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밀실 살인 사건, 그리고 어느 방송사의 ‘여론 살인’
묻지마 살인 사건 생존자 “여론 살인이 더 무섭습니다”...
SBS는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9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 사건이 있다. 군인 장○○(당시 20세)씨가 휴가 중이던 2015년 9월24일 새벽 5시28분경 운동화를 신은 채 서울 공릉동 주택에 침입해 자고 있던 여성 박○○(당시 33세)씨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옆방에 있던 박씨의 예비신랑 양석주씨가 장씨와 격투를 벌였고, 장씨가 사망했다. 양씨의 살인 혐의는 정당방위로 무죄였다.
살아남은 양씨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해 10월9일 방송된 SBS ‘궁금한이야기Y’에서 약혼녀를 죽인 살인자로 몰렸기 때문이다. ‘궁금한이야기Y’는 <노원구 살인 사건, 군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가리키는 것은>편에서 인근 주민 오○○씨의 증언을 인용해 “살려주세요 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 27분이었다”고 내보냈다. 오씨 증언이 맞다면 박씨의 비명소리 이후 장씨가 양씨 집에 들어간 셈이었다.
CCTV 증거 상 이 사건은 양씨 또는 장씨 둘 중 한 명이 박씨를 죽인 범인일 수밖에 없는 밀실 살인이었다. 방송 이후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유일한 생존자였던 양씨를 살인자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양씨는 SBS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했다. 양씨는 고소장에서 “국과수 결과 발표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비보도 약속을 어겨가며 나를 약혼녀를 죽이고 비명 소리를 듣고 도와주러 온 사람까지 살해한 살인마로 지목해 수사에 방해를 가하고 수없이 많은 조작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했다”며 “공익성을 빌미로 여론재판, 여론 살인을 가한 방송에 대한 엄벌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양씨측 변호사는 SBS가 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송을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오씨는 SBS 제작진을 만나 첫 진술에서 비명 소리를 새벽 5시27분에 들었고 3분쯤 지나 5시30분에 정확히 신고했다고 증언했으나 이들이 실제 경찰에 신고한 시점은 5시33분44초였다. 양씨측은 “SBS는 오씨가 들었다는 비명 소리가 27분이 아니라 30분경에 있었고, 이후 3~4분 뒤 오씨 일행이 112에 신고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SBS가 “오씨측 주장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장씨는 박씨를 죽일 수 없었고 결국 박씨는 양씨가 죽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방송을 송출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2018년 5월28일 SBS제작진을 무혐의 처리했다. 서울북부지검은 불기소 이유서에서 “이 사건은 살인 동기 등이 명확하지 않아 언론 보도가 계속되는 상황이었으므로 공공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했다. 양씨는 SBS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2020년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양씨는 모든 법적 대응에서 패했다. 그렇게 이 사건은 대중의 기억 속에 잊혔다.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가 지난 18일 방송에서 9년 전 공릉동 묻지마 살인 사건을 재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선 ‘궁금한이야기Y’에 등장하지 않았던 결정적 CCTV가 등장했다. 장씨가 양씨의 집을 침입하기 직전 침입했다 빠져나왔던 3층 집 주인 남성이 장씨의 행동이 수상해 따라 내려와 지켜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정의석 형사는 tvN과 인터뷰에서 “군인이 양씨 집 있는 방향으로 들어가는 거까지 목격했고 그다음 내려와서 피해자 집골목 앞에 서 있을 때 비명 소리가 났고, 잠시 후에 양씨가 뛰어나온 걸 이 양반이 다 봤다”고 말했다. SBS 방송에선 찾을 수 없었던 목격자였다.
정의석 형사는 “(양씨가) 눈앞에서 동거녀가 사망하는 걸 직접 보고 자기도 공격을 당해 상처를 입었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한다면...자기도 죽고 싶은데 이 부분은 바로잡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살고 있다고 말한 기억이 있어 씁쓸했다”고 전했다. 당시 국과수 확인 결과 살해된 예비신부의 손톱에선 군인의 DNA가 검출됐다. 예비신랑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모든 과학적 증거가 양씨의 ‘무죄’를 가리켰다.
