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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카페문을 열고선 한발을 디디자 마자, 사장님의 커다란 눈과 더불어 서빙을 하고 돌아오는 지원이의 고함소리에 움찔하고 마는 나다.
“어머.. 언니!!!”
지원이의 고함소리에 주방아주머니들이 놀라 뛰어 나왔고,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원이를 쳐다볼 뿐이였다. 왜그러지? 펌이 잘못된건가.. 이상한가? 아닌데,, 나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이거 몇만원이나 주고 했단말이야- 분명 미용실 언니도 귀엽댔는..
“꺄아- 왠일이야- 너무 귀엽다~!!!!”
한걸음에 나에게 달려와선 내 머리를 신기한듯 이리저리 보는 지원이.. 지원이의 시선이 마냥 부담스러워선 어쩔줄 몰라하는 나였다. 난리법석을 떨며 내 주위를 돌던 지원이는 사장님의 만류로 나에게 조금 떨어졌고, 나는 방으로 잽싸게 들어가 가방을 놓고선 앞치마를 들었다.
뭐지… 머리가 이상한건가.. 전신거울을 통해 다시한번 나를 관찰했고, 관찰 결과는 역시나 괜찮다. 였건만 지원이의 저 반응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상황이 난감하기 그지 없다. 앞치마를 메고 방을 나가자 기다리고 있던 지원이가 냉큼 내 손을 잡아 화장실로 끌고 간다.
“왠일이야- 언니 너무 귀엽다. 오늘한거야?”
“으응.. 이상하진 않아-?”
“귀여워- 귀여워- 지존이야- 귀여움의 지존- 왠일이야-“
초롱초롱 빝나는 지원이의 눈을 슬며시 피하고서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칭찬인데.. 기분 좋아야 할 말인데 왜이렇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구겨진 앞치마를 손으로 대충 펴면서 지원이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나도 언니 같은 페이스였으면 뭔들 못할까..”
한숨섞인 지원이의 투정 아닌 투정에 머리를 다든던 내 손이 멈추었고, 지원이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 보았다.
“지원이 넌 충분히 귀엽고 이뻐- 나이가 어린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시기인데, 그런말 하면 어떡하니?”
“치- 누가 알면 이십대인줄 알겠네- 언니도 창창한 10대잖아요!!”
아- 그렇구나.. 나 원참. 태하녀석이 이십대라 나도 이십대인줄 착각하고 살고 있었네.. 지원이의 투정아닌 투정에 나는 또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걸 느끼며 겨우 지원일 진정시켰고, 곧, 사장님의 부름에 나올수 있었다.
사장님이 안불렀다면 난 하루종일 지원이의 투정에 힘이 남아 나질 않을게 분명하다. 지원이가 주문을 받으러 나가고, 난 주방아주머니께서 건네어 주는 생과일 주스를 쟁반에 담고 있을 때 사장님이 다가왔다.
“이쁘네-“
단 한마디 들었을 뿐인데 심장이 뛰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펌하길 잘했나 보다. 사장님눈에 내가 이뻐보이면 태하도 분명히 날 이쁘게 봐주겠지? 오늘 회사로 찾아갈가? 아, 내가 마치는 시간이 너무 늦구나..
지원이의 반응도 사장님이 반응도 꽤 괜찮았고, 주방 아주머니들까지 아기같다고 이쁘다고 해주신 덕분에 내 기분은 한층 업 되어 있었다. 내 머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원이를 보면서, 손님들을 구경하면서 나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었다.
**
해가 뉘엿 뉘엿 지고선 하나 둘 밤손님을 맞이하는 술집들은 손님들을 유혹하기라도 할듯이 색색깔의 간판으로 빛을 내고 있었다. 카페일이 마친 후 나는 오랜만에 사쿠라와 채은이를 만날 겸 오늘 약속을 잡았었다. 물론 오징어와 함께 말이다.
