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무서워 보험 가입하는 교사들
학생-학부모의 폭행-성희롱 등 늘자 교사 7000여명 ‘교권침해 보험’ 가입
가입자 74% 女… “비상시 안전장치”
공적구제 조건 까다로워 유명무실 “교권보호 제도 한계에 사보험 의존”
서울의 7년 차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지난해 교권침해 대비 보험에 가입했다. 동료 교사가 학생의 계속된 욕설에 스트레스를 받아 통원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본 뒤였다. A 씨는 “병원 치료 외에 학부모 민원 등의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도 생긴다”며 “그럴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교권침해가 늘면서 교권침해 보험 가입도 증가하고 있다. 올 9월 기준 교사 7025명이 이런 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 학생 스토킹에 보험금 받는 교사
교권침해 보험은 하나손해보험이 운영하는 ‘교직원안심보험’ 상품에서 특약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월 2000원 정도를 추가하면 가입할 수 있다. 각 학교가 운영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침해 사실을 인정하면 교사들은 최대 1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6일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받은 ‘교직원 안심보험 가입 및 보험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477명이던 교권침해 특약 가입 교사는 2019년 4283명을 거쳐 지난해 6739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에 이미 7000명을 넘었다. 특약 가입자의 74.4%(5232명)가 여성이다.
2018년부터 올 8월까지 4년 8개월 동안 교사 297명이 교권침해 특약으로 보험금을 받았다. 지급 금액은 7억7100만 원이었다. 2018년 한 해에 8명에 그쳤던 보험금 수령자는 2019년 95명까지 늘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 62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79명이 교권침해 보험금을 수령했다.
보험금을 받은 교권침해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폭언이 1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명예훼손(63건) △지시불응 및 위협(42건) △폭행(21건) △성희롱(19건) 순이었다. 심지어 학생의 스토킹으로 인해 1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 간 교사도 한 명 있었다.
○ 늘어나는 교권침해에 “공적보상 늘려야”
교육계에선 교권침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교사 개인이 사보험으로 대비하는 것이 문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학생 및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2020년 1197건이었던 게 지난해 2269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1학기에만 1596건이 발생해 2학기를 포함하면 연 30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교사가 교권침해로 인한 병원비나 소송비를 공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침해를 인정하면 교사는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병원비를 받을 수 있다. 학부모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때는 각 시도교육청이 가입한 교원배상책임보험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학교안전공제회는 입원비만 지원해 준다.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은 각 시도교육청별로 보상 범위가 다른 데다 교원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지급되지 않는 등 지원 조건도 까다롭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공공 영역에서 교권침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보니 교사들이 각각 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배상책임보험의 보상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