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의 변화하는 북한읽기 8 - 달라지는 북의 패션
■ 달라지는 북의 패션
짧아진 치마길이, 다양해진 액세서리
실용성과 맵시 동시에 추구
지난 7월 5일 오전 9시 평양 고려호텔 앞으로 검은색 치마에 흰색 브라우스를 입은 여대생이 걸어왔다. 가슴에 달린 배지를 보니 인근에 있는 평양의학대학 학생이다.‘ 친머리’(커트머리)에 노트를 보며 걷는 모습이 남쪽의 여느 대학생과 구별이 되질 않았다. 옆에 있던 북측의 여성안내원도 역시‘친머리’스타일이다.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친머리' 유행
▷평양에‘친머리’를 한 여성들이 많이 늘었네요.
“요즘 젊은 여성들은 실용성을 추구합니다. 머리가 길면 아무래도 거추장스럽죠.”
▷화장도 예전에 비해 진해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예술인들이 화장을 짙게 했는데, 최근에는 20∼30대 여성들 중에도 화장을 짙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수입된 화장품을 썼다가 독해서 부작용이 난 경우도 많아요.”
▷멋을 내는 여성들이 참 많아졌어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 예전에 비해 참 세련됐지요.”
실제로 최근 평양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세련된 패션을 한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 동행했던 윤경로 한성대 총장님도 “4년 전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여성들의 패션이 가장 많이 변한 것 같다”며 “옷 색깔도 다양해지고 반지, 목걸이를 해서 멋을 부린 여성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해 평양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평양국제상품 전람회에 도우미로 나온 여성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한복과 길게 늘어뜨린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한복도 저고리 동정 밑에 자수가 놓여 있는 등 예전에 비해 색깔이나 디자인이 다양해졌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쌍꺼풀 수술을 한 여성봉사원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4년 전인 2002년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북측 여성취주악단의 한 단원과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북측 여성 중에 쌍꺼풀 수술을 한 여성이 많이 눈에 띄네요?
“우리는 쌍꺼풀 수술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공을 거부하고 자연미를 중시합니다.”
▷북한에서는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는데, 쌍꺼풀 수술도 무료로 합니까?
“(반색을 하며) 그렇습니다. 우리 공화국에서는 완전 무상의료이기 때문에 쌍꺼풀도 공짜로 합니다.”
▷아니 조금 전에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사실 눈썹이 눈을 찌르거나 하면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외봉사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희망하면 국가에서 수술을 해줍니다.”
같은 직장의 봉사원들이 함께 가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남쪽과 마찬가지로 수술 후 부작용도 있다. 2003년 9월 말에 남쪽 방문객들이 자주 가지 않는 어느 식당에 가니 모든 여성봉사원들이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눈썰미가 없는 사람도 금방 알아볼 정도로 티가 났다.

▶ 최근 북한 여성들의 한복 색깔이 화려해지고 귀걸이, 목걸이 등의 장신구 착용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6월 6.15 민족통일대축전이 개최된 광주를 찾은 북녘 여성들.
목걸이, 귀걸이 하는 여성 늘어
북한에서도 얼굴과 차림새에 관심을 갖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는 셈이다. 요즘 평양에서는 액세서리를 착용한 여성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 과거에는 영화배우들이나 목걸이, 귀걸이를 했지만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보편화되고 있다. 간간이 손톱에 색을 입힌 여성들까지 생겨났다. 평양 여성들의 패션이 과감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겨울, 유행을 이끄는 평양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낙타색(베이지색) 외투와 솜옷(파카)이 유행했다고 한다. 색깔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일대 변화가 나타났다. 평양시인민위원회 편의기술준비소 홍복순(41) 재단사는 최근의 패션 경향에 대해“옷선이 몸에 붙어서 몸매를 곱게 살리는 형태가 유행”이라고 했다. 몸매를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윗옷 길이는 짧아지고 외투나 치마 길이는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한마디로 ‘겉보기 중시’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구매자들이 편한 옷을 주로 찾았는데 3년 전부터 옷맵시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젊게 보이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평양거리에는 바지를 입은 여성들도 가끔씩 눈에 띄었다. 치마 길이도 짧아졌다. 북한의 여성들이 실용성과 맵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에서는 “생활에서의 편리함과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장하려는 심리적 요구가 많이 반영된 추세”라고 설명한다. 북한 조선옷협회 정근명(50) 서기장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발행 월간지《조국》8월호와의 인터뷰에서“지난 시기 일상옷에서는 될수록 형태선(디자인)을 풍만하게 주는 것이 특징이었지만 최근 시기에 와서는 점차 실용미가 결합되면서 간결한 조화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 북한에서 '세알양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15통일축전 참자 차 광주에 내려온 북측 대표단.
