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닮은 점이 참 많다. 여성리더 라는 점, 그리고 모두 이과 출신이다. 대학에서 메르켈은 물리학을, 박 대통령은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정치적으로 냉정한 것도 닮았다. 메르켈은 콜 총리의 '정치적 양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까웠다. 그러나 1999년 12월 콜 총리가 정치 자금 스캔들에 휘말리자 메르켈은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심지어 독일 유력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자이퉁에 공개 서한을 보내 '콜 총리와의 결별'을 알려 사실상 콜의 사퇴를 주도했다. 이후 메르켈은 CDU의 첫 여성 당수 자리에 올랐고, 2005년 10월에는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면서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박 대통령도 뒤처지지 않는다. 차떼기 사건이 불거진 후 당대표가 된 박 대통령은 당사를 매각하고 천막을 치고 나가 앉으면서 17대 총선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유세중 괴한이 휘두른 칼에 안면에 깊은 자상을 입었지만 수술이 끝난 후 "판세는 어떤가"라는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질문으로 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지나치게 신중한 것도 닮은 꼴이다. 메르켈은 역대 독일 지도자 중 가장 인기있는 지도자로 꼽힌다. 여론조사를 하면 70%가 메르켈 총리의 업적에 만족한다고 답한다. 독일인들은 천성적으로 차분한 것을 좋아한다. 신중하고 조용한 것은 메르켈의 트레이드 마크다. 학창시절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기 한 시간 전부터 스프링보드에 서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에 대해 메르켈은 "그게 내 방식"이라며 "난 딱히 용감한 게 아니다. 항상 위험을 재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당으로부터 '불통의 여왕'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박 대통령의 신중함은 메르켈 못지 않다. 메르켈의 정치 경력은 더없이 화려하지만 사생활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도 박 대통령과 닮았다. 메르켈은 지금 두 번째 남편인 과학자 요아킴 자우어와 살고 있지만, 공식 석상에 부부가 함께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늘 혼자다. 동서양의 대표적 여성 리더가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14년 전 양국의 야당 지도자로 처음 만나 친분을 쌓았던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해 동독 출신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통일도 행운이자 대박"이라며 "나 역시 통일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말 많이 닮았다. /이영재 논설위원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