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 : 1976년 1월 27일
신체조건 : 178cm/78kg(?)
주포지션 : 포워드/공격형 미드필더
흔히 '판타지 스타'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판타지 스타란 슛, 패스, 드리블의 삼박자를 갖춘 완벽한 선수, 혹은 그에게 공이 갔을 때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하는, 말 그대로 '판타스틱'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판타지 스타의 대표적 유형으로는 이탈리아의 핀투리키오(Pinturicchio) '델 피에로'를 손꼽을 수 있다. 슛팅과 어시스트, 드리블에 모두 능한 델 피에로는 현존하는 이탈리아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세계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명으로 불리우는 인물이다.
델 피에로가 공을 잡았을 때, 사람들의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인다. 그가 펼쳐보일 '마법'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패스게임에 의한 득점이나 킥 앤 러쉬에 의한 통속적이고 재미없는 축구가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델 피에로는 보여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도 그러한 인물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한국형 판타지 스타, 안정환이다.
***98 월드컵 참패 이후, 혜성과 같이 등장한 테리우스***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98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거둔 성과는 처참했다. 1무 2패, 2득점에 9실점(자메이카와 더불어 최다실점팀). 기대했던 한국팀의 공격수들은 무력하기만 했다.
전문가들은 실망스런 월드컵 성적으로 인해 국민들의 축구 열기가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국내프로축구(K-리그)가 위축되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걱정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98 프로축구는 그 어느때보다 폭발적인 인기와 관심을 모으며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 중심에는 신세대 스타들의 대거 출현이 있었다. 한국형 플레이 메이커로서 일본의 나카타와 비교되는 '앙팡테리블' 고종수를 필두로,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급부상한 '라이언 킹' 이동국, 그리고 화려한 외모와 테크닉의 '테리우스' 안정환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특히 안정환은 한국축구역사상 전무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그것은 그가 출장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가 소속되어 있는 부산 대우팀의 경기를 보러오는 관중들의 수가 엄청난게 변화한다는 점이었다. (1만명 이상 차이가 난 경우도 있다고 함)
이는 안정환이 실력 뿐 아니라 외모까지 갖춘, 그야말로 '스타성'을 타고난 선수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축구선수가 아니었다면 모델을 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조각상처럼 수려한 외모, 뛰어난 센스의 헤어스타일, 거기에 다른 선수들과는 한 차원 틀린 현란한 드리블과 개인기는 일반축구팬은 물론 축구에 관심없던 여성팬들까지 경기장으로 끌어모았다.
플레이 메이커 고종수, 스트라이커 이동국, 테크니션 안정환. 최고의 신예들이 배출된 98년 축구계는 그 어느때보다 들떠 있었다.
***테리우스, 한국축구를 평정하다!***
대학시절 아주대학교 소속으로 대학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MVP에 선정된 바 있던 안정환은 이번엔 K-리그 평정에 나섰다.
98년부터 만 감독에게 발탁되어 부산 대우 소속으로 뛰게 된 안정환은 99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안정환은 안정적인 볼 키핑력을 바탕으로 한국선수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현란한 동작을 통해 상대수비수들을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리고는, 골키퍼가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정확하고도 강력한 슈팅을 날리곤 했다. 그는 이때 이미 동료로부터 패스를 받아 골을 넣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드리블을 하여 골을 창조해내는, 이른바 '한국형 판타지 스타'에 근접해가고 있었다.
아직도 그때 안정환의 활약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꽁지머리에 깔끔한 외모를 한 그가 하프 라인부터 단독질주하여 상대수비를 모조리 제쳐버린 뒤 골키퍼마저 턴 동작(크루이프 턴은 아니었던 듯)으로 농락해버리고는 여유롭게 골대 안으로 공을 차넣던 모습. 그 모습은 정말 센세이션에 가까웠고, 이미 한국의 수준을 뛰어넘은, 아니 탈아시아적인 테크니션으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99년 그 누구보다 빛나는 플레이를 했던 안정환은 MVP에 선정되었고, 득점 부분에서도 샤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실력도 외모도 완벽한 테리우스의 K-리그 제왕 등극에 축구계는 전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젊은 선수의 앞날엔 영광만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페루자, 높고도 높은 이탈리아 축구의 장벽***
98 월드컵 이후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게 된 것은 단연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였다.
대회 직후 이탈리아 페루자로 이적하게 된 나카타는 곧 놀라운 활약을 펼쳐보이며 일약 세리에 A의 스타 플레이어 중 하나로 급부상한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세리에 A 최고명문 중 하나인 AS 로마에 영입된다.
