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상헌군.
시각장애 학생, 서울대 음대 합격
"대학 가면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음악을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유학 가고 싶어요."
태어날 때부터 명암(明暗)조차 식별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시각장애를 가졌던 김상헌(19)군이 29일 서울대 음악대학 피아노과에 합격했다.
다음달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를 졸업하는 김군은 2010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서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김군은 6세 때 처음 피아노를 시작했다. 피아노를 배우지도 않았던 김군이 형의 피아노 연주곡을 듣고 그대로 따라 치기 시작하자, 어머니가 그의 재능을 보고 피아노 강습을 시켰다.
하지만 김군은 악보를 볼 수 없어, 다른 사람이 연주한 음악을 듣고 곡을 통째로 외워서 피아노를 쳐야 했다. 선율이 어려운 곡은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점자 악보를 사용해야 했다. 김군은 "한 곡 외우는 데 보통 한달씩 걸렸다"고 했다.
곡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김군은 휴일에도 연습을 반복했다. 학기 중에는 수업이 끝나는 대로 피아노 앞에 앉았고, 휴일에는 하루 8시간씩 피아노를 쳤다.
김군은 1월에 예정됐던 서울대 입시를 앞두고는 성탄절조차 쉴 수 없었다. 지난해 초 다리를 다쳐 한 학기 동안 목발을 짚었고 10월에는 신종플루 확진판정으로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군은 오는 3월이면 서울대 캠퍼스에서 새내기 피아니스트가 된다. 김군은 "열심히 공부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연주를 들려드리는 것으로 저를 가르쳐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는 29일 2010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1429명을 발표하면서 "2010학년도에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 수가 지난해보다 50개 늘어난 1013개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0개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