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특수청소 알바 다녀온 후기

[이장◁◁]

갑자기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특수청소하는 친구한테 부탁했더니

알바 4명 뽑았는데 4명 다 도망 갔다고 새벽에 일하나 있는데 오겠냐 길래 바로 튀어 나감

포터 타고 새벽 2시에 출발

가면서 친구한테 어떤 청소를 하는지, 왜 새벽에 일하는 건지 물어봄

오늘 내가 가는곳은 자살 현장 이고

새벽에 나가는 건 집주인이 소문 나면 새 입주민 안 오니까

최대한 입소문 안나게 조용히 치워 달라고 요청해서라고 함

사람이 죽은 장소를 간다는 게 좀 무서웠지만

그래도 친구한테 내가 부탁해놓고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말하는 건 너무 염치없는 짓이고

나도 진짜 돈이 급하니까 이번만 눈 딱 감고 하자는 생각함

가다가 잠깐 졸았는데 친구가 도착했다고 깨워줌

내리니까 친구를 팀장이라고 부르는 아저씨 두 분이 계셨음

오늘 사람 부족해서 지원나옴 분들이라고함

들어가기 전에 잠 좀 깨우자고 편의점 가서

커피 하나 마시고 담배 하나 피우고 바로 출발함

사고가 있었던 장소는 투룸 꼭층

집 앞에서 방역복? 이랑 마스크 쓰는데

문 앞에서부터 은은하게 악취가 올라옴

살면서 처음 맡아보는 악취에 표정 굳어서 어버버 하고 있으니까

같이 올라온 아저씨 한 분이 박하사탕을 입에 넣어주심

코에 치약 바르고 약 같은 거 바르는 게 직빵이긴 한데

일하면서 땀나니까 따갑더라고 이게 차선책이라고

입에 머금고 있으면 그나마 버틸만하고

사탕 다 녹을 때쯤이면 익숙해진다고 하셨음

복장 전부 갖추고 준비 끝나니까 친구가 조용히 해야 되니까

작업 지시는 안에서 하겠다고 문 열 테니까

냄새 밖으로 새기 전에 빨리 들어가자고 함

문밖에서부터 이런데 어쩌나 싶더라..

들어가자마자 난 생각은 와 ㅅㅂ 도망가고 싶다 였음

특수 마스크 착용하고 입에 박하사탕까지 머금고 있는데 악취가 밀고 들어왔음

그리고 내가 살면서 지금까지 본 해충들 보다 집안에 있는 해충들이 더 많았음 진짜로

나는 벌레 때메 감당이 안되는데 다른 사람들 보니까 태연하게 장비 풀고있음

저게 전문가들이구나 싶더라

친구가 내 반응 보더니 나보고 니는 침대방은 들어올 생각말고

자기가 가져오라는거 가져오고 쓰레기 정리해서 내놓으면 포터에 실으라고만 함

내가 겁먹은거 보고 배려해준 듯

그 뒤로 나는 아저씨들이 이거 박스에 담으라면 담고 걍 시키는데로함

약품 같은거 장비 같은거 가져 오라면 가져 오고 쓰레기 나오면 정리해서 차에 실어두고 ..

냄새는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아서 중간마다 계속 구역질 올라옴

한참 일하면서 슬슬 손에 일이 익으니까 주변이 슬슬 보였음

고인은 나랑 같은 나이대의 남자였음

원하는 직장을 가려고 했으나 잘 안되고 다치고

이런 저런 안 좋은 일을 겪으면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신 거 같음

고인이 삶을 내려놓기 전 마지막까지 발버둥 친 흔적들이 이 좁은 방을 꽉 채우고 있었음

그런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일하면서 울컥함

몸이 힘든건 괜찮은데 정신적으로 너무 타격오는건 너무 힘들었음

한 8시간 정도 일하니까 아무것도 안 남음

모르고 보면 아무일 없었던 집 같음

한 사람의 흔적이 이렇게 사라진다 생각하니 또 가슴 아프더라

정말 두 번 다시는 못할 일 인거 같음

아저씨 두 분은 일 끝나고 입금 받자마자 바로 가셧음

친구가 밥먹고 가자는데 나는 바로 뭘 먹기가 좀 힘들 거 같다고 하니까 그냥 데려다 줌

가는길에 나는 한 번 잠깐 해본건데도 이렇게 힘든데

이런 현장오면 정신적으로 어떻게 버티냐 고 물어봄

친구놈은

이 일에 자기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함

한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의 삶을, 감정을 자기는 알지 못하기에

불쌍하니 마니 그런 생각 하지 않는다고함 그 사람의 삶을 모르고 어떤 마음이였는지

모르기에 그 선택을 존중하고 자기가 살아있을때의 아픈 기억,흔적을 정리하면

저세상 가서 그때의 흔적을 떠올리며 아프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고함

이때 되게 멋있어 보임

https://www.dogdrip.net/dogdrip/524213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