처음에는 아시아 시장의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영입했던 나카타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자 페루자는 다시 한번 아시아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 이번에 타겟이 된 것은 한국축구계의 새로운 히어로로 떠오른 안정환.
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한국의 테리우스는 야심차게 이탈리아 땅을 밟았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안정환은 페루자에서 선발출장의 기회를 잡지못했고, 늘 벤치를 지켜야만 했다.
구단주에게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라고 평가받은 그의 테크닉도 출장하지 않는 이상 선보일 기회조차 없었다.
또 수준높은 이탈리아 축구를 접하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그의 단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외모에서 느껴지듯 거친 몸싸움을 싫어하고 헤딩에 약한 점, 체력적인 문제점 등 화려한 테크닉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약점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비록 시즌 막판 몇경기에 출전하여 소나기골을 퍼붓는 등 나름대로 활약했지만 그에게 이탈리아에서의 2년은 힘든 시간이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같은 시기에 나카타는 AS 로마에서 토티에게 밀려 고생하지 않았나. 바야흐로 아시아 천재들의 수난시대)
그렇게 안정환은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쩌면 2002년 6월의 어느날, 뜨거운 반지의 입맞춤으로 한반도 전체를 열광케 만들 '역사적인 순간'을 위한 전주곡이었을지도 모른다.
***2002 월드컵, 세계를 놀라게 한 '반지의 제왕'***
페루자에서의 아픔을 딛고 대표팀에 복귀한 안정환은 또 한번의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스트라이커로 투입된 그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두 골을 뽑아내며 다시 한번 한국축구의 히어로로 떠오른다. 이탈리아에 갖다온 후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화려해진 테크닉에 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스코틀랜드전에서의 두번째 골 (다리 사이로 공 흘리기 후 패스를 받아 로빙 슛)은 호나우두가 칭찬했던 장면으로 유명하다.
안정환은 화려한 플레이뿐아니라 파마 머리, 반지 키스 세레모니 등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을 16강으로 이끌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이때부터였는지 모른다. 뭔가 다른 선수들에겐 없는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만 같은 판타지스타의 냄새, 델 피에로의 환영을 안정환에게서 본 것은.
그리고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안정환의 미국전 동점골과 이탈리아 역전골에 대해서 아직까지 '운이었다'는 비판이 따른다.
하지만 이제와서 뭐라 한다고해도 그 골을 넣은 것은 '안정환'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이탈리아를 무너뜨린 그 역사적인 순간의 중심에 서있던 인물이 바로 반지의 제왕이었음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을용이 프리킥을 올렸을 때 안정환은 누구보다 빨리 미국진영으로 파고들었고,
이영표의 크로스를 말디니보다 더 높이 뛰어 골로 연결한 것도 안정환이었다.
이 두 골이 더욱 놀라운 것은, 두 골 모두 늘 안정환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헤딩골'이었다는 것이다.
약간의 럭키성도 있겠지만, 안정환의 노력과 투지가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그의 실력처럼 화려한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그 무엇보다 값진 득점들을 터뜨렸고, 대회 내내 선보인 안정적인 볼 키핑과 날카로운 슛팅 등은 역시 테리우스다웠다.
그는 분명 한일 월드컵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이다.
***테리우스, 이번엔 일본정복에 나서다!!***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월드컵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이었던 안정환은 페루자에서 쫓겨났고(어찌보면 정해진 수순이었을지도), 유럽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곳은 일본의 시미즈 S 펄스. 일본엔 일본 열도 정복에 나선 것이다.
일본에서의 활약상은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여전히 뛰어난 외모로 일본 여성팬들을 끌고 다니는 것은 물론, 제이리그 선수들과는 한 차원 틀린 테크닉을 선보이며 매경기마다 놀라운 골들을 성공시키고 있다.
(하프 라인부터 장거리 단독질주 득점장면이나 특유의 두번 접고 슛팅 장면 등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가 이미 제이리그의 수준을 뛰어넘어 탈아시아적인 테크니션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첫댓글 솔직히...카카(브라질)로 표현하고 싶은...
한국의 판타지스타의 올인이오 ㅎ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것이 없는 안정환. 스타일은 약간 다르지만 우리의 지네딘 지성도 판타지 스타로 봐도 무난할 듯
아시아에서 찾아볼수없는 유일무이한 안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