 안남미(安南米)는 전 세계 쌀의 9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쌀 품종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주로 생산, 소비되는 자포니카 쌀은 10% 밖에 되지 않는다. 먹어야 하기에 할 수 없이 2 봉지를 샀다.
날이 어둑해진다. 축축한 저녁이다. 숙소를 찾기위해 지도에 있는 몇 개의 캐빈으로 이동했다. 가격이 저렴한 숙소는 너무 낡았고, 비싼 곳은 돈이 허락지 않았다. 남쪽으로 내려가며 찾기로 했다. 3km 정도를 가서 통나무로 지어진 캐빈을 만났다. 주인 말에 의하면 Everything에 350크로네다. 우리에게 알맞은 숙소였다. 아주 넓은 잔디밭에 몇 개의 캐빈이 줄지어 있다.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주방, 욕실, 침실도 깨끗하고 포근했다. 주변 경관도 참 예쁘다. 닭도리탕에 안량미로 밥을 해서 즐겁게 배를 채웠다. 풍경이 너무 좋아 저녁을 먹고 차를 몰고 가서, 밤에 호숫가 주변을 걸었다. 습기는 많았지만 차분하고 조용한 밤이다. 산책을 하며 까만 밤을 여유롭게 산책했다. 날이 맑으면 백야 현상을 동영상으로 담을 수 있을 텐데, 잔뜩 흐려 아쉬웠다. 편안함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