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에 묘지명(墓誌銘)이 한 군데 있는데, 야곱의 집 노 유모의 장사를 지낸 이야기와 그 묘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리브가의 유모 드보라가 죽으매 벧엘 아래 상수리나무 밑에 장사하고 그 나무 이름을 알론바굿이라 불렀더라(창 35:8)’
알론바굿이란 말은 ‘눈물의 상수리나무’라는 뜻이다. 신구약 성경 속에 130여 명의 각양의 크고 작은 여인들과 선하고 악한 여인들이 나오는데 그 묘지명이 명명된 곳은 리브가의 유모의 묘지뿐이다.
구속사의 원천 가족 야곱(이스라엘)의 집의 한 노예 노파가 죽어서 온 가족이 슬피 울고 상수리나무 아래 묻은 이야기를 통해서 성경의 저자이신 성령은 불멸의 문자로 온 성도에게 교훈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드보라는 ‘벌’(Bee)이란 뜻이다. 독침으로 쏘는 도둑벌이 아닌 근면과 희생의 상징인 꿀벌 같은 이 노예 노파, 90평생 야곱과 리브가와 레아와 라헬과 그 집 열 두 자녀들과 요셉, 베냐민 모두에게 친할머니처럼 인자했고 정다웠던 아름다운 고용주와 고용인 관계의 크리스천 표본을 본다.
요즘 "잘 살고", "잘 죽자"라는 바람이 불면서 죽기 전에 자기의 묘지명(墓誌銘)을 자기가 미리 써 놓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묘지명은 그런 것이 아니다. 별세는 별세이고 떠나신 다음에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 묘지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궁금하지 않은가? 내가 죽은 다음에 이웃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표현해줄 것인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에비니저 스크루지(Ebenezer Scrooge)는 돈욕심이 아주 많은 고리대금업자였다. 남에게 늘 인색하게 굴었다. 어느날 밤 죽은 친구의 유령과 함께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본 뒤 깨달음을 얻고 베푸는 삶을 살게 되었다.
돈밖에 모르는 사람을 흔히 [스크루지 영감]이라 부른다. 과연 이웃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불러 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