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안개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그가 말했다.
수은등 밑에 서성이는
안개는
더욱 슬프다고
미농지처럼 구겨져
울고 있었다.
젖은 기적 소리가
멀리서 왔다.
★수변
벽 속에도
벽 밖에도
담장에도 굴뚝에도
달마만 보였다.
구들장에도 서까래에도
하늘에도 땅에도
그리운 별은 또 어떻고.
버혀도 버혀도
달마는
비처럼 내렸다.
話頭를 놓았다.
달마도 벽도
간 곳이 없다.
★만추
영혼이 없는 육체를 보았습니까.
그는 영혼을 호주머니 속에 넣어둡니다.
마른 풀씨처럼
불을 붙이면
연기도 없이 지워질 몸은,
차곡차곡 접어서
서랍 속 흰 빨래 옆에 가지런히 놓아둡니다.
가끔은 주머니를 털고
술잔 속에
담배연기 속에
우리들 손등 위에 가만히
그의 영혼을 옮겨 놓습니다.
그리고는 말없이 서랍 속으로 들어가
이 세상과 분리됩니다.
우리가 그를 만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을빛
밥이 보다 요긴했던 시대
밥 때문에 상처받던 시대
사랑도 밥 앞에서는
맥 못 쓰던
그런 날에도.
흰 쌀밥으로만 보이던
원고지 빈 칸
뜯어먹으며 쓴 말
- 밤마다 푸른 잉크로
살아온 날만큼
사랑이라 적으면
눈시울 젖은 채로 죽고 싶어라
★기다림
어느 날은 속삭이듯
배꽃나무 그늘로
스미고 싶다던 그대여.
스며 그에게로
가닿을 수 있다면.
터진 꽃망울의 속살로
피어날 수 있다면.
한 꽃나무에서 다른 꽃나무로
흐를 수만 있다면
★고양이
벽에 검둥산 하나
그려넣고
밤마다 入山하는 그대를
적멸이라 부르랴.
★봄눈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뜨고요
영혼들만
새벽 안개등으로 빛나는 날
샘밭에 가면
강물처럼 흐르는 축축한
혼들의 행렬이 보이지요
안개는 슬픈 사람들의 넋이야
배추밭 뚝에서 젖은 채
흐느끼는 그대를
만나는 날이 많았습니다.
★여름
샘밭에 가면
남루한 옷차림의
노을이,
남루한 사랑이
펼쳐진다. 공복인 그대가
어루만지던 원고지의
빈 칸처럼.
그리움도 사랑도 시든 지
오래.
옛사랑은 노래가 되지 않는다.
★노을
허공에 새 한 마리
그려넣으면
남은 여백 모두가 하늘이어라
너무 쓸쓸하여
점 하나를 찍노니
세상 사는 이치가
한 점 안에 있구나.
안개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그가 말했다.
수은등 밑에 서성이는
안개는
더욱 슬프다고
미농지처럼 구겨져
울고 있었다.
★조각잠2
은유의 마을로
가고 싶다.
그곳에선 내가
소나무고, 민들레고
바람이다.
그대는 별.
사무치는 그리움되어
너에게로 간다.
벚꽃
오늘 햇빛 이렇게 화사한 마을
빵 한 조각을 먹는다
아 부끄러워라
나는 왜 사나.
★모월모일
먼 여행에서 돌아온 날
문틈에 시든 꽃 한 송이
물려 있다
그애가 왔다갔구나
★풀꽃
세상길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도 법문 같은 개소리
몇 마디쯤 던질 줄은 알지만
낯선 시골길
한가로이 걷다 만나는 풀꽃 한 송이
너만 보면 절로 말문이 막혀 버린다
그렇다면 내 공부는 아직도 멀었다는 뜻
★별
내 영혼이 죽은채로 술병 속에
썩고 있을 때
잠들어 이대로 죽고 싶다
울고 있을 때
그대 무심히 초겨울 바람속을 걸어와
별이 되었다
오늘은 서울에 찾아와 하늘을 보니
하늘에는 자욱한 문명의 먼지
내 별이 교신하는 소리 들리지 않고
나는 다만 마음에 점 하나만 찍어 두노니
어느날 하늘 맑은 땅이 있어
문득 하늘을 보면
그 점도 별이 되어 빛날 것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소중한 자료, 잘 사용하겟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쓸께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운시 주심에 감사드리며 모셔가겠습니다....^.^
소중한 자료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시네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외수님의 고운시 감사히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고운시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감사하게 쓰겠습니다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