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서 2021 F1 6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2라운드 연속 폴 포지션을 차지한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가 이번에는 우승을 해낼지, 팀 메이트와 동떨어진 채 경기를 시작한 루이스 해밀턴이 홀로 순위를 방어할 수 있을지 등 관전 포인트가 다양했다.
‘바쿠 시티 서킷’은 이름 그대로 바쿠 시가지 일부를 통제해 만든 서킷이다. 한 바퀴 길이는 약 6㎞. 코너에 따라 도로 폭이 급격하게 변하고, 코스 밖 여유 공간이 적어 사고가 잦은 곳이다. 역시나 토요일에 치른 예선전에서부터 변수가 가득했다. 1~3차 세션 내내 충돌 사고가 일어나 일부 선수들이 온전한 기록을 내지 못했다. 덕분에 이전보다 다양한 팀들이 1~10번 그리드 안에 정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기 시작. 르클레르가 좋은 출발로 1위를 지켜내는 듯했으나, 단 2랩 만에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해밀턴에게 자리를 내줬다. DRS(Drag Reduction System)도 없이 앞서나가는 모습에서 페라리와 메르세데스-AMG 경주차의 성능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6위로 출발한 페레즈는 단숨에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를 추월하며 선두로 향했다. 그 사이 알핀의 에스테반 오콘은 파워트레인 문제로 리타이어를 결정했다.
항상 피트-인 시기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 레드불과 메르세데스-AMG. 이날의 승자는 레드불이었다. 해밀턴보다 한 바퀴 늦게 타이어를 교체한 베르스타펜이 해밀턴 바로 앞 순위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레드불의 시간 계산도 정확했고, 타이어를 바꾼 해밀턴이 피트를 지나가는 가슬리에게 자리를 내주느라 타이밍을 놓친 탓이다. 바로 다음 랩에 피트로 들어온 페레즈마저 해밀턴 앞으로 복귀. 단 5분 사이에 분위기는 레드불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예선전과 달리 특별한 사고가 없던 찰나, 첫 번째 세이프티 카 상황이 발생했다. 31랩에 들어선 애스턴 마틴의 랜스 스트롤이 직선 구간에서 빠른 속도로 벽에 충돌했다. 원인은 갑작스러운 리어 타이어 펑크. 높은 노면 온도와 횡가속도로 인해 생긴 타이어 손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신 세이프티카 퇴장 이후 팀 동료인 베텔이 연달아 추월에 성공하며 4위로 올라섰다. 애스턴 마틴과 베텔의 시즌 첫 번째 포디움도 노려볼 만한 상황.
경기 후반까지 1위를 지키던 베르스타펜에게도 불운이 찾아왔다. 47랩, 랜스 스트롤과 비슷한 위치에서 뒤 타이어가 터지며 큰 사고가 일어났다. 트랙 전체에 고르게 퍼진 파편 때문에 이번엔 경기 중단을 결정. 허무하게 순위를 내준 해밀턴에게는 뜻밖의 기회였다.
하지만 변수는 끝나지 않았다. 경기를 다시 시작한 순간, 빠른 출발로 페레즈를 앞선 해밀턴이 차를 멈추지 못하고 1번 코너 밖으로 벗어났다. 실수로 브레이크 셋업 스위치를 건드려 앞바퀴 브레이크 열이 크게 올라 제동력을 잃었기 때문. 어부지리로 베텔이 2위, 가슬리가 3위에 안착하며 경기를 마쳤다.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Driver of the Day)’는 11위로 출발해 무려 9계단을 뛰어 오른 베텔이 차지했다.
이로써 지난 라운드에서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순위를 역전한 레드불은 메르세데스-AMG와의 격차를 한 발짝 더 벌렸다. 올 시즌도 메르세데스-AMG 뻔한 독주가 이어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레드불의 상승세 덕분에 남은 경기는 더욱더 치열할 전망이다. 다음 라운드는 오는 18~20일에 프랑스 폴 리카드 서킷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