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아파트 친목계가 매달 열리고 있습니다.
12월엔 한 해를 마감하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좀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자며 학여울역에 위치한 뷔페식당 '드마리스'에서 모임을 하자고 했습니다.
견물생심이라 보면 또 과식하게 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줄 서서 갖다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 시끄러움...
뷔페식당을 선호하진 않지만, 계원 연령대가 한창인 50대로 그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점심 식사가 1인당 29,800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인데도 그 넓은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어림잡아 100미터도 더 될성싶은 긴 중앙길 양편엔 음식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 안쪽엔 식탁과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자리는 가장 안쪽이었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다 먹으면서 큰소리로 이야기하느라 참 어수선하고 시끄럽습니다.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면 들리지 않으니까 큰 소리를 내게 되고 다른 팀들도 연쇄적으로 더 큰 소리를 내게 되어 연말의 우아한 식사 분위기는 애초부터 기대하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음식은 화려한 모양의 한식, 일식, 양식, 중국식, 국적불명의 음식들로 가득가득 차려져 있었습니다.
너무 여러 가지 많은 음식을 보는 순간 뒤범벅이 된 음식 냄새로 인해 식욕은 저만치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기대에 차서 아침 식사도 거른 상태라 뭐든 먹어야겠기에 쟁반을 들고 긴 줄 뒤에 섰습니다.
무엇을 담아야 할지 고심할 여유도 없이 뒷사람에게 밀리며 몇 가지를 담아 자리에 와앉았습니다.
아우님들은 이런 곳엔 익숙한 듯 생소한 음식들을 담아왔습니다.
길게 선 줄이 일식 앞에서는 줄어들지 않았고 오래 기다려야 했습니다.
가장 연장자인 나를 위해 다른 쟁반에 음식들을 더 담아왔다고 해 그 정성을 생각해서 맛있는 척하며 먹어야 했습니다.
내륙지방이 고향인 나는 어릴 때부터 생선을 많이 먹지 못해서인지 비린내 나는 생선과, 그중에서도 특히 익히지 않은 '회'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지런한 아우님이 직접 구워온 쇠고기를 쌈 채소에 싸먹는 맛은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나는 그냥 한자리에 앉아서 후식까지 먹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넓고 복잡하고 시끄러워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 나이엔 한 가지를 먹더라도 조용히 앉아서 갖다 주는 음식을 조근조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우아하게 먹기를 원합니다.
역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되어있는 뷔페식당이었습니다.
첫댓글 어제 저녁에 남편이 저녁 먹자고, 시내에 있는 뷔페로 가자고 했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러가지를 같이 먹으니 다녀 오면 매번 탈이 났어요. 그리고 가격에 비해 먹는 양은 얼마 안되니 이또한 좀 ...
그래서 여의도에 있는 칼국수와 수육으로 유명한 음식점에서 조용히 따뜻하게 송년회 했어요.
선배님 말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제는 너무 많은 음식, 시끄럽고 번거로운 장소는 이제 불편하고 가고 싶지 않아요...
맞아요.
평소에 먹지 않던 여러 가지 음식을 함께 먹으면 배탈나기 쉽지요.
남편분과 함께 조용하고 따뜻하게 송년회를 하셨군요.
을미년 새해엔 소원성취하시고 경사가 가득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젊은이들이 초대하는 곳은 이것 저것 다양하다고 많이 드시라고 꼭 뷔페식당으로 잘 초대를 하는데
나 역시 접씨 들고 밀리면서 왔다 갔다 하면서 한점씩 먹다보면 서로 오봇이 쳐다보면서 정도 못 나누고
헤여지는데 ....한곳에 앉아 서로 얘기 나누면서 먹는 식당이 훨씬 좋아요. 모두 같은 생각이네....
나이에 따라 선호하는 식문화가 다르지요.
한가지를 먹더라도 대접 받으면서 조용하고 오붓하게 먹는 데가 좋아요.
언니,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소원성취하시고 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