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군산시 나포에 다녀왔다.
그동안 차가 없었던 나의 아버지.
열심히 공부하신 덕택에 지난주에 드디어 한방에 면허를 따셨다.
운전연습용으로 경차를 하나 준비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서울에서 준비한 마티즈를 끌고 고향까지 갔다.
시청에서 전북넘버로 교체하고 시운전까지 마쳐드렸다.
아버지는 마치 소년처럼 싱글벙글하셨다.
지금까지 한 평생 자전거만 이용하셨는데 이젠 엄마 병원왕래 때문에 차가 필요하다고 느끼신 모양이다.
그래서 두꺼운 안경 너머로 깨알같이 작은 글자들과 열심히 씨름하셨단다.
그 연세에 단번에 합격.
역시 아버지다웠다.
나포 카센타를 찾아갔다.
아버지 car life의 주치의를 소개해 드리려고.
거기엔 우리 중학교 동창 "홍수"가 있기에.
갔더니 두수도 와 있었다.
늘 핸섬한 두수, 그 친구는 자신의 차를 수리하고 있었다.
언제나 푸짐하고 구수한 홍수.
작업복에 구릿빛 얼굴, 여유있는 미소가 좋았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아버지께 앞으로 마티즈 주치의가 될 홍수를 소개시켜 드렸다.
"아버지, 이제부터 아버지 car life의 주치의는 홍숩니다"
아버지는 잘 부탁한다며 홍수와 힘차게 악수를 나누셨다.
고속터미널에서 아버지는 나에게 차비를 주셨다.
한사코 거절했는데도 기어이 내 셔츠 포켓에 돈을 찔러 주셨다.
새벽같이 차를 끌고 내려와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아버지는 이 못난 자식에게 손을 흔들어 주셨다.
눈물이 핑돌았다.
"아아...부모님의 마음이란"
버스가 성산을 지나,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정감이 넘치는 우리 고향이 차창밖으로 펼쳐져 보였다.
푸르고 싱그러워 좋았다.
버스가 금강대교를 건너 충청도 땅으로 접어들 때까지 나의 시야는 연신 뿌옇게 적셔지고 있었다.
"아버지. 자주 뵙고 인사드릴께요. 15일날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굽은 허리, 약해진 다리, 암수술 이후 조금씩 절룩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인해 먹먹한 가슴을 가눌 길이 없었다.
그만큼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내 아이들도 무럭무럭 크고 있다.
이렇게 또 한 세대가 흐르고 있는 것인가?
자연의 순행을 막을 수도 없고, 거스를수도 없겠지만 자식의 마음판에 쌓이는 회한과 죄스러움의 앙금을
어떻게 씻어 낼 수 있을까?
"아버지.
일생을 두고 이어지는 당신의 그 한없는 기도와 사랑앞에 이 아들은 그저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앞에만 서면 제가 더욱 작아지네요.
아버지는 한 평생, 훌륭한 삶을 살아 내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존경합니다.
늘 건강 유의하세요."
오래된 내 일기장 속에서 / 2003-08-13 / 현기욱
아버지.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많이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CHET ATKINS의 이 노래 - I Still Can't Say Good Bye.
언제부턴가 이 노래가 참 좋아졌어요.
아버지 생각이 날 때마다 가끔씩 듣곤합니다.
숱한 세월이 흘렀어도 아버지를 보내지 못하고있는 못난 아들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