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생태탐방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칠월 하순이다. 여름 들어 영지 채집을 같이 다닌 지인과 산행을 나섰다. 창원을 벗어나 멀리 좀 떠나려고 했다. 우리가 가려고 목표한 산은 밀양 얼음골에서 아랫재를 넘은 운문사 꼭뒤였다. 이웃 아파트단지에서 차를 몰아온 지인을 우리 집 앞에서 만났다. 도청 뒤 25호 대체 국도 정병산 터널을 지나니 곧장 진영이었다. 진영에서 가술을 거쳐 수산다리를 건넜다.
밀양 시내를 앞둔 남밀양 나들목에서 긴늪 송림으로 빠졌다. 재약산 일대 겹겹 산은 운무가 자욱했다. 산내면소재지 근처부터는 사과밭이 펼쳐졌다. 우리는 얼음골을 앞둔 남명초등학교로 내려섰다. 남명초등학교는 내가 교직 첫발을 디딘 초임 근무지였다. 삼십여 년 전 나는 그곳에서 1년간 근무했다. 대구의 야간강좌 대학을 다닐 형편이라 이듬해 경부선 철길 가까운 학교로 옮겼다.
남명초등학교 앞을 지나 삼양마을로 갔다. 삼양은 하양지, 중양지, 상양지로 된 세 개 양지마을 일컫는다. 마을이 끝난 곳까지 사과밭이 이어졌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주렁주렁 달린 풋사과는 고물이 차고 있었다. 차도가 끝난 곳에 차를 세우고 등산로로 올랐다. 산 들머리 앙증맞게 뛰노는 다람쥐가 우리를 영접해주었다. 해발고도가 제법 되는 숲속에 드니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산기슭을 오르니 남양 홍씨 선산이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었다. 나와 지인은 등산로를 걸으면서도 길섶의 삭은 참나무 그루터기를 살폈다. 매의 눈에 포착된 삭은 참나무 등걸에서는 창원 근교 산자락에 올랐을 때 만났던 영지버섯은 보이질 않았다. 산이 높다고 해서 영지버섯이 다 붙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우리는 아랫재를 향해 쉬엄쉬엄 올랐다. 운문산과 백운사 사이 고개가 아랫재다.
일명 영남 알프스라는 가지산 재약산 일대다. 우리가 오르는 아랫재는 구만산 억산 운문산이 이어져 백운산 가지산이다. 가지산에서 능동산을 거쳐 재약산으로 건너간다. 간월산 신불산은 통도사 영취산으로 연결된다. 운문산에서 계곡을 내려가면 한참 걸린다. 벼랑과 골짜기는 사리암을 비롯한 여러 암자가 있다. 웬만한 등산 마니아가 아니면 잘 모르는 등산로가 운문사 꼭뒤 계곡이다.
아까 차를 세워둔 지점에서 아랫재까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산마루 생태감시초소 마루에 앉아 잠시 쉬었다. 우리가 앉은 근처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름 야생화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내가 오른 창원 근교 산자락에서 보지 못한 꽃이었다. 산초나무 열매에서 맛난 향기가 나는지 여러 마리 호랑나비가 떼 지어 날아들었다. 우리 뒤를 따라 올라온 노부부도 자리에 합류했다.
환경보전 정도를 나타내거나 복원 증거가 되는 한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 동식물을 깃대종이라 한다. 운문산은 대구 경북에선 왕피천에 이어 두 번째로 환경부로부터 생태경관보전지구로 지정 받았다. 운문산반딧불이와 꼬리말발도리는 희귀한 동식물이란다. 까막딱따구리, 삵, 벌매, 담비, 원앙, 하늘다람쥐는 운문 생태보전지구 깃대종이다. 속인의 눈엔 쉬 뛰지 않은 족속이었다.
아랫재를 넘어 운문사 꼭뒤 활엽수림으로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부엽토가 수북하게 쌓인 숲 바닥이라 걷기는 수월했다. 창원 근교 산자락이라면 그 정도 숲에서는 이맘때면 영지버섯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영지버섯을 만나지 못했다고 실망할 것 없었다. 청청한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고 시원한 계곡물에 손을 담그기도 했다. 배낭에 넣어간 곡차도 느긋하게 비웠다.
운문사로 향하는 삼거리 못 미쳐 되돌아왔다. 다시 아랫재를 넘어 숲길을 걸어 차를 둔 곳까지 갔다. 정오가 지나는 즈음이었다. 우리는 얼음골을 빠져나가 밀양 살내를 거쳐 시내를 관통했다. 낙동강 강가 수산에 와 맛집으로 알려진 가마솥 추어탕 집을 찾아들었다. 제철 계절보다 이른 추어탕이었지만 아주 맛깔스러웠다. 점심을 들고 건넌 수산다리 아래는 강물이 너울너울 흘렀다. 1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