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窮) 변(變) 통(通) 구(久)
만물(萬物)의 운행(運行)에는 일정(一定)한 한도(限度)가 있어, 이 한도(限度)에 도달(到達)하면 혹(或)은 독양(獨陽)이 되고 혹(或)은 독음(獨陰)이 되어 이 이상(以上) 더 전진(前進)하여 생존작용(生存作用)을 행(行)할 수 없나니 역(易)에는 이를 「궁(窮)」이라 한다.
그러나 천지(天地)의 운행(運行)은 정(正)하고 대(大)하여 종(終)하면 시(始)가 있어 종궁(終窮)치 아니함으로 궁(窮)하면 스스로 변화(變化)하여 다음의 신단계(新段階)로 이역(移易)하나니, 역(易)에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 궁(窮)한즉 변(變)하고 변(變)한즉 통(通)하고 통(通)한즉 구(久)한다」【註一】한바, 물(物)이 궁(窮)하면 대대작용(對待作用)의 운동(運動)에 의(依)하여 궁(窮)을 타개(打開)하여 변(變)하고, 변(變)하면 새로운 진로(進路)가 열려서 통(通)하고 통(通)한 연후(然後)에 능(能)히 구(久)하여 만물(萬物)이 화성(化成)되나니 이를 「궁변통구(窮變通久)」라 한다.
궁(窮)의 변통(變通)은 반드시 대대력(對待力)에 의(依)하여 행(行)하는 것이므로 물(物)이 변통(變通)되는 때는 또한 반드시 대대물(對待物)로 전역(轉易)되어 현실단계(現實段階)와는 상반(相反)되는 신단계(新段階)로 이역(移易)하는지라, 그러므로 역(易)에는 「變化者 進退之象也 = 변화(變化)하는 자(者)는 진퇴(進退)하는 상(象)이라」【註二】하여, 일물(一物)이 퇴(退)하면 그의 대대(對待)되는 일물(一物)이 진(進)하고, 일시대(一時代)가 퇴(退)하면 그의 대대(對待)되는 일시대(一時代)가 진(進)함을 말하니, 이 진퇴(進退)라 함은 음(陰)이 가면 양(陽)이 오고 양(陽)이 가면 음(陰)이 오는 동시(同時)에, 또한 독음(獨陰)은 양(陽)을 구(求)하고 독양(獨陽)은 음(陰)을 구(求)하여 음(陰)과 양(陽)이 한 편(便)으로는 상추(相推)하면서 다른 한 편(便)으로는 상인(相引)하여 써 궁(窮)을 변통(變通)하는 것이며, 변화(變化)에는 변역(變易), 교역(交易), 반역(反易)의 삼형태(三形態)가 있다.【註三】
변역(變易)이라 함은 물(物)의 발전과정(發展過程)에 그 성정(性情)이 대대물(對待物)로 전변(轉變)하는 형태(形態)이다.
만물(萬物)의 생장단계(生長段階)는 능동작용(能動作用)을 행(行)하여 용(用)이 되고 성숙단계(成熟段階)는 수동작용(受動作用)을 행(行)하여 체(體)가 되는데, 물(物)의 생장(生長)이 일정(一定)한 단계(段階)에 이르면 반드시 성숙(成熟)하는 것이오, 만일 성숙(成熟)치 못하면 독양(獨陽)으로 되어 궁(窮)이 된다.
그러므로 생장단계(生長段階)가 종(終)하고 스스로 체(體)로 화(化)하여 수동작용(受動作用)으로 변(變)하면서 성숙(成熟)하여 궁(窮)을 변통(變通)하는 것이다. 또 물(物)의 성숙(成熟)이 일정(一定)한 단계(段階)에 이르면 반드시 자체(自體)의 속에서 새로운 용(用)을 생(生)하는 것이오 만일 용(用)을 생(生)치 못하면 독음(獨陰)으로 되어 궁(窮)이 된다. 그러므로 물(物)의 성숙단계(成熟段階)에는 스스로 능동(能動)하는 용(用)을 생(生)하여 궁(窮)을 변통(變通)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능동(能動)하는 용(用)이 변(變)하여 수동(受動)하는 체(體)로 화(化)하고 그 체(體)가 다시 능동(能動)하는 용(用)을 생(生)하여 일소일장(一消一長)하면서 생존작용(生存作用)을 행(行)하는 것이 곧 변역(變易)이니, 역(易)에 「 一闔一闢 謂之變 = 한번 합(闔)하고 한번 벽(闢)함을 변(變)이라 이른다」【註四】함이, 변역(變易)의 뜻을 말함이며, 지금에 어느 일물(一物)이 타물(他物)로 전변(轉變)하는 것을 화학적변화(化學的變化)라 하는 것도 또한 변역(變易)의 일현상(一現象)이다.
