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숙샘의 포토에세이와 함께 실렸네요
쪽수필 /오정순
전어떼가 가을비에 군무를 춘다. 시인의 상상에 긍정을 하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소환한다. 생선을 좋아해서 전어철이면 거르지 않고 챙겨 드셨다. 고향 생각 곁들여 소주잔을 기울이시던 아버지가 자꾸 꿈에 보인다. 갚아도 갚아도 못 갚은 것 같은 미안함 때문이다.
돌아가시기 전 해, 살이 보들보들한 생선이 먹고 싶다 해서 냉장고에 있는 잔 조기를 구워갔다. 장 보고 뭐할 겨를이 없다면 핑계겠지만 맛나게 잡수지 않아서 죄진 기분이 들었다. 다시 홍어회 한 상자를 가져다 드리며 그 맛을 지우고 싶어 했다. 아버지는 소분하여 냉동고에 넣어두고 소주 안주로 드셨지만 파닥거리는 생선을 보면 살갑지 못한 그 날의 기억이 은근히 속내를 건드린다.
서운함의 단초가 되는 게 어찌 한 마리 생선 뿐이랴. 누구에게든 청한 것을 소홀히 하고나면 후회가 따르고 미안함도 흉터 자라듯 커진다는 것 안다. 그래도 97세 어머니의 주문을 다 들어 주지 못한다. 미안함을 쌓지 않으려고 이기심과 효심이 널뛰기를 한다.
첫댓글 이시향 선생님의 디카시를 보시며 생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셨군요.
쪽수필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도 부모님께 그랬던 기억 때문에 늘 마음에 걸려오곤 하거든요.
그런 일 다시 안 만들려고
오늘 동지팥죽 가지고 다녀왔어요
여전히 뭐든 잘 잡숫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2.21 21:2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2.21 21:27
분명 낙엽인데 물고기가 되고 그 물고기에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전어가 연결되고
... 깊이를 더한 이야기와 함께 잘 감상하였습니다^^
권현숙 샘의 포토에세이도 보고 싶네요~~
설마 누군가에게 이렇게 정서가 건드려질 것은
상상하지 못하고 쓴 시일지라도
확장성이 생기는 건 신기한 일이지요
그래서 써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