일이 잘 된것도 있고, 그동안의 신세도 있어서 내가 모두를 불러낸 것이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사쿠라는 태재를 데리고 저쪽에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고 있었고, 채은이는 지각대장답게 코빼기도 안보이고 있었다. 오징어는 저쪽에서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다.
태하에게 허락도 받았겠다, 오늘은 애들한테 거하게 사야 겠다. 오늘이 월급날인지라, 타이밍도 이런 타이밍이 없지, 싶다. 태하에게 줄 비싸진 않지만 그대로 통 크게 준비한 넥타이.. 맘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오징어가 느릿느릿 걸어오는 사이, 나에게 도착한 사쿠라와 태재녀석이다. 나를 보자 어머어머를 연발하며 내 머리에 손을 쉽사리 대어보지 못하는 사쿠라- 왜 처음 보는 사람마다 놀라는지.. 카페에서도 그랬지만 여전히 적응은 안된다.
뒤이어 오징어가 도착했고, 역시나 내 얼굴을 보자, 아니 내 머리를 보자 말을 잊지 못하는 녀석이다. 뭐야- 사쿠라,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야..
“꺄아- 언니 너무 귀엽다- 왠일이야- 어머 어머- 꺄악!!”
방방뛰며 나를 부둥켜 안으며 마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듯한 포옹으로 내머리에 칭찬을 쏟아 붓는 사쿠라였다. 오징어도 무슨일이 있냐며 다그쳤고, 태재녀석은 보기좋다는 말을 해주었다. 근데 오징어 녀석은 뜬금없이 무슨일 있냐니, 지지고 볶고 할수도 있는거지!
“언니 장난아니다- 어려보이구, 진짜 귀여워 보여-“
“그..그래? 고마워-“
그렇게 한참 티격태격 거리며 다정다감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채은이가 헐레벌떡 뛰어왔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 세사람에게 구박을 들어가며 우리는 고깃집으로 향했다. 두테이블가량을 우리가 자리잡기가 무섭게 주문이 이어졌다.
고민하고 말게 뭐있으랴.. 그냥 고기다. 제일 싼것..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럴수 밖에 없다는것을 알아주길 바래 애들아.. 상추와 마늘 쌈장 등등.. 고기를 뒷바침 해줄 반찬들이 놓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우리 앞엔 먹음직스런 고기가 놓였다.
"야- 사준다는게 고작 삼겹살이냐-"
"닥치고 처먹어- 사주는것도 감지 덕지 하라구- 사쿠라 많이 먹어!"
사쿠라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또한 미소를 지은채 고기를 조심스레 놓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면서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고, 이윽고 맛있는 소리를 내면서 고기는 익어 가기 시작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채소뇬이 아주머니를 불렀고, 곧 소주 세병을 시키기 시작했다. 이게 우리는 미성년자라고!!
아주머니는 우리 일행을 쭈욱 훑어 보시더니 이내 사쿠라와 태재에게서 멈추었다. 남산만큼 튀어나온 사쿠라의 배를 보더니 아무 의심없이 가져다 주시는 아주머니.. 그래 우린 얼굴이 민증이였구나.. 참, 슬픈 현실이야-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와 더불어 삼겹살도 넣어라 먹어라 가 되어버렸다. 그 만던 삼겹살 10인분은 바닥이 나고 이윽고 3인분을 더 추가시키는 상황까지 간후에야 아이들은 고기는 이제 됐다는듯, 잠잠했고, 나는 가벼워질뻔 한 내 지갑을 쳐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였다. 채은뇬이 냉면을 줄줄이 시켰고, 고기가 치워진 상위엔 어느덧 인원수대로 냉면이 놓여져 있었다. 소주가 알딸딸하니 된 탓일까. 정신은 말짱한데, 몸은 말을 듣지 않으면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더이상 들어갈수 없을것 같던 음식물도 위에 구멍이 뚫린 듯 술술 들어가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남았다며 한병을 각자의 소주잔에 부어주던 채소뇬이다. 태재와 오징어, 나와 채소가 잔을 들고 마지막으로 짠-을 외쳤고, 그렇게 우리의 만찬은 끝이 났다.
