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는 정말 조류(鳥類)였던가 보다 안해가 그렇게 수척하고 가벼워졌는데도 날으지 못한 것은 그 손가락에 낑기웠던 반지 때문이다 오후에는 늘 분(粉)을 바를 때 벽(壁) 한 겹 걸러서 나는 조롱(鳥籠)을 느낀다 얼마 안 가서 없어질 때까지 그 파르스레한 주둥이로 한 번도 쌀알을 쪼으려들지 않았다 또 가끔 미닫이를 열고 창공(蒼空)을 쳐다보면서도 고운목소리로 지저귀려 들지 않았다 안해는 날을 줄과 죽을 줄이나 알았지 지상(地上)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비밀한 발을 늘 버선 신고 남에게 안보이다가 어느날 정말 안해는 없어졌다 그제야 처음 방안에 조분(鳥糞) 내음새가 풍기고 날개 퍼득이던 상처가 도배 위에 은근하다 헤뜨러진 깃부시러기를 쓸어 모으면서 나는 세상에도 이상스러운 것을 얻었다 산탄(散彈) 아아 안해는 조류이면서 염체 닫과 같은 쇠를 삼켰더라 그리고 주저앉았더라 산탄은 녹슬었고 솜털 내음새도 나고 천근 무게더라 아아
시제2호
나의 아버지가 나의 곁에서 조을 적에 나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 또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고,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대로 나의 아버지인데 어쩌자고 나는 자꾸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아버지가 되니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 뛰어 넘어야하는지 나는 왜 드디어 나와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노릇을 한꺼번에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냐
시제3호
싸움하는 사람은 즉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고 또 싸움하는 사람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었기도 하니까 싸움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고 싶거든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이나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지 아니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하였으면 그만이다.
매일같이 열풍이 불더니 드디어 내 허리에 큼직한 손이 와 닿는다. 황홀한 지문 골짜기로 내 땀내가 스며드자마자 쏘아라. 쏘으리로다. 나는 내 소화기관에 묵직한 총신을 느끼고 내 다물은 입에 매끈매끈한 총구를 느낀다. 그러더니 나는 총 쏘으드키 눈을 감으며 한 방 총탄 대신에 나는 참 나의 입으로 무엇을 내어배앝었더냐.
시제10호 나비
찢어진 벽지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그것은 유계(幽界)에 낙역(낙繹)되는 비밀한 통화구다. 어느 날 거울 가운데의 수염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날개 축 처어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통화구를 손바닥으로 꼭 막으면서 내가 죽으면 앉았다 일어서드키 나비도 날라가리라. 이런 말이 결코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게 한다.
시제11호
그 사기컵은 내 해골과 흡사하다. 내가 그 컵을 손으로 꼭 쥐었을 때 내 팔에서는 난데없는 팔 하나가 접목처럼 돋히더니 그 팔에 달린 손은 그 사기컵을 번쩍 들어 마룻바닥에 메어부딪는다. 내 팔은 그 사기컵을 사수하고 있으니 산산이 깨어진 것은 그럼 그 사기컵과 흡사한 내 해골이다. 가지났던 팔은 배암과 같이 내 팔로 기어들기 전에 내 팔이 혹 움직였던들 홍수를 막은 백지는 찢어졌으리라. 그러나 내 팔은 여전히 그 사기컵을 사수한다.
시제12호
때묻은 빨래 조각이 한 뭉덩이 공중으로 날라 떨어진다. 그것은 흰 비둘기의 떼다. 이 손바닥만한 한 조각 하늘 저편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왔다는 선전이다. 한 무더기 비둘기의 떼가 깃에 묻은 때를 씻는다. 이 손바닥만한 하늘 이편에 방망이로 흰 비둘기의 떼를 때려 죽이는 불결한 전쟁이 시작된다. 공기에 숯검정이가 지저분하게 묻으면 흰 비둘기의 떼는 또 한번 손바닥만한 하늘 저편으로 날아간다.
시제13호
내 팔이 면도칼능 든 채로 끊어져 떨어졌다. 자세히 보면 무엇에 몹시 위협당하는 것처럼 새파랗다. 이렇게 하여 읽어 버린 내 두 개 팔을 나는 촉(燭)대 세움으로 내 방안에 장식하여 놓았다. 팔은 죽어서도 오히려 나에게 겁을 내이는 것만 같다. 나는 이런 얇다란 예의를 화초분보다도 사랑스레 여긴다.
시제14호
고성 앞 풀밭이 있고 풀밭 위에 나는 내 모자를 벗어 놓았다. 성 위에서 나는 내 기억에 꽤 무거운 돌을 매어달아서는 내 힘과 거리껏 팔매질쳤다. 포물선을 역행하는 역사의 슬픈 울음소리. 문득 성 밑 내 모자 곁에 한 사람의 걸인이 장승과 같이 서 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걸인은 성 밑에서 오히려 내 위에 있다. 혹은 종합된 역사의 망령인가. 공중을 향하여 놓인 내 모자의 깊이는 절박한 하늘을 부른다. 별안간 걸인은 표표한 풍채를 허리 굽혀 한 개의 돌을 내 모자 속에 치뜨려 넣는다. 나는 벌써 기절하였다. 심장이 두개골 속으로 옮겨가는 지도가 보인다. 싸늘한 손이 내 이마에 닿는다. 내 이마에는 싸늘한 속자국이 낙인되어 언제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시제15호
1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중이다. 나는 지금 거울 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를 하는 중일까.
