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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이 말하지 않는 가난에 대하여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각 급여를 부처별로 쪼개는 정부의 개악안에 맞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등은 지난 11월 28일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현실과 기초법 개악의 구체적인 문제점, 대안을 알아보는 '여의도에서 온 편지'를 연재합니다._편집자 주
2. 부양의무자 기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국가의 태도
3. 동자동 사람들의 겨울나기
4. 가난한 환자들에게 삶은 질병보다 독하다
5. 일과 복지, 가난의 출구 없는 사이클
6. 모든 이들이 '집'에서 살 권리를 보장하라
7. 기초생활보장법 개악에 맞서자
2010년, 2011년 2년에 걸쳐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 아래 복지부)는 4차례의 일제조사를 벌여 11만6천여 명의 수급권을 박탈했다. 이어 2013년 상반기 확인조사로 3만 7천여 명이 수급권을 박탈당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칭송해 마지않는 '예산 효율화'의 결과이다. 이에 따른 결과로 수급권을 박탈당하고 탈수급 당한 이들의 삶은 과연 '안녕' 한가?
우리는 지난 11월 28일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천막농성장을 차리고 2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주장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개악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을 통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개별급여 시행을 통해 수급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대상자를 넓히고 사각지대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취지 설명과 다르게 우리는 이 개정안을 개악안이라고 규정한다. 왜냐하면 유 의원의 개정안은 현재 기초법이 포괄하고 있는 7개 급여를 쪼개 각 급여를 부처별 사업으로 이관하고, 각 급여의 보장수준이나 선정기준을 각 부처 장관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반대 의견에 대해 복지부와 정부는 '그러한 우려는 오해다, 기초생활보장법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우려를 거둘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현재 수급신청이나 탈락, 삭감 과정에서 수급권자들이 겪는 상황을 중심으로 '여의도 농성장에서 보내는 편지'를 시작하려 한다. ‘법’은 보장하지만 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들의 삶에 대해 함께 질문을 던져보자.
기초법은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법이다. 기초법 1조 1항은 '이 법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최저생활이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비용을 뜻한다.
하지만 수급자들은, 심지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포함된 비수급 빈곤층과 정부에서 ‘부정수급’을 운운하는 급여 탈락·삭감자들조차도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비용'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현재 기초법은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해서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실제 부양할 수 없는 경우 수급권자가 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상황을 보자.
일례로 최근 직접 상담했던 오아무개 할머니의 경우를 보자. 오 할머니는 본인의 자녀가 아닌 이른바 둘째, 셋째 부인의 자녀 7명이 본인의 자녀로 귀속되어 있다. 남편과의 소송을 진행해 이혼이 결정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그녀의 자녀이다. 오 할머니는 이들이 본인의 자녀가 아니라고 수급신청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했지만 그녀는 수급신청을 거절당했다. '법이 원래 그렇다'는 것이 구청의 답변이었다.
오 할머니는 나를 만난 이후에 수급신청을 다시 진행했다. 나는 부양의무자의 금융정보공개동의서를 수급권자가 받지 못할 경우에 보장기관이 이를 대행해야 함에 대해서 설명했고, 구청의 통합조사팀은 이를 진행했다. 2개월이 지난 뒤 오 할머니는 수급권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이미 탈락과 재신청을 진행한 6개월 동안 그녀는 상당한 빚을 지고 난 뒤였다. 조사 담당 기관이 알고 있는 정보는 첫 신청과 두 번째 신청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어쨌든 그들은 첫 신청에서는 '법에 따라' 거절했을 뿐이다.
두 번째는 이의신청 권리에 대한 것이다. 기초법 7항 38조를 보면 '① 수급자나 급여 또는 급여 변경을 신청한 사람은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중략) 서면 또는 구두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구두로 이의신청을 접수한 보장기관의 공무원은 이의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의신청을 진행하기에 매우 까다롭다.
목포에 사는 ㄱ씨는 수급 탈락 통보를 받은 뒤 이의신청을 진행하려 했지만, ‘하셔도 소용없다’는 답변을 듣고 돌아서야 했다. 이의신청은 구두로도 가능하며 수급권자의 이의신청에는 특별한 양식이 없고, 이의신청이 발생하면 이를 접수하고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 의무라고 담당 기관에 항의했지만, 담당 기관은 어차피 소용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군청 조사팀에 항의한 이후에야 구두를 통한 이의신청 접수가 가능했다.
강서구에 사는 김아무개 씨는 수급 신청에서 탈락한 뒤 이의신청을 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했지만, ‘새로운 서류가 없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당했다. 새로운 사유가 없더라도 현재의 판정에 불복하며, 법에 따라 보장기관의 상급기관에 내용을 전달해달라는 항의 끝에 이의신청은 접수되었다.
이것이 수급권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법이 시혜가 아닌 권리라고 이야기하지만, 급여 당사자들이 권리로서 인식할 수 없는 한계가 현장에서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사위의 소득 변동 때문에 수급권에서 탈락하고 거제 시청 앞에서 자살했던 이 씨 할머니를 생각해보자. 그녀는 셋방의 월세가 밀려 있는 상황이었다. 가까이 산다지만 빚이 많고, 자식 키우기 힘든 딸과 사위에게 부양을 의탁할 수 없음을 그녀는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마 같았을 것이다. ‘법이 원래 그렇다’라고… 이 씨 할머니는 유서에서 ‘법도 사람이 만드는데 어떻게 사람에게 이럴 수 있냐’라며 울부짖어야 했다.
이후 확인 결과, 사위의 소득은 2011년 하반기 소득이 반영된 것이고, 당시 2012년에는 그나마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통합전산망에 의존한 미약한 현장조사와 담당 사회복지사의 사실관계 복명의지를 반영하지 않는, 이를 의심하게끔 부추기는 제도가 사람들을 ‘부정’ 수급자로 만들고 심지어 죽음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복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전히 한 해 300여 명의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죽어가게 방치하고 있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는 140만 명에 불과하고 410만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고 있다. 단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117만 명의 수급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은 그렇지 않다. 부양가족이 있더라도 부양받을 수 없는 이들의 수급권을 보장하라고 쓰여 있고,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전 국민에게 권리로서 보장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 괴리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어떤 법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어떤 권리가 필요한가?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든다 할 손, 가난한 이들은 자꾸만 법으로부터 쫓겨나고 있는데…
빈곤문제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들은 그 입으로 다시 부정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바로 그런 점에 대해서 오늘부터 진행될 이 기고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법에서 쫓겨난 사람들, 법조차 말하지 않는 사람들, 결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