비틀거리며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기대어 있었고, 채소와 오징어, 태재와 사쿠라는 잘먹었다며 인사를 하고는 휭-하니 가버렸다.나쁜것들. 밥만먹고 그냥 가버리다니..흑흑.. 덩그러니 남아있는 내가 나조차 불쌍한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저씨는 어떠할까. 나 불쌍하죠?
"보자- 삼겹살 13인분에, 소주 8병, 사이다 3병, 냉면 5그릇.. 십..이만.."
헐..십이만원.. 반올림까지 하면 십삼만원.. 내 피같은돈.. 부들부들 거리는 손으로 아저씨에게 카드를 건네어 주었고, 나는 피눈물을 흘리며 카드를 받아들었다. 이 돼지시키들.. 다섯이서 어떻게 십삼만원치를 먹어대.. 그래도 여기가 싸고 괜찮은 집인데.. 이집에서 심삼만원..
비틀거리며 가게를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일행들끼리 왁자지껄한 무리들이 꽤 보인다. 우리 일행들은 다 바빠- 그래서 처먹기만 처먹고 그냥 가 버렸어- 의리없는 자식들.. 잇휴- 우리 태하나 부를까? 가방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찾아 들고선 거침없이 단축키 0번을 눌렀다. 곧 통화 연결음이 들리기 시작하고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태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디야- 왜 안와?-
"나좀 데릴러 와라- 나 술 마셔서 못걷겠다- 여기가 어디냐면-"
길바닥에 주저앉아선 머릴 박아 놓고 태하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술먹었단 말에 놀라며 당장 데릴러 온다는 태하녀석. 귀엽기만 하다. 벽에 등을 기대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그렇게 미친X처럼 베실베실 웃고 있었다. 기다린지 10여분 정도가 지났다고 생각했을때 헐레벌떡거리며 뛰어오는 태하를 보았고, 쭈그려 앉은걸 풀지도 못하고 그저 태하만 쳐다보았다.
내 시선을 느낀건지 태하가 잠시 내쪽을 보며 눈이 마주쳤다가 고개를 이내 돌려버린다. 뭐야? 나 지금 무시한거야? 기분이 나빠지려고 할때 쯤, 놀란 눈의 태하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고, 이윽고 나를 발견하고는 일으켜 세운다.
"머리.."
"아- 이뻐? 다른 사람들은 다 이쁘댔는데- 이거, 채소년이 그러는데 베이비펌이래- 베이비펌- 귀엽지? 그치? 그치 태하야~ 아앙?~ "
팔짱을 끼고선 길게 늘어지며 애교아닌 애교를 부려대는 나였다.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 버렸고, 태하녀석은 나를 부축하며 차에 올라타기 바빳다. 태하가 조수석에 나를 태우고 문을 닫자 마자 몸을 움츠리며 창문에 기댄채 피곤한 눈을 감았고, 곧 태하가 운전석에 타서는 나에게 안전 밸트를 메어주었다.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어-"
"그냥, 어찌하다 보니까.. 아 맞따 맞따아- 태하찌이~?"
혀는 꼬이고, 발음은 저질이고.. 술이 되었는가 보다. 열심이 정면을 보고 운전을 하던 태하가 고개를 힐끗 돌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우리 태하는 모범 운전자야- 한번도 과속안하고..말이지. 좋아 좋아, 가방을 뒤적거리며 내가 오늘 백화점에서 비싸게 산, 내 힘으로 산, 넥타이를 꺼내어 들고는 웃었다.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태하가 넥타이를 보자,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 본다.
