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Life, 12월의 일기, 친구 이야기/epilogue
“가마치 통닭집으로 나오세요.”
“싫어요.”
“왜 싫어요?”
“날씨도 춥고, 길도 미끄러워서 싫다고요.”
“통닭 한 마리 드시라고요.”
“저녁 안 드셨어요?”
“먹었지요.”
“그러면 됐지, 왜 또 통닭을 드시려고 그래요. 그 똥배는 언제 빼려고 그러세요. 그냥 집으로 들어오세요.”
“내가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드시라고요.”
“저는 됐어요. 늦은 밤에는 아무 것도 안 먹어요. 그러잖아도 옷이 안 맞아서 입을 옷이 없는 판인데...”
“그래도 남편이 먹자 하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생각하고 좀 따라줘야지, 무슨 고집이 그리도 세냔 말이오.”
“거기에 왜 고집을 갖다 붙여요. 정 그러시면, 한 마리 사오세요.”
“통닭만 먹자는 것이 아니잖아요. 생맥도 한 잔 해야지요. 당신 좋아하는 생맥주 말이오.”
“참말로 귀찮게 하네요. 그러면 맥주도 사오세요.”
“에이 참! 알았어요.”
“진작 그럴 것이지.”
지난 2022년 12월 13일 화요일로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 친구들의 송년 모임이 있던 그날 밤의 일로, 모임을 끝내고 점촌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문경터미널에 도착했을 즈음에,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그렇게 통화를 했다.
나는 나 혼자서 그 친구들과의 송년모임에 다녀온 것이 미안해서 아내를 바깥으로 나오게 하려고 집요하게 꼬드겼고, 아내는 내 그 꼬드김에 안 넘어가려고 바득바득 우겼다.
결국은 내가 이겨내지를 못하고 아내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20여 분을 기다려 통닭 한 마리를 사들고 그 집을 막 나서는데, 아내가 그 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안 나오겠다고 버티던 아내였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던지, 서둘러 나온 것이었다.
말과는 다른 처신을 한 아내가 고마웠다.
제대로 자리를 잡고 앉아, 500cc 생맥주 한 잔을 건배했다.
그리고 미주알고주알 이날의 내 행보를 몽땅 털어놨다.
솔깃하게 듣는 아내였다.
내 말을 들어주는 아내가 또 고마웠다.
오순도순 행복한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첫댓글 깨가 쏟아지내!
생맥주가 이제는 부담스러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