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종가기준으로 주식계좌잔고가 수익으로 돌아섰습니다.
처음엔 기쁘다가 지금은 약간 허탈하기도 합니다.
지난 2년간 본전을 찾기 위해 달려왔는데
그 목표를 이루고 나니 긴장이 풀렸나 봅니다.
축하해주실 거라 믿고 미리 감사드립니다.^^
주식시장에 발을 디디며.
2011년 8월.
레버리지로 점심값 정도 벌면 만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금요일 종가에 레버리지를 20만 원정도 담았지요.
그런데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에 미국 신용등급 하락속보가 나옵니다.
월요일날 폭락이 나왔고 처음으로 손실을 봤습니다.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매수합니다.
이번엔 손실금액을 만회하기 위해 평소보다 좀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또 떨어집니다.
손실을 처음 경험하다 보니 분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추가로 돈을 넣습니다.
마치 어렸을 때 오락실에 동전 넣듯이 레버리지를 매수하게 됩니다.
떨어지면 추가로 돈을 또 넣고 또 넣고..
넣으면 떨어지고 넣으면 폭락하고..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모습에 공포감을 느낍니다. 손발이 떨리고 새하얗게 질려버리게 됩니다.
회사에서 일은 안 하고 하루종일 코스피 차트만 바라봤습니다.
사고가 마비되더군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일단 갖고 있던 레버리지 주식을 모두 매도합니다.
그렇게 단 며칠 만에 5백만원 정도 손실을 보게 됩니다.
삼성전자 게시판에서 매수를 외치던 우량주투자님
이때부터 인터넷으로 주식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왜 주식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건지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건지
열심히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아침출근 길에 경제 라디오 방송도 챙겨 듣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 주식을 697000원에 10주를 매수하며 다시 주식을 시작합니다.
딱히 이유는 없었습니다. 어 삼성전자가 60만 원대네. 왠지 저렴한 가격 같아.
여기서 더 떨어져도 감당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주식 사이트의 삼성전자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우량주투자님은 이 삼성전자 게시판에서 처음 뵙게 됐습니다.
당연하게도 더 떨어질 거라는 얘기가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혼자서 100만 원 갈 거라고 하시던 글. 지금도 찾아보면 나올 겁니다.
말투가 특이하지만 묘한 설득력이 있어 그 때까지 올리신 글을 모두 찾아봤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LG전자 게시판에는 정상적인(?) 말투의 우량주투자님 글도 보이더군요.^^
큰 손실이 불러다 준 초보의 행운
삼성전자는 제가 매수한 이후 잠깐 오르다가 70만 원대로 다시 내려옵니다.
당연하게도 저는 이 때 못 견디고 매도했고. 그 후로 연일 오르며 머지않아 신고가를 기록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쉽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를 매도한 후 메디포스트를 매수했거든요.
바이오테마주, 작전주 이런 거 전혀 모르던 시절입니다.
어찌어찌 하다가 들어가게 된 메디포스트 게시판에 글들을 읽다 보니
정말 이 회사야말로 포스트 삼성전자가 되겠구나 싶더군요.
회사가 연구하는 줄기세포는 꿈의 기술처럼 생각됐습니다.
이제 아픈 사람들이 없는 행복한 세상이 오겠구나 싶더군요.
네.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당시 저는 순수하게도 이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매수합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7만 원대에선 모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몇날 며칠을 매수합니다.
그렇게 약 3천만 원 정도 매수를 합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상한가 행진을 벌이더군요.
수익률이 150%를 넘기도 합니다.
물론 고점에서 팔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레버리지 손실 난 거 모두 채우고 1천만 원 정도 수익을 봤습니다.
물론 전혀 기쁘지 않았어요.
24만 원에 팔았으면 몇천만원.. 그게 다 내 것이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만 가득했습니다.
주식을 배우다. 그리고 2년의 시작.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1천만원 마저 야금야금 손실이 나면서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주식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이 때 즈음입니다.
이 때까진 차트도 제대로 볼 줄 몰랐어요. 주식용어도 잘 몰랐고요.
그 때, 때마침 우량주투자님이 주식 스터디 카페를 알려주십니다.
당장 신청하고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가 2011년 12월입니다.
차트를 이해하고 세계 경제를 읽으며 그렇게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도 초보의 행운이 통한건지 공부한 대로 매매를 해서 곧잘 수익을 냅니다.
이 때는 호텔신라가 꽤 잘 맞아서 좋아했던 종목입니다.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니 자만심이 생겼나 봅니다.
메디포스트처럼 대박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2012년 3월에 큰 꿈을 꾸며 고려아연을 매수합니다.
꽤 크게 들어갔어요.
조금 오르더니 바로 손실로 돌아섰습니다.
왜 떨어지지 하며 조금 더 매수하고 떨어지면 또 매수하고..
공부한 거.. 배운 거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더군요.
1년 전 레버리지로 손실보던 시절과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핸드폰 주식어플만 바라 봤습니다.
결국 어느 날 못참고 몽땅 매도했고
그 이후 정말 거짓말처럼 오르기 시작합니다.
내가 사니 떨어지고, 내가 파니 오른다. 저를 위한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2년간의 본전 찾아 떠나는 주식여행을 시작합니다.
달라진 것들. 좋아진 것들.
첫 번째로, 우선 매매일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의 잔고. 그 날의 시장을 경험하며 느꼈던 점. 매매하며 잘했던 점, 아쉬웠던 점.