"이거, 아르바이트비 해가지고 이거 그렇게 한거야- 비싼거라고 이거 머시냐- 넥타이 고정하는 이거 이름뭐지? 암튼 이것도 끼워주더라 언니가-"
태하의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걸쳐지는걸 보자 나도 같이 웃기 시작했고, 태하녀석이 넥타일 받아 들자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감기는 눈을 더이상 뜨지 못하고 나는 눈을감아 버렸다. 어찌되었건 내가 사준 선물을 보고 태하가 기뻐했으니 다행인거야. 그래..
**.
태하와의 사이는 전보다 더 깊어졌고, 우리의 애틋함도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다음주 쯔음 다시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어머님의 집에 들락거리기로 약속을 했고, 이번주로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기로 약속했었다. 당장 그만 두라는걸 얼르고 달래서 겨우 겨우 한달정도를 늦출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태하말대로 멋도 모르고 그만둔다면 나도 난처한 입장이 되어 버리고, 사장님과 지원이에게도 난처한 입장이 되어 버렸을꺼다.
저번주부터 지원이에겐 귀뜀을 해주고 있었고, 사장님과는 태하와 그 이야기가 나온 다음날 바로 말을 해서 알바생을 구하라고 말을 했었다. 괜히 섭섭하다. 그래도 태하가 없을 때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곳을 다시 떠나려니.. 그래도 잘 될거니까.. 내가 사장님, 지원이, 주방 아주머니 잊지 않을 테니까..
내가 없어도 바쁠 카페안은 오늘도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 북적거렸다. 서빙하느라 정신이 없는 나와 지원이는 그나마 조용한 틈을 타 쪼그리고 쉴수가 있었다. 들어오는 사람만큼 사람들이 나갔고, 테이블은 장사 잘되는 고깃집이라도 되는 마냥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무더운 여름이기도 하고, 시원한 팥빙수를 많이 찾을 시기이기도 하고..
벌써 9월이구나... (벌써??) 시간 개념 없는 작가때문에 어찌나 시간이 잘가는지.. 정말 내가 지금 9월이라 말하는것조차 부끄러운데, 작가는 얼마나 부끄러울까.. 개념이 없는거려나? 재떨이를 가져다 달라는 외침에 지원이를 더 쉬게 하고픈 내가 일어서서 재떨이를 들고 테이블로 다가갔다.
한참 자지러지게 웃으며 어떤 남자의 욕을 하던 여자와 그 친구는 나를 보자 멈칫 거렸고, 아무렇지 않은듯 뒤돌아 서려다 낯익은 여자의 얼굴에 나는 다시 한번더 고개를 돌릴수 없었다. 나를 보고 있는건 바로 돼지년이기 때문이였다.
"뭐야? 너 여기서 일해? 웃겨- 너같은것도 받아준다니? 고급스러운줄 알았는데, 너 같은애 쓰는거 보면 여기도 글렀네- "
돼지년의 말에 주위에 있던 친구년들이 웃기 시작했고, 입술에 경련이 일어나는걸 느끼며 영업용 미소를 띄우고는 다시 뒤돌아 섰다. 저게 왜 하필와도 여길 오냐- 아오- 진짜 짜증 지대로네, 요즘 방학이라고 집에 뒹구는것도 꼴뵈기 시려 죽겠는데, 영업하는데서도 저년을 내가 봐야 하는거야? 아오- 짜증나.
"처 웃기는 씨팔.."
아, 이게 영업용 미소 썩소 만드네- 서비스직이 이래서 힘들다.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웃어야 하는 상황과 기분나쁨에도 불구하고 티내지 않아야 하는거, 처음 여기와서 제일 힘들었던게 손님들에게 살갑게 대하면서 미소짓는 것이였다.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태하와 헤어졌을당시) 난 전혀 웃을 기분이 아니였으나, 계속되는 손님들의 반발로 (?) 일주일을 억지로 웃으며 서빙을 다녔었다. 결국은 그래서 주방으로 내팽겨쳐졌지만..
