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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가슴에 쇠말뚝을 박다.
필자는 직장생활(한전)을 할 때인 1992년도에 제주에서 20개월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한 지역에 오래 근무하면 타성에 젖어 썩는 다고 깨끗하게 한답시고 일정기간 타 지역 근무를 의무적으로 시키는 케이스에 걸려 서울을 무조건 떠나야 하기 때문에 낚시를 좋아하여 바다낚시를 한 번 원 없이 해 보고자 가까운 경기도나 충청도를 마다하고 제주도를 점찍어 선택했던 것이다.
근무하는 위치는 한전제주지사(도청 옆 2번째 건물)이고 사택은 5km이상 떨어진 제주시 동편 변두리인 삼양동 북제주화력발전소 옆에 있는 사택이었다.
삼양동에서 제주시를 벗어나 조금 더 동편으로 달려가면 함덕 해수욕장이 나오는 곳이다.
물론 제주인이 제주를 소개하면 더 정확하다.
그렇지만 그런 소개는 객관성이 떨어지고 외지사람이 본 느낌을 적는 게 제주를 이해하는 데 는 더 적합할 것 같다.
몇 단원으로 토막을 쳐서 소개하고자 한다.
1, 바다낚시
제주에 가기 전에 서울에서는 민물낚시만 했었다.
낚싯줄을 드리우고 찌를 바라보다가 찌가 솟구치는 찰나에 앞으로 낚싯대를 한번 잡아 다녀 고기가 물린 것이 느껴지면 그 다음부터는 서두를 것이 없다.
천천히 건져 올리면 된다.
바다낚시를 그렇게 했더니 번번이 꽝이었다.
한번은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는 데 위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이 “아저씨 육지에서 오셨지요?”한다.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렇게(앞으로 당김) 챔질을 해가지고서는 100발100꽝이란다.
그러면서 찌에 신호가 느껴지면 낚싯대를 사정없이 하늘을 향해 치켜들란다.
그렇게 했더니 100발100중은 안 되어도 100발 50중은 되었다.
바닷고기는 돌 틈에 숨어있다 솟구쳐 올라와 미끼를 물자마자 바로 돌 틈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앞으로 끌어당겨 가지고는 고기가 걸리지도 않고, 걸려도 돌 틈에 처박혀 낚싯줄만 끊긴다.
요새는 낚시 TV가 있어 사전에 충분한 지식을 갖출 수가 있으나 그때는 그게 없고 주워듣거나 경험으로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
2. 갯바위에서의 일몰
이 얘기 우습게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제주갯바위는 모두 다 새까맣다.
날이 흐린 날 주변에 인가도 없고 전등불도 안 보이는 곳에서 일몰을 맞이하면 단 10cm 앞에 있는 것도 안 보인다.
두 눈을 가린 것이나 똑같다.
모든 것을 손으로 더듬어서 길 까지 나와야 된다.
잘못하다가 바닷물 속으로 처박히면 그만이다.
물론 집들이 바라다보이고 전등불빛이 보이면 그것을 목표로 삼아 나오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바위는 울퉁불퉁하고 레미콘을 확-뿌려 굳혀놓은 바위 같다.
간신히 더듬어 길까지 나오기는 했는데 집에 와서 정강이가 쓰려 옷을 벗고 봤더니 양쪽 정강이가 걸레가 되어있고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큰집에 불려가서 쪼인트를 깨진 mbc 김재철의 정강이가 그랬을 것이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짓말이라고 할 것이지만 사실이다.
3. @?$#&?
제주에 내려 간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퇴근하자마자 낚시가방 들러 메고 허겁지겁 갯바위로 달려가는 중간에 웬 시멘트 불럭으로 막 지은 조그만 오두막건물이 하나있다.
옛날 농촌의 산 귀퉁이에 있었던 상여 집을 연상하면 된다.