이날 방송에선 양석주씨가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군인이) 저를 죽이려고 칼을 휘두른 행위보다 여론 살인이 더 무섭습니다. 당해보니까 알아요. 지속적이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답이 안 나와요. … (인터뷰) 태도 보니까 저 새끼가 범인이다, 한 번 이미지가 박힌 게 절대 안 떨어지더라고요. 이 방송이 나가더라도 남편이 범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분명히 있습니다. 사람이 미치겠는 거예요.”
어느덧 사건이 발생한 지도 9년이 흘렀다. SBS는 법적으로 죄가 없다. 하지만 ‘여론 살인’ 의 가해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지는 의문이다. SBS가 방송의 영향력을 무겁게 느끼고, 과거 ‘찐빵소녀’ 조작방송으로 3억 원의 손해배상에 나서야 했던 실패의 기억을 잊지 않고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결정적인 목격자가 담긴 CCTV를 담아내는 노력을 했더라면, 양씨가 지금보다는 덜 괴로웠을 것이다. SBS는 양석주씨에게 도의적 사과에 나서야 한다. 그게 양씨와, 지금껏 SBS를 신뢰해 온 시청자들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492
저런거야말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야하는데...
취재는 그냥 그림 따는것뿐이고 제보 받을때 미리 스토리 생각해두고 짜맞추나
이런 사건이있다. 어? 이거 그럼 이렇게 꼬아서 볼 수도 있는거 아니야? 하면서
“작가”들이 소설 만드는 곳
'찐빵소녀' 조작방송 대가, 3억 원은 충분했을까
언론피해에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배액배상제)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용어가 있다. 베트남전쟁에서 일어난 민간인 살상을 두고 미군이 쓰는 완곡한 표현이다. 여기엔 ‘어쩔 수 없었다’, ‘의도하지 않았다’는 핑계가 깔려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매년 발간하는 <언론판결 분석 보고서>에 기록된 소송사례를 통해 ‘언론 자유’ 논쟁에 가려진 무고한 시민들의 ‘부수적 피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뤄왔는지 조명한다. <기자말>
2008년 9월 16일부터 10월 14일까지 SBS <긴급출동 SOS24>는 세 번에 걸쳐 한 휴게소 주인이 지적장애 여성을 4년간 감금한 채 일을 시키고 학대했다는 내용을 방영했습니다. 일명 '찐빵 소녀'로 알려진 방송의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사람들은 휴게소 주인을 '같은 사람이란 게 수치스럽다'는 등 비난했고, 경찰은 휴게소 주인을 구속했습니다.
그러나 방송 내용은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2009년 9월 휴게소 주인은 일부 폭행사실만 인정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 풀려났고, 그때까지 6개월 넘게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휴게소 주인은 이듬해인 2010년 11월 SBS에 10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이후 2012년 1심 법원은 "방송내용이 허위사실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만의 사실과 결론을 도출하고 줄거리를 구상해 그에 맞춰 취재 및 촬영, 편집해 제작한 악의적인 프로그램"이라고 결론 냈습니다. 2013년 2심까지 간 재판에서 판결은 최종 확정됐습니다. 휴게소 주인이 SBS로부터 받아낸 위자료는 3억 원. 하지만 1심 소송비용 70%와 2심 소송비용은 휴게소 주인이 부담해야 했죠.
이 때 선고된 3억 원이라는 위자료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위자료가 높게 책정된 언론피해 사례로 꼽힙니다. 하지만 졸지에 전 국민으로부터 파렴치한으로 비난받고 감옥까지 갔다 온 뒤 멀쩡히 운영하던 휴게소 문을 닫아야 했던 사건에서 3억 원 패널티는 충분했을까요. 언론피해 손해 위자료 산정방식의 문제점과 법원의 소극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찐방소녀 조작방송' 사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카드뉴스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