그래도 바쁠땐 짬짬히 미소를 지으면서 서빙을 하러 다녔고, 지금 이 순간도 영업용 미소가 훌훌 나오는거 보면 나도 여기에 적응이 되어버렸나 보다. 저건 대학간다고 난리쳐놓고 여기서 뭐하는거야
별로 지적여 보이지도 않는 안경쓰고, 친구랑 노트북 놓고 케잌을 먹어가면서 커피를 마시는게 고상하게 보이는줄 아나.. 옷을 봐라, 푹 파진 티셔츠에 짧디 짧은 저 치마. 굵은 통 다리. 너의 행동은 지적인데, 너의 모습은 안습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은 두세시간을 견디다가 이윽고 일어 났고, 사장님이 거래처를 가시고, 지원인 서빙으로 바쁜터라 하는 수 없이 내가 카운터에 서있어야만 했다. 친구란 년도 볼장 다 봤구나. 짙은 화장에 아주 그냥 속옷만 입고, 아니 발가벗고 다니지 그러냐-
곱지 못한 시선을 한번 보내고는 영수증을 받아 들었다. 많이도 처먹었네- 합계 금액을 말해주고선 현금영수증 발행 여부를 물어보자 코웃음을 치면서 됐어- 라고 짧게 대답하는 저 싸가지에 쌈싸먹은 돼지뇬.. 또다시 썩소를 한번 흘려주고는 돈받을 태세를 하고 있었다. 돈을 주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만 빤히 쳐다보는 돼지뇬/
뭘봐- 돈이나 꺼내서 주고 얼른 가- 내가 뭐- 어쩌라고 하는 동작으로 가만히 있었더니, 어이 없다는 듯 웃다가 카운터에 두꺼운 족발을 내미는 돼지뇬. 어따 족발을 올려 삶아 먹어버릴라. 짐승주제에
"언니 이제 가봐도 되니?"
이게 어따대고 언니라 지껄여- 미친건가, 계산도 안하고 가긴 어딜가- 내가 띠껍다는듯 인상을 잔뜩 구기자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내 쪽으로 머리를 당겨 나를 쳐다보는 돼지.
"커피랑 케잌은 잘 먹었어- 언니 간다? 계산은 알지?"
뭐? 이게 나보고 계산하라는 소린거야 지금? 돈도 잘 벌면서 지금 이 짓거린 뭐하자는거야- 내가 어이없는 듯 웃자, 따라 웃는 돼지뇬. 좋아서 웃는거 아니거든? 웃던 얼굴을 멈추고 정색한채로 돼지뇬을 쳐다보았다.
"어머- 저 아세요? 어따대고 반말이세요? 그리고 귀 먹으셨어요? 전 분명히 이만 삼천원이라 말씀드렸거든요?"
돼지뇬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졌고, 나는 돈을 달라는듯 손을 쭈욱 내밀고는 재촉했다. 이게 누굴 등쳐먹을라고, 그리고도 니가 사람이냐? 재수없다는 표현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돼지뇬이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는 아깝다는듯 십만원 짜리 수표를 꺼낸다.
"저희 수표 안받거든요- 현금으로 주세요- 이만 삼천원도 없어요?"
당당하게 수표를 꺼내던 돼지년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고, 곧 친구가 못보겠다는듯 삼만원을 내고는 돼지뇬을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진작에 그럴것이지, 어디 남의 직장에 와서 행패야 행패가- 돼지뇬이 나간자릴 치우고 오던 지원이가 그릇을 치우고 내쪽으로 왔다.