그 앞을 막 지나는데 웬 할머님 한 분이 통 알아들을 수가 없는 제주도 원어로 나를 향하여 뭐라고 쏴대고 계셨다.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들어도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갯바위에서 먼저 낚시를 하던 내 또래의 사람이 내가 그 옆에 자리를 잡자 아까 할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뭔지 아느냐고 묻는다.
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저 조그만 집이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와서 옷을 갈아입는 곳으로 길이 나 있어도 남자들은 그 앞으로 절대로 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 처음 오신분인 것 같아 자기가 앞으로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까 그 할머님이 하신 말씀은 “대갈빼기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남의 늙은이 것을 공짜로 보려고 든다.”고 꾸짖는 말씀이라고 했다.
“아하-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그 다음부터는 그 오두막집 옆으로는 얼씬도 안 했다.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그 앞에서 늙은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몇 분간 물질을 하고 올라온 해녀는 꼭 무슨 호루라기를 부는 것 같은 “휘-”, “휘-”하는 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그게 물위로 올라온 해녀들 간에 서로 멀리 흩어지지 말자고 호루라기를 불어 신호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한 1년 지난 다음에 물어보니 그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숨소리란다.
이건 경험하지 않고서 듣기만 해 가지고는 모른다.
얼마나 숨을 참았으면 그 숨소리가 꼭 호루라기를 세게 부는 소리 같이 들리겠나!
3. 용천수
제주해변에는 돌 틈에서 민물이 콸콸 쏟아지거나 솟구쳐 나오는 곳이 아주 많다.
제주도 사람들은 한라산 꼭대기 백록담에서 500년 전에 스며든 물이 500년이 지난 기금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하나, 허풍이 많이 낀 말이다.
여름철에 보면 낮은 곳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1m이상 높게 차는데 비가그치고 나서 10분만 지나면 다 스며들고 없다.
제주도 전체가 거대한 스펀지로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그 갯바위 틈에서 분출되는 민물을 “용천수”라 부르며 사시사철 16도(?18도)로 일정하다.
그 용천수를 바위 돌로 울타리를 둘러치고 동네마다 노천 목욕탕을 만들어 놓았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여름철에 2분 이상을 그 안에서 버티지 못한다.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이가 딱딱 부딪히고 오금이 저려온다.
한 2분간 들어가 있다 나오면 서너 시간 동안은 더위를 못 느낀다.
겨울철에는 미지근하여 세수를 하기에 딱 알맞다.
내가 살고 있던 삼양동의 사택에서 2분 거리 삼양해수욕장 바로 옆에도 이런 용천수를 이용한 노천 목욕탕이 하나 있어 여름철에는 자주 이용을 했다.
삼양해수욕장은 함덕이나 중문해수욕장 같이 이름난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제주에서는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몇 개 안 되는 검은 모래로 된 해수욕장이다.
2003년인가 4년도에 제주도를 갈 일이 있어 예전에 사택을 일부러 가 보았더니 촌마을이었던 곳이 대도시가 되어 있었고, 내가 여름철에 더위를 식혔던 노천 목욕탕은 현대식 건물이 둘러싼 목욕탕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제주 자연 갯바위는 이렇게 하나하나 사라져 가는 것 같았다.
4. 제주의 상수원보호구역
육지에서의 상수원보호구역은 댐이나 호수 등 수돗물의 원수를 저장하고 있는 저수지와 그곳으로 물이 흘러드는 주변지역을 말한다.
물론 제주도에도 극소수의 저수지가 있기는 하나 물이 빠른 속도로 스며들어 저수지 물로 상수도를 공급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제주의 상수원보호구역은 바닷물과 접한 해변이다.
용천수가 많이 배출되는 해안가에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 바닷물 수심이 2m 정도 되는 곳에 콘크리트 담장을 세워 바닷물의 유입을 막으면 자연스럽게 담장의 안쪽에는 민물이 고이고, 담장 밖에는 바닷물이 차 있다.
