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여배우들도 머리카락 자르며 ‘히잡시위’ 연대
쥘리에트 비노슈 등 “자유를 위하여”
로마-런던-마드리드 동조시위 확산
이란 10대까지 반정부시위 동참
최고지도자 사진 향해 “죽음을”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왼쪽 사진)가 5일 인스타그램에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후 의문사한 이란 여성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아자니(가운데 사진)와 마리옹 코티야르도 이날 머리카락 자르기 운동에 동참했다. 사진 출처 비노슈·아자니·코티야르 인스타그램
지난달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이란의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에 연대한다는 의미로 세계 각국 유명 여성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속속 자르고 있다. 머리카락 자르기는 지난달 28일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사망한 이란 남성의 여동생이 오빠를 추모하기 위해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라 오빠의 관 위에 흩뿌리는 장면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대표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는 5일 “자유를 위하여”라고 외친 후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낸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잘라낸 머리카락을 흔든 후 이란인의 자유를 위한 연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명 배우 이자벨 아자니도 인스타그램에 ‘자유를 위한 머리카락(#HairForFreedom)’이란 해시태그를 붙여 머리카락 자르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랑스 여배우 마리옹 코티야르 역시 자신의 머리를 자르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비노슈와 아자니의 영상도 공유했다. 코티야르는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이란의 용감한 여성과 남성을 위해.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정치권도 동참했다. 이라크계인 스웨덴의 아비르 알사흘라니 유럽의회 의원은 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이란 여성이 자유를 찾을 때까지 연대하겠다”며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는 쿠르드어로 “여성, 생명, 자유”도 외쳤다. 이탈리아 로마,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는 동조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 현지에서는 10대들까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5일 로이터통신 등은 현지 소셜미디어에 10대 여학생들이 교실에서 이슬람 혁명을 통해 이란을 신정일치 국가로 만든 호메이니, 현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을 모두 벽에서 떼어내는 영상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히잡을 벗은 채로 두 지도자의 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고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10대들의 시위 참여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채 4일 발견된 또래 학생 니카 샤카라미(17) 사건 이후 급속히 늘고 있다. 경찰에 끌려간 후 3일 만에 숨진 아미니와 달리 샤카라미는 언제 누구에게 숨졌는지 등 사망 경위가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시위대의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란 당국은 주요 대학의 캠퍼스 내에 보안군을 배치하는 등 강경 진압을 멈출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