"와- 무슨 여자가 저렇게 많이 먹어대요? 어후- 주위사람들이 놀라더라니까요-"
"많이 먹게 생겼잖니- 저거봐- 제대로 못걷고 뒤뚱거리잖아-"
"푸훗- 암튼 교양없어 보여요- 아깐 어찌나 천박하게 웃어대는지 목소리도 엄청 크고 으- 저런 손님 싫어요"
나도 저런 돼지뇬은 싫다. 얼른 우리집에서 꺼져버렸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야- 돼지뇬이 나간 가게문을 한참동안 쳐다 보다가 지원이와 함께 다시 서빙을 하기 시작하는 나였다. 흥- 얼마나 잘난 집안인지는 모르겟는데, 니가 그딴식으로 행동하는거 보면, 딱 너희집 구도 나와.
그부모에 그 자식이란 말이 괜히 있는거 아니거든.. 저렇게 싸가지 없게 키우다니. 부모가 제정신이라면 매를 들어서라도 똑바로 가르키려 하지 누가 저딴 심보가지게 놔두겠어- 욕심많은 돼지같으니라구.. 얼른 힘이 없어져서 내가 쫒아 낼 수 있었음 좋겠다.
**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야?"
"언니 조금만 더 해주면 안돼요?"
"아쉬워서 어째..."
"에이 그러지들 마세요~ 그래도 오늘 하루 남았잖아요- 오늘 힘내자구요- 화이팅!!"
활발하게 화이팅을 외치고선 가게정리에 들어가는 나다. 오늘 내가 그만둔다는 말에 주방아주머니들은 아쉬워 하셨고, 지원인 조금더 일 도와달라고 성화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늘이 마지막인걸. 하늘이 두쪽나도 어쩔수가 없잖아-
여전히 돼지년때문에 달콤한 태하와의 시간을 방해받는 나, 어찌나 눈치를 줘도 안나가는지.. 나 같으면 민망해서라도 나갈텐데 돼지뇬은 눈치도 없는건지 꿈쩍도 하지 않을려고 한다. 그만큼 태하와 내가 서로를 원하는 마음이 더욱더 애타게 변해갔고, 돼지뇬은 더욱더 찬밥신세가 되었다.
태하가 마음을 나에게 굳힌 후로, 점점더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돼지년과 잦은 싸움에 나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고, 이번주가 지나면 나는 어머님의 집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돼지뇬을 쫒아 보내고 어머님의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였다.
돼지뇬을 쫒아 내어야 한다는 그 생각때문에 나는 머리가 아플수 밖에 없었고, 그동안 여러시도를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였다. 태하의 집에 보물이라도 숨겨두었는지, 학교 갈때를 제외하곤 전혀 나가지 않는 돼지뇬이엿다. 내가 하루라도 말없이 쉴때면 어떻게 안건지 학교도 안가고 나를 감시했다.
질긴뇬.. 그렇게 하루 하루를 낑낑거리며 보내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돼지뇬을 쫒아낼 궁리를 할수 밖에 없었다. 특별히 태하에게도 빨리 오라고 당부를 했으니까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봐야 겠어- 아무튼 우리 사이에 돼지뇬이 낀 후로는 마음대로 사랑도 못나누고 이게 뭐냐고-
나같은 내가 낄 자리가 아닌걸 알면 그냥 나가겠다. 끝까지 무슨 배짱으로 있는건지 이해를 할수가 없다니까. 밤만 되면 태하를 협박해대는 돼지뇬때문에 나는 벌건대낮이 아니면 태하에게 부벼댈수도 없었고, 그것도 돼지뇬의 매타작을 맞아가며 태하에게 안길수 있었다.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이웃에서 신고가 들어오고 아랫층에서 올라올 정도여서 되도록이면 돼지뇬의 신경을 건들지 말자고 태하와 합의한 상태였다. 그래도 얄밉잖아! 아오!! 짜증나! 아주 그냥 넓디 넓은 한강같은 등짝을 한대 후려쳐 주고 싶네.. 으휴- 두고봐- 돼지뇬, 그런 발악이 얼마나 가는가 보자고- 응- 그래 두고보자.
