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퀘백에서 열린 세계 군악대회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국방부 군악대 취타대가
단연 돗보였다.휘날레(4명의 태평소가 그 장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끔)를 장식했음은 물론이요
뒷풀이 역시 우리가 이끄는 사물놀이 패에 전 세계인이 신명나게 논 축제였다.
우리 대한민국 순서에서는 관람객 전원이 기립하여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진풍경이 벌여졌
는데 이를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부터 월요일 아침 조회 때면 체육선생님이 마이크를 잡고 눈을 부라
리며 줄을 세우고 정렬이 끝나면 밴드 내지 고적대의 연주속에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다소 높은
위치의 선생님들이 등장하여 교장(이상 존칭 생략)이 착석하면 음악선생님이 지휘를 멈추었다.
행사가 끝나면 서양 행진곡에 맞춰 체육선생 "왼 발,왼 발..." 하는 구령에 한 반씩 교실로 입
실했던 기억을 갖고있을 것이다.이름하여 일제 및 군사문화의 잔재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우리들이지만 한 번 빛을 발하면 세계가 놀라워 하는 그런 독특함으
로 자신을 알려왔다.중국에서 채륜이라는 사람이 종이를 발명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든 종이
를 중국 황실을 비롯하여 문인들이 선호하였으며 송 나라에서 건너온 자기 역시 우리네 고려에
서 만든 자기를 보고는 감탄하여 "아~! 우리는 왜 이 처럼 비색(쪽빛 하늘을 닮은 색깔)을 재현해
내지 못하고 이런 기막힌 상감법을 해낼 수 없는가" 하며 한탄했다.그래서 급기야 송 황실에서
우리의 자기를 수입해간 것이다.어디 그 뿐인가 복식문화가 그렇고 구들 문화가 그랬으며 문인들
의 서체가 그랬고 화풍 역시 독특함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내가 장 얘기하는 것이지만 언젠가 우리 문학이 빛을 보는 날... 그 날이 오면 우리나라는 세계를
아우르며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재편하여 나아가게 될 것이다.
시 한수 놓고 갑니다.
이 세상에 제 한 몸 숨길 곳이 없었으니...
人 間 無 地 可 藏 身
인 간 무 지 가 장 신 이 세상에 제 한 몸 숨길 곳이 없었으니
*이 구절은 용재 이행(1478~1534)이라는 사람이 정희량(1469~1502?)이 먼 곳으로 떠나가자
지은 挽詩(만시.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해 지은 시)중 끝부분이다.
日 暮 滄 江 上
일 모 창 강 상 해 저무는 저 푸른 물가에
天 寒 水 自 波
천 한 수 자 파 날씨는 차고 파도가 이네
孤 舟 宜 早 泊
고 주 의 조 박 외론 배 일찍 정박해야겠거니
風 波 夜 應 多
풍 파 야 응 다 풍랑은 밤 되면 더욱 거세질 테니
*정희량은 종적을 감추기 전 이와 같은 자만시(自挽詩.자신이 죽기전 쓴 일종의 유시)를 남겼다.
1,2구의 풍경은 연산군 당시의 정치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3구의 '외론 배'는 정희량 자신을,
4구의 밤과 거센 풍랑은 앞으로 일어날 정치적 격변을 나타내었다. 정희량은 4년간의 유배에서
풀려나 다시는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는 늘 "갑자년의 화는 무오년 보다 심하리라"
라는 말을 예언처럼 하고 다녔다(연산군 시절의 무오사화 및 갑자사화를 일컬음).
*정희량의 별호가 散隱(산은)인데 그 유래를 올려 본다.
숨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에서 숨는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숨는 자는 도심지가 아니면 반드
시 산림을 택한다. 산림에 숨는 것은 小隱(소은)이요 도심지에 숨는 것은 大隱이라고 말한다.하지
만 산림이건 도심지건 세상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모두 다 隱(은)이라고 말할 수는 없
다. 만약 한산한 곳에 숨는다면 어느 누가 그 자취를 찾으려고 한들 찾아내겠는가. 숨으려면 한산
한 곳으로 가는 것이 옳은 것이다.내가 散隱(산은)이라 이름한 것은 대개 장자(莊子)가 말한 '산목'
(散木)의 散을 취한 것이다. 그 '산목'이라는 것은 궁벽한 곳에 나서 울퉁불퉁하고 이리저리 구부
러져 개미가 집을 짓고 벌레와 뱀이 울타리를 삼아 먹줄을 맞춰도 좋은 재목을 만들 수가 없고, 쪼
개보아도 배를 만들 수 없고, 그 가지는 서까래조차 만들 수 없으며, 뿌리는 마차의 바퀴도 만들 수
없어서 세상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나와 흡사하지 아니한가. 나는 비록 사람이라고
는 하나 머리는 산발한 채 빗질도 아니하고, 얼굴에 끼인 때를 씻지도 아니하고, 허리띠를 맬 생각
도 아니하고, 신발을 신을 생각도 아니하며, 팔목을 펴고 구부릴 줄도 모르고, 무릎은 일어나고 앉
을 줄도 모르며, 다닐적에는 초라하고, 서 있을 적에는 너절하며, 눈을 감으면 잠이나 자고, 입을
벌리면 먹기만 할 줄 알아서, 세상에서 천히 여겨 버림이 되고 아무데도 쓸 곳이 없다. 그래서 내가
산은이라고 한 것이다.
*이처럼 정희량은 자신의 글을 남긴 것으로 보아 비록 祖江(조강)가의 모래펄에서 갓과 신발과 지
팡이가 발견되었다고는 하나 그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행적 자체가
기인 답게 어딘가에 은둔하며 살았을 것으로 추론하는 것이다.아무튼 대단한 기인임에는 틀림없다.
첫댓글 남편 동기가 군악대 출신이라 멋져보이던데 그 가족은 심드렁하더라구요 매일 들어 보래요 음악도 지겹다며 ...우리나라가 한번 빛을 발하면 세계가 놀라워하는 독특함으로 세계평화에 이바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날이 머지않아 도래하겠지요.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심드렁할 수 밖에요^^
자국민이 거들떠보지 않는 문화를 이국민이 대단하다고 평을 해주어도 자국민은 이미 떠나 있답니다,,,정체성을 잃었거던요,
어려웠던 시절 해외로 해외로 이민열풍이 불었지만 이제는 역이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지요? 그건 정체성이라기 보다는 문화의 흡수성이 그리 작용을 하는 거지요^^
요즘 "길군악"을 장구로 배우고 있는데....길에서 군인들이 행진하는 사물놀이지요...전에도 여기 한번 올린 글이 있답니다.... 풍물단에 제가 있는걸 보고 " 사모님 같은 분도 그런것 하십니까???" 하더라구요....지난 보름에 그 가게에서 2만원을 내 놓았다가 저를 보시더니 3만원을 더 내 놓으셨구요....아직 우리 악기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긴 해요....ㅎㅎㅎ 아무렴...우리것은 좋은것이여~~ㅎㅎㅎㅎㅎ
그래도 꽃님께서는 뭐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십니다^^ 뭐든 다 해 보이소 마~~~ ㅎ
양악기를 하다보니 우리 악기를 하고 싶어 하다보니 그리 되었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