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의 전통가옥 구조 차이와 문화
평민의 가옥에서도 벽돌로 짓고 기와를 올린 중국의 것에 비해 짚으로 지붕을 올리고 목재를 주를 이루는 한국 가옥은 오히려 일본 가옥과의 공통점이 더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의자 문화인 중국식 주생활에 비해 좌식문화를 공통으로 갖는 한국과 일본의 가옥구조가 더 가까운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기본적인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볏짚으로 잇고 일본은 보릿대로 잇기 때문에 한국은 지붕이 낫고 일본은 지붕의 경사가 심하고 두텁다.
집의 평면도 한국식은 안채와 바깥채로 이뤄지고 일본은 한 채이고 통집식으로 크게 다르다. 한국식은 방과 마루에 방이 더 필요하면 옆으로 붙여 나가는 외연형(外延型)으로 방마다 입구가 별도로 있으며 방과 방 사이의 벽이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이와 달리 일본식은 내열형(內裂型)이란 마치 세포가 분열하듯 속에서 방이 두 개가 세 개로 되며, 밖의 벽이 두껍고 속의 방과 방 사이는 벽이 없거나 있어도 약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방과 방을 벽이 아니라 여닫이로 된 문으로 칸을 막는 것이다.
한국 집은 안채와 바깥채로 2동으로 이루어져 이것이 외면에 따라 일자형으로 이루어지면 일자집 두 채가 평행선을 이루고, ㄱ자집을 이루면 안마당을 둘러싸는 평면 구조를 이룬다. 이것이 추운 지방이거나 장소가 협소하면 ㅁ자형이 되어 안마당을 완전히 포위한다. 일본 집은 내열형이라 마당을 가운데 둘러쌀 수가 없으며 집이 마당에 둘러싸이는 것이다.
한국 집의 안마당을 말하자면 방의 연장인 생활공간이다. 더운 여름 저녁식사를 하는 곳이고, 모여 앉아 쉬는 곳이며, 결혼식과 같은 중요한 의식을 거행하는 의례의 장이다. 한편 벼를 떨고 말리는 작업의 장이고, 곡식을 널어놓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곳에 나무나 풀이 있으면 안 된다. 방의 연장이 마루이고 마루의 연장인 앞마당은 한국 집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마당은 일본 집에는 없다. 그러나 일본 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가 마당이다. 이곳에 일본인은 나무.풀은 물론 산, 연꽃, 폭포, 식물 등을 장식하여 소우주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관상용 마당이 경제적인 활동과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여도 우주의 신비와 자연의 미를 축소해 놓고 이것을 선좌(禪座)에서 감상하는 것이니 일본인의 자연관을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한국 집에는 자연을 조형한 것이 없다. 바깥마당, 마당 구석에 대나무.철쭉 등을 자연스럽게 방치해 둔다. 말하자면 한국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길 뿐이다.
한국 집과 일본 집의 근본적인 차이는 온돌과 다다미라 하겠다. 한국은 일본과 동일 위도에 위치하고 있으나, 겨울에 한랭한 서북풍을 많이 받아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나는 것이 문제이다. 여기에서 발달시킨 것이 온돌이다. 일본의 경우 습기가 많아 땅바닥에 방을 내는 것보다 땅과 방 사이를 떼어 통풍을 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본 집은 방바닥 자체가 높고 다다미를 까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유리하다.
온돌방은 밑에서 열을 발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의 높이가 높은 것보다 낮은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온돌방은 문이 작고 실내가 어두운 편이다. 이와는 달리 일본 방은 온돌방보다 높이가 높고 넓이가 넓다.
다다미방에는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 안전하고, 두터운 방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온돌방에서는 넓게 다리를 펴고 앉는 것이 유리하며, 방석이 얇은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앉는 자세는 의상에도 영향을 주어 무릎을 꿇는 일본식에는 타이트한 일본 옷이 좋고, 다리를 벌리고 앉는 한국식에는 한복이 더없이 편하다. 더욱이 한 다리를 세우고 앉는 한국 여인에게 한국 치마 이상 편하고 우아한 것이 없다.
방석과 같이 이불도 일본 것이 두껍고 요도 두껍다. 그러나 온돌에서는 너무 이불 요가 두꺼워도 안 되는데, 방이 넓지 못하기 때문에 이불을 개서 별도로 놓을 공간이 없어 장롱 위에 쌓아 올린다. 따라서 이부자리가 장롱과 같이 하나의 장식품화 한다. 장식품이 된 이불과 요는 화려한 색으로 만들어 장롱과 더불어 방의 색조를 더한다. 장롱 또한 한국 방에서는 귀중한 장식품인데, 화려한 자개장은 그 집의 경제적 상태와 주부의 취향을 말해 주는 것이 된다.
일본 방은 넓기 때문에 옷과 이불을 넣는 오시레가 있어 모든 것을 넣고 문을 닫으면 깨끗하다. 일본 방에는 장롱이 필요하지 않다.
온돌에서 파생되는 문화적 특성보다 더 중요하고 흥미로운 것이 방의 사용이다. 한국 집은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안채와 바깥채가 있고 각각 안채에는 주부가 거처하는 안방이 있으며 바깥채에는 주인 남자가 거처하는 사랑방이 있다. 유교에서 말하는 남녀유별을 한국의 경우 공간적 분리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안방에는 화려한 장롱이 있을 뿐만이 아니라 중요한 가신이 모셔져 있고 집안의 귀중품이 보관되어 있다. 뿐만이 아니라 가장을 제외한 식구가 이곳에서 겨울에 식사를 하고 여가를 즐기는 것이니 서양의 리빙 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사랑에 있는 남자도 병이 나면 안방에 들어오고 무엇보다 집안 사람이 죽을 때는 안방에서 죽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 객사(客死)라고 한다. 이러한 안방을 한국에서 부인이 점유하고 있다는 것은 집안에서 주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따라 부인을 안주인이라 부르고 대가에서는 안방마님이라 부른다. 양반집 큰집에서는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중문을 두어 중문 안에는 남자들이 출입할 수 없는 여자들의 공간을 형성한다.
가장인 남자가 기거하는 사랑방은 바깥채에 위치하고, 크고 화려하지만 손님이 출입하는 곳이라 귀중품을 놓아 둘 수 없다. 안방이 금남의 방인 것 같이 사랑방은 금녀의 방이다. 가장은 이곳에 기거하며 가족원에게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랑방 바깥채를 가장의 권위 공간으로 사용한다.
이와 같이 한국 집에는 가장인 바깥주인이 거처하는 공간과 주부인 안주인이 기거하는 공간이 구별된다. 이것은 한국 가정에 두 권위체계가 있고 이것은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두 권위가 상호 견제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가는 한국문화의 법칙을 이곳에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집은 방이 많아도 주부가 가장과 별도로 누리는 공간이 없기에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일본에는 가족의 최상급에 위치한 가장이 갖는 권위 공간이 한국보다 더욱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도코노마(객실의 방바닥보다 한층 더 높게 만들어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는 꽃꽂이 등을 놓아 장식하는 일본 특유의 가옥 구조)를 가진 지시키(座數)는 성소로서 가보인 칼을 놓거나 족자를 걸어 놓는 도코노마를 갖고 있다. 이 곳에 가장이 기거하면서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가장의 절대권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춘 가족문화를 주거공간에서도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