옷차림의 변화는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남성들의 바지모양도 몸에 붙지 않는 헐렁한 통바지에서 폭이 좁은 직선이나 나팔바지로 변했고 길이도 짧아졌다. 양복은 ‘세 알짜리’단추형태가 인기다. 지난 5월에 만난 북측의 한 안내원은 단색이 아닌 체크무늬가 들어간 양복을 입고 있었다.“ 양복이 특색있다”고 하자 그는“각자의 취향에 따라 양복스타일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옷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직장의 제복에서도 나타났다. 평양제1여관(호텔) 찻집에는 세 종류의 의례복이 있어 여성봉사원들이 그날 그날 자유로이 선택한다고 한다. 봉사원들은 평양시내에서 이름난 양복점을 찾아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봉사복을 해 입기도 한다. 지난 2월에 만난 호텔 찻집의 한 여성봉사원은 설 명절을 맞아 한껏 멋을 낸 드레스풍의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평양 남성 사이에서 '멋내기안경' 유행
또 여름철에는 색이 들어간 안경과 선글라스가 유행한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평양안경상점의 주 고객은 노인들이나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평양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안경을 ‘멋으로’ 끼고 다니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평양안경상점 지배인 송성희(52) 씨는 “최근 몇해 사이에 안경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일 정도로 늘어났고, 안경을 찾는 손님 계층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머리모양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친머리’, 중년층에서는 파마머리가 인기다. 여성들 사이에《아름다운 머리 100》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평양 여성들의 다양해진 취향과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에는 짧은 머리, 중간 머리 등 창광원의 미용사들이 창안한 100여 가지 머리형태와 방법들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과거 10∼20가지 머리유형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일반화됐다고 말하기 힘들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남자의 경우 인민복과 검은색 양복, 여성들의 경우 치마저고리가 차림새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할 만한 현상은 패션이 다양해지고 있고, 그러한 다양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멋과 맵시를 내기 위한 액세서리는 주로 시장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한다.
▷화장품은 주로 어디서 삽니까?
“보통은 집에서 가까운 시장에서 삽니다. 신의주화장품공장이나 평양화장품공장에서 나온 화장품은 고급으로 칩니다. 이보다 더 고급 화장품은 중구시장이나 통일거리시장에 가면 살 수 있어요.”
▷옷은 어디서 구입합니까?
“과거에는 외국에 출장을 가거나 무역하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시장에 가면 없는 게 없으니까요.”
▷중국에서 들어온 물품이 많나요?
“중국제가 많습니다. 그런데 품질이 좋지 않은 게 많아요. 머리핀이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는 우리 것도 괜찮은 편이에요.”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나요?
“아주 특별한 경우 외에는 귀걸이 하는 여성이 많지 않아요. 귀걸이를 하더라도 너무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면 일없어요(괜찮아요).”
지난 7월에 만난 북측 여성안내원의 설명이다. 가정 주부인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장에 간다고 한다. 물론 북한 내부에서는 ‘다양성’을 뛰어넘는 자본주의식 치장에 대해서‘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2년 9월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선노동당의 고위간부들과 나눈 담화에서 겉멋만을 추구하면서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경향을 비판한 바 있다.

▶ 남성들 사이에서는 멋내기안경(선글라스)이 유행이다. 사진은 2004년 평양에서 만난 북한시민의 모습.
“지금 녀성들은 치마저고리를 잘 입으려 하지 않으며 옷차림이 별나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민족 옷을 입기 싫어하고 얼럭덜럭한 옷을 입고 다니기 좋아하는 것은 그저 스쳐지내보낼 문제가 아닙니다. 녀성들 속에서 우아하고 보기좋은 조선치마저고리를 입는 것을 적극 장려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비판은 역으로 북한 사회 안에서 한복보다 양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이긴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복장을 한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하기 위해 옷차림에서 ‘우리식’을 강조하는 북한 사회지만 최근 경제여건의 개선과 경협을 비롯한 사회·문화교류의 증가로 인한 패션의 다양화와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탈북자들이 한국와서 하고 다니는거보면 적응 완전 빠르던데.. 저기서 어떻게 참고 사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