이게 민물과 바닷물 간의 염도에 의한 비중의 차이로 자연스럽게 담장 안 쪽에는 민물만 고이는 것이다.
이 민물을 끌어 올려 부유물을 여과해 내고 바로 수돗물로 공급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 수돗물에서는 서울 수돗물에서 나는 약품냄새가 거의 없고 생수나 다름없으므로 바로 마신다.
제주해변 전체는 용천수가 솟구치지 않는 곳이라 해도 이런 시설(콘크리트 담장)을 하면 민물을 고이게 할 수가 있다.
제주도 토박이들 중에는 바닷물 속으로 잠수하여 들어가서 물을 마시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바다 속 바위틈에서도 용천수가 솟구치는 곳이 많다고 하며, 그런 물을 잠수해 들어가서 직접 마시고 나오는 것이다.
요즘에는 인구와 대형업소가 많아 대대적으로 지하수를 개발하여 상수원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5. 제주인의 육지인에 대한 시각
별로 좋지 않다.
솔직히 말해 나쁘다.
물론 개인 대 개인 간은 다르지만 육지인 전체에 대한 시각은 그리 좋지 않다.
그게 옛날부터 좋지 않은 역사가 쌓여서 그렇게 된 것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 말 몽골족(원)의 침략을 받았을 때 육지는 다 항복을 하였고 진도에서 끝까지 저항하던 삼별초 군이 제주로 건너가 끝까지 저항을 하다 옥쇄하였다.
그때 몽골족이나 그들을 따라간 고려군이 제주 인을 상당히 학대 했던 것 같다.
그 좋지 못한 감정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제주 사람들 간에 가장 심한 욕이 “몽골새끼”(몽고 놈이라는 뜻으로 정확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음)다.
몽골에 대한 원한이 얼마나 뼈에 사무쳤기에 1,0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몽고 놈”이라는 말이 가장 심한 욕이겠나?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계속 탐관오리만 제주로 내려 보냈다.
육지에서 제주에 내려 보낸 벼슬아치치고 자신의 고향이나 한양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난한 제주사람들의 가죽을 벗겨 서울에 있는 더 큰 벼슬아치들에게 뇌물을 안 바친 놈이 없었던 것이다.
그 감정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거기에 제주 4.3사건은 내 짧은 지식으로 덧붙여 말 할 필요도 없다.
서울이나 한전 본사와 무슨 의견충돌이 있을 때 전화를 끝내고 나면 서울사람인 내가 듣고 있는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육지 놈들”이라는 욕을 서슴지 않고 해댔다.
제주는 항상 육지로부터 일방적으로 수탈만 당했던 것이다.
한 나라 한 백성이지만 육지인에 대한 원한이 서리고 서린 곳이다.
6. 제주인의 가슴에 쇠말뚝을 박다.
지금 거의 모든 제주인의 반대를 무릎 쓰고 구렁비 바위를 폭파하고 있다.
범죄를 넘어 천인공노할 죄악이다.
아무리 제주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 해도 군사작전을 하듯이 저런 방법으로 밀어 붙여서는 안 된다.
제주도민과 강정마을 사람들이 우리 해군이 토벌해야 할 철천지원수 왜구이거나 북녘오랑캐란 말인가?
지금 강정에서 해군이 벌이고 있는 만행은 군항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육지라면 한이 맺힌 제주 인들에게 최후의 결정타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구렁비 비위에 박는 쇠말뚝은 바로 제주인의 가슴에 쇠말뚝을 박고 있는 것이다.
아-!
구렁비 바위여!
강정마을이여!
제주도여!
이 해군기지가 그대로 건설된다면 앞으로 나는 다시는 제주에 가지 않으리라!
무슨 낯으로 제주를 다시 찾는단 말인가?
첫댓글 제주를 사랑하고 강정을 걱정하는 국민의 가슴입니다... 천벌을 받을겁니다... 개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