2 죄를 품고 식은 침상에서 잤다. 확실한 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 의족을 담은 군용 장화가 내 꿈의 백지를 더렵혀 놓았다.
3 나는 거울 있는 실내로 몰래 들어간다. 나를 거울에서 해방하려고. 그러나 거울 속의 나는 침울한 얼굴로 동시에 꼭 들어온다. 거울 속의 나는 내게 미안한 뜻을 전한다. 내가 그 때문에 영어되어 있드키 그도 나 때문에 영어되어 떨고 있다.
4 내가 결석한 나의 꿈. 내 위조가 등장하지 않는 내 거울. 무능이라도 좋은 나의 고독의 갈망자다. 나는 드디어 거울 속의 나에게 자살을 권유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그에게 시야도 없는 들창을 가리키었다. 그 들창은 자살만을 위한 들창이다. 그러나 내가 자살하지 아니하면 그가 자살할 수 없음을 그는 네게 가리친다. 거울 속의 나는 불사조에 가깝다.
5 내 왼편 가슴 심장의 위치를 방탄 금속으로 엄폐하고 나는 거울 속의 내 왼편 가슴을 겨누어 권총을 발사하였다. 탄환은 그의 왼편 가슴을 관통하였으나 그의 심장은 바른편에 있다.
6 모형 심장에서 붉은 잉크가 엎질러졌다. 내가 지각한 내 꿈에서 나는 극형을 받았다. 내 꿈을 지배하는 자는 내가 아니다. 악수할 수조차 없는 두 사람을 봉쇄한 거대한 죄가 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 왜 띄어쓰기 하냐
범인들은 이해할수 없는 심오함이다.
고등학교떄 날 존나 빡치게 하던 날개가 생각나는군
이새끼 병신같은데 왜 사람들이 좋아함?
또라이 라서 주목받는거네 이시발 근데 이걸 왜 배워야되
이런거 좋던데 존나옛날껀데 지금봐도 참신하다
모의고사에 써먹을만한 시는 거울..
시발 그것도 존나 어려움
ㅋㅋㅋ 좋게 표현해야 난해지 ㅋㅋ 수험생 입장에서 어랏시발 임
실업계 고졸이네 ㅉㅉ
아 씨발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훌천다운 댓글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고딩때뭐했냐 씨발 ㅉㅉㅉㅉ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엑박이다
근데 이사람 서울대? 거기나오지않앗나? 건축과인가?
물논 옛날 일제시대임
그래.. 그래도 이것만 남은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띨띨한 여친이 다방벽을 하얗게 칠한 걸 고맙게 생각하라고.
이걸 수능에 낸다는거 자체가 무리수 출제위원새끼들은 과연 시인의 의도를 알고 있을까
솔직히 이상 천재같아 지금봐도 대단해
2222222
3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 야자시간에 이상의 오감도만 가지고 오만가지 생각을 했었다 ㄷㄷ;
야 시제 4호 왼쪽건 숫자가 좌우대칭으로 뒤집어져야 함
우리나라 최고의 문학상이 이상문학상 아니냐??,,,,암튼 이상은 정말 근대우리나라에서 천재중 천재인건 분명하다.
뭘 표현하려했는지가 그저 궁금하다는ㅇㅇ
건축무한육면각체 이거 영화도있음 저거 내용으로 만든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 내가 알기로 수학에 대한 재능도 정말 뛰어났다고함.
수학에 대한 일화가 하나 있었는데....까먹었다 ㅇㅇ
문학배우다 진짜 독특하다고여겻눈디
좀 무섭게 느껴지는건 나뿐인가?? ㅋㅋ소설을 봐서 그런가 뭔가 음모 같은게 숨겨 져 있을거 같음
건축무한육면각체 저거 읽다보면 무서운걸 깨닫게 될거야
ㅆㅂ 이글보고 다시 보니까 존나 소름돋아 ㄷㄷ; 이상의 글속에는 뭔가가 있긴 있어.
어떤 면에서 무섭다는거야?? 힌트좀..
나 이상 존나 좋아하는데ㅠ.ㅠ
나도 이상 진짜 좋아함. 수능 땜에 젊은 날에 소홀히 봤던게 아쉽더라. 다시 읽어보니까.. 하앜
조영남이 이상 작품 해석한 책 곧 낸다던데;;;;;;;;;;
ㅎㄷㄷ
띠어쓰기 안하는....
난이해를못하겠어...음............
쩐다 뭔가 있어보여
이상이 지금 나와도 시대를 앞서간다는 소리 들을텐데..저당시에는 뭐..당시에 사람들이 얘가 뭔 소리하는거냐 이상이 누구냐구 죽여버린다고 막 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