처음에는 메모장을 사서 손으로 적었는데
손으로 적다보니 힘도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더군요.
그래서 엑셀문서에 적기 시작합니다.
차트도 같이 만들어서 코스피지수와 계좌잔고를 차트로 비교하니 보는 재미도 있더군요.
지금은 잔고와 코스피지수와 등락 폭 비교. 짧게 한 줄 느낌. 매매 이유 등을 적습니다.
특히 한 줄 느낌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당연히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되는데요.
이전에 비슷했던 시장 상황에서 내가 어떤 느낌을 가졌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보통 참고 참다가 못 참고 던지면 그때가 저점 부근인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한 번 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로, 일정비율 현금을 보유합니다.
현금이 중요한 이유는 심리적인 안정 때문입니다.
주식비중이 100%에 육박한다.
이런 상태에서 오르면 정말 좋죠.
하지만 만약 떨어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이라곤 매도 뿐인 거죠.
아니면 기다리든지요.
오를 때까지 몇 년이고 기다린다. 이런 분들 정말 그 참을성이 존경스럽습니다.
손실이 났다고 손절하고 갈아타면 대게는 그냥 갖고 있는 거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합니다.
하지만 손실이 나면 불안해지고 왠지 새 출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매도하고..
다른 종목 갈아타면 내가 산 종목은 떨어지고 판 종목은 오르고..
그래서 짜증나서 또 팔고 갈아타고.. 이렇게 매매하면 손실도 손실이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정말 큽니다.
만일 대응할 수 있는 현금이 있으면 이런 악수를 두는 경우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만일 보유종목이 급락했거나 아니면 대응할 시기를 놓쳐서 손실이 커졌다면
다시 대응할 수 있는 시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 보통 -10% 정도가 되면 반등이 나오는데 심하면 -18% 정도까지 내린 후에 반등이 나오기도 합니다.
제가 매수하는 패턴이 이정도 움직임 사이클에 맞춰진 것 같습니다.
그 후로는 조금씩 손실을 줄여나갑니다.
이 때 재빠르게 물타기를 한다....
사실 저는 물타기는 잘 안 합니다.
가끔 하긴 하는데 성과가 썩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연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입니다.
그럼 현금이 왜 중요하냐고요.
괜찮은 종목인데 생각보다 많이 떨이지네..
하지만 혹시 여기서 더 떨어져도 갖고 있는 현금으로 물타기 할 수 있다. 그러니 괜찮다.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줍니다.
만일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떨어지면 정말 불안해집니다.
더 떨어지면 안 되는데.. 손가락만 빨면서 바라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계좌를 나눴습니다.
저는 계좌가 세개 입니다.
처음에는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눴고요.
그 다음엔 레버리지와 방어주, 금융주, 그 외 이렇게 나눠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현금, 증권주(장기), 그 외 일반 매매로 나눈 상태입니다.
계좌를 나눠서 잘 쓰시는 분들 중엔 한쪽 계좌에서 손실 난 만큼 다른 계좌에서 매수 하고
수익이 나면 손실계좌를 조금씩 정리하는 방법으로도 쓰시는데요.
저도 이렇게 해봤는데 같은 종목이 여러 계좌에 분산되다 보니 좀 헷갈리더라고요.
저평가인데 손실이 난 종목들만 한곳에 몰아넣고 당분간 안 보는 방법도 있는데 이건 좀 괜찮았습니다.
계좌를 나누면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자기만의 전략을 세울 수가 있습니다.
저는 증권주를 아예 한 곳에 몰아넣고 자주 확인을 안 하다 보니 횡보할 때도 그럭저럭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장기투자하는 종목은 따로 떼어놓고 자주 매매하는 종목들만 한 계좌에 넣어두면
최근 거래하는 매매의 결과를 좀 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량주투자님께 감사드리며
이 외에도
저가에 매수하기
손실이 나도 6개월 정도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사이클 이해하기)
주식을 매수할 때는 비싸게 굴기(가격 주면 사고 안 오면 말고. 안 사도 손해는 아니다.)
자동주문 이용하기(매도 할 때 자신과 타협하지 말기)
등등도 얘기 드리고 싶지만 글도 길어지고
저도 이 글을 두 시간 째 쓰다 보니 머리가 멍해지네요.
서둘러 글을 정리하면서 감사인사 드리고 물러갈까 합니다.
그런데 감사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우량주투자님도 계시고 오래된영혼님도 계시고 카페 회원님들도 계시고.
주식은 하면 안 된다는 일반사람으로 살던 제가
주식을 시작하며 손실도 보고 수익도 내보고 이제는 가끔 분석 글도 적어보게 됐습니다.
떠올려보면 삼성전자 게시판에서 우량주투자님을 알게 된 게 계기가 되어
짧지만 3년 넘게 주식투자를 계속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인생이 바뀌기도 하는데
주식을 통해서 돈보다 더 값진, 사람과의 만남과 인생을 배워 가는 것 같습니다.
늘 감사드리지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2년 동안 고군분투했던 저 자신에게도 고생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잘 와서 대견하다고 머리 토닥거려 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줄 요약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 하는 습간을 기릅시다. 다 놔버리고 다시시작하는 여유가 본전을 건진다. 고의라도 포기해보자
축하합니다.
내용 감사드리고,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