교역(交易)이라 함은 물(物)의 운동과정(運動過程)에 그 지위(地位)가 상대물(相對物)로 환역(換易)하는 형태(形態)이다. 만물(萬物)의 개체(個體)는 특수성(特殊性)을 가지고 체(體)가 되고 통체(統體)는 보편성(普遍性)을 가지고 용(用)이 되는데, 물(物)의 운동(運動)이 개체(個體)에 편(偏)하면 체(體)만 있고 용(用)이 없어 독음(獨陰)이 되고, 또 통체(統體)에 편(偏)하면 용(用)만 있고 체(體)가 없어 독양(獨陽)이 되며 독음독양(獨陰獨陽)은 모두 궁(窮)이 된다. 그러므로 개체(個體)와 통체(統體)의 양작용(兩作用)이 서로 교체(交替)하여 궁(窮)을 변통(變通)하나니, 이와 같이 개체(個體)와 통체(統體)가 서로 대류(對流)하여 생존작용(生存作用)을 행(行)하는 것이 곧 교역(交易)이니, 역(易)에 「天地交而萬物通也 = 천지(天地)가 교(交)하여 만물(萬物)이 통(通)한다」【註五】함이, 교역(交易)의 뜻을 말함이며, 지금에 물(物)의 본질(本質)은 변(變)치 아니하고 오직 상여(相與)하는 형태(形態)만 변(變)하는 것을 물리적변화(物理的變化)라 하는 것도 또한 교역(交易)의 일현상(一現象)이다.
반역(反易)이라 함은 물(物)의 안정(安貞)의 속에서 그 대대(對待)되는 물(物)이 발용(發用)하는 때는 반드시 그 본체(本體)되는 안정(安貞)과 도역(倒逆)하여 반생(反生)하는 형태(形態)이다. 만물(萬物)의 안정(安貞)은 현상(現狀)이니 체(體)가 되고, 발용(發用)은 신생(新生)이니 용(用)이 되는데, 물(物)의 변역(變易)하거나 교역(交易)하는 과정(過程)에 신물(新物)이 발(發)하는 때에는 그 신물(新物)의 작용(作用)은 반드시 안정체(安貞體)의 형태(形態)와 상반(相反)하는 것이오, 만일 상반(相反)치 아니하면 이는 현상(現狀)의 인순(因循) 또는 연장(延長)이오, 신용(新用)이 되지 못하여 그 안정체(安貞體)는 독음(獨陰)으로 되어 궁(窮)이 된다. 그러므로 안정체(安貞體)의 속에서 발용(發用)이 반생(反生)하여 궁(窮)을 변통(變通)하나니 이와 같이 현상(現狀)의 속에서 신사물(新事物)이 현상(現狀)의 형태(形態)와 도역(倒逆)하여 반생(反生)하는 것이 곧 반역(反易)이오 역(易)에 「剛反 = 강(剛)이 반(反)한다」【註六】함이, 반역(反易)의 뜻을 말함이며, 지금에 생물체(生物體)에 변화(變化)가 일어나서 새로운 작용(作用)을 생(生)함을 생리적변화(生理的變化)라 하는 것도 또한 반역(反易)의 일현상(一現象)이다.
삼역(三易)의 형태(形態)를 공간(空間)과 시간(時間)의 관계(關係)로써 보면, 변역(變易)은 시간적(時間的) 소장(消長)을 말함이오, 교역(交易)은 공간적(空間的) 교착(交錯)을 말함이오, 반역(反易)은 공간(空間)의 속에 시간(時間)이 유행(流行)하고 있음을 말함이다. 그러나 공간(空間)과 시간(時間)은 호근(互根)하고 있으므로, 양자(兩者)는 매매(每每) 교호작용(交互作用)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