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조용필, 모나리자 ‘10년 사랑’
[출처:신문사이트및 다음검색 종합]
이따금 신문의 부고란을 보면 아무개씨 상배(喪配)라는 말이 나옵니다.처음 그 단어를 봤을 땐 무슨 뜻인가 했습니다.알고보니 아내를 잃었을 때 쓰는 상처(喪妻)를 높여서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상처라는 낱말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자식을 잃은 것과는 또다른 애잔한 느낌이 전해집니다.동음이의어인 상처(傷處)때문일까요.마치 무언가가 마음을 심하게 할퀸,그래서 아픈 생채기로 남은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국민가수 조용필씨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지난 6일 다시 못올 곳으로 영원히 떠나버린 아내 안진현씨의 빈 자리가 그이에게는 채우기 힘든 상처인가 봅니다.94년 3월 40대의 중년에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참으로 정겨운 잉꼬부부였다고 합니다.안진현씨는 그이에게 사랑하는 아내이자 한없이 다정한 친구같은 존재였나봅니다.부고를 전하는 스포츠신문들이 약속이나 한 듯 조용필씨의 히트곡 '친구'와 '허공'을 빗대었듯이 말입니다

영원한 친구여! 안진현씨의 명복을 빌며
“미국생활을 오래한 마누라가 오히려 저보다도 한국적입니다. 외국에 나가도 김치없으면 밥을 못먹어요. 결혼한 후 얼마간은 부엌에서 혼자 밥먹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도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지녔지만 이 사람은 저보다 더 보수적입니다. 요즘은 저와 함께 식탁에서 밥을 먹는 습관을 들여 놓았습니다.”
정말 상상도 못할 안진현씨의 모습이었다. 세계적인 재벌회장들을 손에 쥐고 비즈니스를 하여 ‘호랑이’란 별명까지 얻은 그녀가 동갑내기 남편에게 이렇듯 순종적일 수 있는 것일까?“다 남편을 굉장히 사랑하기때문이지요. 남편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거지요. 음악하는사람이 예민하고 다혈질인 것은 당연하잖아요. 그런 것엔 전혀 불만이 없어요. 오히려 자상하고 따뜻한 면이 더 많고 아주 가정적인 분이세요.”
“우리 둘은 성격도 비슷하지만 식성도 비슷해요. 그이랑 전 닭고기,돼지고기는 무척 싫어하고 생선, 쇠고기를 좋아하거든요.특히 된장찌개, 우거지국처럼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하지요.음식장만은 10년째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습니다. 단지 남편이 워낙 술과 담배를 좋아해 건강을 해칠까봐 걱정이에요. 보약과 비타민제를 드리고 있지만 말입니다.”
7남매 막내인 조용필씨와 10남매 맏이인 안진현씨는 누가 보아도 천생연분처럼 보인다.‘두사람이 왜 진작 만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생길 정도로 너무나 편안해 보이는 한쌍이다. 결혼 3년이 지나도록 아직 이렇다할 부부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는 두사람. 40대에 결혼해서 언제나 신혼같은 부부애를 유지하는 비법을 조용필씨에게 물어보았다.
“결혼후 2~3년이 고비라는 이야기를 선배들로부터 많이 들어서 저도 내심 걱정을 했습니다.두번 실패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우리 부부의 싸움은 ‘소싸움’에 비유하고 싶군요.한쪽 소가 등을 돌리면 싸움이 깨끗이 끝나며, 등을 돌린 소를 다른 소가 치받는 경우가 없는 것이 소싸움 아닙니까. 제가 화를 내면, 그 이유가 비록 제게 있다 할지라도 안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합니다. 그러고는 방한쪽 구석에서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인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아내를 보면 가슴이 찡해져요.이런 마누라와 어떻게 싸움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를 이해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이 사람과 결혼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용필씨는 인터뷰 중간에 결혼은 운명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그렇다면 비록 조금 늦게 찾아왔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은 그에게 최고의 반려자를 선물한 운명에게 감사를 해야할 것 같다.
“결혼 초부터 자녀계획은 없다고 밝혔고 지금도 자식에 대한 욕심이 없습니다. 어린아이를 보면 예쁘지만 이젠 저와 아내를 위해 살고 싶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볼때 오직 음악에만 열정을 쏟느라 저자신을 너무 혹사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식들도 크면 결국 부부만 남는 법, 제게는 마누라밖에 없어요. 그러니 지금부터 마누라한테 잘해야겠죠? 늙으면 결국 꼬랑지 내리고 마누라에게 기댈테니까요(웃음).”
조용필씨는 언젠가는 로드 스튜어트가 아내를 위해 곡을 썼듯이 자신도 모든 남편들이 아내에게 주는 마음을 대표해서 아름다운 곡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식이 없는 이상,재산을 물려줄 필요도 없으니 자신이 죽는 그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랑하는 반려자를 먼저 떠나보낸 조용필씨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조용필씨!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노래로,저는 늘 행복했는데 정작 당신이 슬퍼할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군요.
고작 한다는 말이 십여년전 풋내기 기자의 과욕으로 당신을 힘들게 한 것을 사과한다는 것밖에는요.
부디 힘을 내십시요.
'모든 남편들이 아내에게 주는 마음을 대표해서 아름다운 곡을 만들겠다'고 하신 당신의 마음을 언제까지나 기억하렵니다
“나무가 되어,흙이 되어 살아가겠습니다.” 지난 94년 국민가수 조용필은 안진현씨와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그 약속을 영원히 지키며 살 것 같던 두 사람이 안진현씨의 별세로 이별했다. 하지만 그 이별 뒤에 남은 것 역시 두 사람의 두터운 약속일 것이다. 이 부부의 10년간에 걸친 사랑이야기는 이제 사진 속에서도 영원히 퇴색하지 않을 아름다운 흔적으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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