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부터 소개하는 글은 11명의 조선일보 기자들이 미처 기사화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펴
낸 책 「못다 쓴 이야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내용을 뒷받침하는 많은 사진자료들도 첨부되어 있
지만 따올 재주가 없어 아쉽다. 이야기 가운데 몇 가지만 추려서 대담 형식의 글을 문어체로 바꿔 소
개한다.
이동욱 기자는 서강대(79학번) 물리학과에 다닐 때 열심히 반정부 데모를 했지만, 데모하다 붙잡혀
군에 강제 입대한 뒤 7년 동안 하사관으로 복무하다 복학한 뒤부터는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어 합리
적인 보수주의자가 되었다. 이동욱은 대학원에서 북한정치학을 공부하면서 좌파들의 이론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그들의 모순점에 이론적으로 대처할 만반의 무장을 갖추었다. 그리고는 『월간
조선』 1994년 5월호에 <홀로 좌익 학생 운동권과 대결하면서 북한의 본질과 한국 지식인의 위선에
다가간 한 청년의 체험수기>라는 긴 제목의 수기를 투고하여 『월간조선』과 인연을 맺었다. 원고지
200장 분량의 매우 긴 글이었다.

그의 수기는 침묵하는 다수의 보수주의자들에 큰 울림을 주었다. 그의 수기가 실린 『월간조선』은
이례적으로 3판까지 찍었을 만큼 불티나게 팔렸다. 이후에도 몇 번 그의 글이 『월간조선』에 실리
자 1995년 편집장은 그를 계약직 기자로 특채했다. 그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 <한국의 매장문화>,
<호스피스의 실상>,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굵직굵직한 기사를 직접 쓰거나 취재에 동참하여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때로는 밤샘
을 해가면서 조선일보를 창간호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모두 읽어 시대적인 가치관의 변천과 사회
적 논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취재 및 기사 작성에 참조했다.
2001년 2월호 『월간조선』을 기획하던 편집장은 이동욱을 불러 역대 대통령들의 학력을 조사해보
라고 제의했다. 기자는 이미 ‘이‧윤‧박‧최‧전‧노‧김’ 대통령의 전기를 조선일보에 연재한 바 있어 흔쾌
히 수락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인 김대중의 전기는 상굿도 취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력을 알아
보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기자는 일단 7대(1971)‧13대(1987)‧14대(1
992)‧15대(1997) 대통령 선거 때 제출한 이력서에 학력이 기재되어 있을 것으로 믿고 중앙선관위에
조회했다. 회신 내용은 놀라웠다. 7대 때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13대 때는 경희대학교 산업경영
대학원, 14대 때는 경희대 대학원 경제과, 15대 때는 목포공립상업학교 졸업으로 되어 있었다. 본적
과 성씨와 나이에 이어 학력도 이력서마다 다르게 기재한 것이다. 45세 때 대학원을 졸업했던 자가 7
1세 때는 상고 졸업으로 학력이 뒷걸음질한 희한한 자였다.

그런데 대학원 학력은 기록되어 있는데 대학교 학력이 전혀 없었다. 기자는 추적을 계속했다. 대통령
당선 후 선관위 배너에는 1949년 건국대 정치과 입학,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역시 대
학교 기록은 없고 고려대와 경희대 대학원 수학 또는 수료 등 기록마다 차이가 났다. 언론사를 취재
해보니 동아닷컴에는 건대 정외과-고려대 경영대학원-경희대 정책연구과정으로, 조선닷컴에는 건대
정외과 3학년 편입-고려대 경영대학원-경희대 산업경영대학원으로 역시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도
대체 이력서를 제출할 때 먼저 낸 기록을 참고나 하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기록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
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어디에도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기록이 없다는 점이었다. <고등교육법> 제33조 3
항에는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법령에 따라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
는 사람’으로 대학원 입학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각 기록을 다 인정한다면 김대중은 <고등교육법>이
정한 자격 없이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된다. 1987년 10월 30일 ‘관훈클럽 대통령 후보 초청 토
론회’에서도 부산 피난시절 건국대 3학년에 편입된 사실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그렇다면 어느 대학에
서 2학년을 수료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을 못들은 척 넘긴 적이 있었다.
김대중이 1964년 3월에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고려대
학교 경영대학원 관계자에게 전화했을 때였다.
“우리 학교는 1964년 3월에 경영대학원을 개설했기 때문에 그 달에 졸업했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릅
니다. 학적부에도 그 사람 이름은 없습니다.”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배어 있었다. 현직 대통령을 ‘그 사람’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여러 차례 김대중의 학력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듯싶었다. 기자가 직접 찾아간 건국대학교 측의 반응
도 대동소이했다. 선거 때마다 ‘그 사람’ 학력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학적부를 죄다 뒤지는 헛수고를
한다는 것이었다.

경희대학교에서도 비슷한 대답을 듣고 돌아와 취재 내용을 정리한 뒤 편집장에게 보고하자 편집장
역시 짜증 섞인 목소리로 한 마디 툭 던졌다.
“그 사람은 사실인 게 도대체 뭐야?!”
며칠 뒤 희한한 사태가 벌어졌다. 편집장이 조용히 불러 사직을 권고한 것이다. 잘 알면서도 무슨 취
재를 그 따위로 했느냐고 꾸중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기자가 각 대학교에 김대중 학력의 진위를 놓고
꼬치꼬치 캐물은 사실이 청와대에 전달된 모양이었다. 마침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인 중견기업 사장이 신문사 연봉의 2배를 제안하며 그를 영입했다. 이동욱 기자는 동료들의 박수
를 받으며 7년 동안 정든 『월간조선』을 떠났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윤달이 들어있는 해가 되어 아침과 낮의 기온차가 한달가량 이른 날씨로 일교차가 있다는 나이 많은분의 설명 입니다. 늘 걸어서 다니는 일상의 시작은 초록이 짙어가는 주변의 풍경과 더불어 여서 좋습니다. 이번 주말은 얕으막한 산길을 부인과 함께 걷는 나들이로 계획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