테이블을 닦고, 의자들을 밑으로 내려 놓고 차례차례 정리를 해가고 손님들도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아침시간과 저녁시간이 그나마 한가하고 여유로움이 뭍어난다. 그래서 난 지금이시간과 저녁시간이 제일 좋다. 아침엔 손님들도 대부분, 조용한 스타일이라 시끄러운걸 원하지 않았고 간혹 별난 손님만 빼면 뭐 좋은 시간이였다.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님이 온걸 알리는 문소리에 저절로 큰소리가 내 입밖으로 나오며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그곳엔 오늘 아침에만 해도 멀쩡히 집에 있던 돼지뇬이였다. 뭐야.. 나 미행한건가? 그럼 태하랑 오붓하게 아침 먹은것도 들킨건가? 아씨 그러게 나는 버스 타고 간다니까 왜 굳이 차를 태워가지고..
조용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어 버릴까 조마조마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돼지뇬은 성큼 성큼 내앞에 잘도 온다. 제발 소리만 지르지마- 지금 이분위기 아주 좋잖아- 그러니까 깽판만 치지 말라구-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이년저년 욕이 나올줄 알았던 내가 당연 쫄아서 눈을 꿈뻑 감자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응? 안아픈데?? 뭐지? 살며시 실눈을 떠 앞을보니 있어야 할 돼지뇬이 사라지고 없었다. 밑으로 시선을 이동하니 돼지뇬이 무릎을 꿇은채 애처로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손님들과 지원이, 사장님, 주방아주머니들의 시선까지 나에게로 쏟아졌고, 영문도 모른채 나는 당황하면서 서있을 뿐이였다.
이애가 아침에 뭘 잘못 먹었나..
"..양보해줘.. 한태하...."
주방아주머니들의 의심스런 눈초리에 아니라며 손짓으로 거부하던 내가 떨리고 잇는 돼지뇬의 목소리에 동작을 멈추어 버렸다. 그리고 주방 아주머니에게 향했던 시선을 돼지뇬에게 옮겨 놀란 눈으로 돼지뇬을 쳐다보았다. 뭐..뭐가 나..나보고, 뭘 어쩌라고??
**
이번편은 여기서 끝!! 입니다. 그래도 이번편은 빨리 가져왔죠?
어제 올릴려고 했는데, 분량이 너무 적은거 같아서 계속 보충하다 보니 이시간까지왔네요-ㅎㅎ
이번주는 성실과 친구를 맺으려는 저입니다.
저번편이 너무 늦어버려서 사과의 뜻이랄까나? 비록 하루에 한편은 못올리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이번주에 자주 소설 올릴꺼예요-
이번주래도, 뭐..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4일 남았네? 지금 이 속도면 토요일에 한편...흠..
-_-; 되도록이면 이틀에 한번씩 이번주에는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주시구요.ㅠㅠ 적당한 관심만 가져 주세요- 뭐..너무----- 기대 하실 분은 없으리라 생각
되옵니다만..그래도 혹시나..후후;;
두둥!! 아무튼 다음편 계원이의 반응은 무엇일까요~?!!
1. 냉정하게 밀고 나간다.
2. 마음이 약해져버린다.
3. 태하를 공유한다.(<ㅋㅋㅋ)
4. 기타.
오타 지적 받습니다!! 다음편에 뵈어요! 좋은 꿈 꾸세요! 위의 문제는 그냥 심심해서 해본거예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_-;;
첫댓글 에익 일빠네 ㅋㅋ 진짜 잘봤어요, 요즘 성실연재 신데요? 전 1이였으면 좋겠네요.
흠...당연히1번잊죠 ㅋㅋ돼지년이..어딧서 태하를!!!!!!!!!ㅋㅋㅋㅋ성실연재 !!기대할께요 ..!!ㅋㅋ
냉정하게!!!!!
강하게 밀고나가@@@응응응?! 태하는 꼐원이니꺼라구 ㅜ ㅜ흙 돼지년아 꺼저벼령
돼진년~~~~ 또왜?!!!! 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