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형 이야기(작은 기적편)
형 그게 뭐야 기적이 일어났다니?
이럴수는 없어. 작년 이맘쯤 거듭남체험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에 못지 않는 일이 일어났어.
무슨 일인데? 궁금하다.
월요일에 성가대 점심 약속이 있어서 나갔는데, 목사님 내외분께서 다 나와계시고 해서 긴장하면서 목사님 앞에서 식사를 했어.
그런데 갑자기 목사님께서 점심먹고 나 일하는 사업체에 들러봐도 되냐고 하시는데, 내가 잘못들은건지 모르겠지만 아버지 지금 중국에 안계신다고 하신걸로 들었어. 어떻게 그걸 아셨는지는 몰라도 여태까지는 아버지께서 계셔서 안된다고만 했는데 마침 아버지께서 한국가신 참에 오시라고 했지뭐야.
형과 형수님 빼고 다 믿지 않는 가정의 사업체에서 목사님이 방문하시는게 쉽지는 않은 일일텐데…
응 그리고 동생이 요즘 중요한 생산 담당급 2명이 갑자기 그만둬서 고민이 많았거든. 그 와중에 정리도 안된 회사 보이기도 뭣하기도 했고.오히려 바이어 올때보다 더 신경쓰이더라고, 긴장도 많이 됐고. 기대반 우려반이지.
그건 나도 알아. 회사에서 일과 관련되지 않은 손님들 오면 오히려 더 신경쓰이더라고. 다른 의미의 중요한 손님들이니 웬만큼 정해져 있는 루틴대로 말하기도 그렇고…
그래,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우리회사의 영적상태를 보고 기도하러 오시는 거니까. 목사님은 기도할 때 그 회사를 한 번 보고 기도하는 것과 아닌것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고 하시더라고.
목사님, 장로님, 지휘자님, 전도사님 모두 갑작스럽게 오게되니까, 게다가 준비도 안된 민낯의 상태의 회사를 보여준다는게 버거웠지만 주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오라고 하신거지.
샘플실에서 목사님께서 기도를 해주시는데 평소때보다도 더 정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고, 부담되는 부분도 내려놓게 되더라고. 긴장 풀어주시려고 웃음도 주시고, 주님께서 우리회사의 허와 실을 다 아시오니 주께서 감찰하셔서 운영하시리라는 취지의 기도는 참 은혜로왔어.
목사님께서 회사운영도 기도를 통한 영감으로 잘된 이들이 있다는 예를 드셨는데, 그 때 목사님께 솔직히 내 심정을 말씀드렸지.
알겠다. 또 가족구원이야기겠지 뭐.
어, 나는 회사가 잘되는 것보다 가족들이 모두 예수님 제대로 믿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니. 목사님은 그것은 기도의 분량이 차야된다는 말씀을 하셨어. 어느정도로 기도의 공덕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셨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막내 동생 4살배기 딸이 요즘 유치원에서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서 배워서 매일 기도하면서 밥을 먹고 하나님 사랑에 대해 막내제수씨에게 가르친다는 얘기가 생각나더라고. 목사님께 말씀드리니 작은 영혼들을 통해서 오히려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구원을 하신다는 말씀에 감사했어.
그리고 목사님께서 생산부에 내려가 생산을 총괄하는 막내동생과 인사를 나누시면서 동생에게 다 잘될거라고 말씀하셨어. 무슨 말씀인지는 잘 모르고 의례적인 인사치레겠거니 하면서 목사님 일행분들을 다 보내고나서 자리에 되돌아오니 CBS 라디오 JOY4U에서 찬양의 숲 첫 음악이 나오고 있었어. 오늘 김윤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첫 날이었는데 때마침 김윤주 아나운서가 전도서 3장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참 많이 와닿았어. 목사님이 우리 회사에 온다고 하신지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서야 성취되었으니…
근데 뭐가 기적이라는건지 잘 모르겠어.
급하기는. 막내동생이 그러는데 목사님이 기도하고 가신 후 생산과 본드 담당 2명이 일하겠다고 회사에 왔다는거야. 담당이 없어서 주말내내 동생이 골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고 했는데 그 일이 기막히게 해결된거지. 여기서 담당 금방 구하기 힘들거든목사님이 다 잘될거라는게 이렇게 구체적이고 명확한 일로 나타날지는 생각지 못한거지.
아, 그러니 목사님이 기도하시고 나간 후 바로 그렇게 필요가 채워졌구나. 상당히 동화 같은 이야기네.
나도 삯꾼 목사들만 많이 봐오다가 진짜 목사님을 보니까 잘 적응이 안돼. 이게 뭔지. 그리고 삶의 실체적인 부분이 다 기도와 연관되어 있고, 나와 관련 없는 능력의 부분을 누군가가 내 팔을 붙잡고 대필한다는 느낌이랄까. 서예에 비교하자면 처음에는 팔에 힘을 주지만 내 팔에 힘을 뺄수록 글자가 좋아짐을 깨달으니 힘을 빼게돼. 이번일도 마찬가지야.내 능력 밖의 일이 이루어지고 나서는 아 그게 하나님의 뜻이구나 하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돼. 내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니까. 그냥 어 어 어 하다가 이게 도대체 뭔가하다가 일이 되네?하는 느낌이지.
그래도 형 설레발 안되도록 잘지켜봐. 막내 동생 내외 교회가기가 쉽지는 않을 거야.
과연 그럴까? 나는 오히려 앞으로가 더 기대돼. 게다가 내일 교회분들이 와서 붕어빵을 직접 구워서 회사 공인들에게 나누어주신다고 하니 설레어.
배경음악:다윗과 요나단 주만 바라볼찌라, 바흐 / 칸타타 147번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 중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 톤 코프만(지휘),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 & 합창단
배경그림:The Miraculous Draught of Fishes (La pêche miraculeuse), 1886~1894, Opaque watercolor over graphite on gray wove paper, 17.1 x 24.6 cm 제임스 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