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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환장하겠네."
"인내와 끈기는 우리의 오래된 능력이자 무기라는 사실을 잊은거냐?"
"그럴리가. 몸으로 익힌건 절대 잊을수가 없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인간적으로 샤워는 좀 하고 다니자. 그 머리며, 수염이며......... 내가 웬만하면 이런 말까지는 안하고 싶은데, 너 지금 몰골이 깡통 하나 들고 서울역에 나가서 앉아있으면 완전........100%로다."
"뭐?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더니, 제수씨 만나기전엔 나보다 더 했으면 더했던 놈이......."
"내가 지나고 보니깐 그게 사람 몰골이 아니라는 걸 온 몸으로 깨달았다는 거 아니냐. 그래서 충고 하는 거야. 향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좀 씻기라도 하면 니 형수가 참한 아가씨로 하나......."
"거 참! 맨날 말은 번드르 하지. 좋다. 이번 사건만 해결하면 내가 삭발 한다. 삭발해!!"
그렇지않아도 덥수룩해 잘못보면 노숙자같은 몰골의 김 형사가 벅벅 머리를 긁으며 인상을 써대고 있는 모습을 본 박 형사는 자판기에서 금방 뽑은 커피를 건네주었다. 언제나 그렇듯 입김 한번 불지않고 뜨거운 커피를 홀짝 받아마시던 김 형사는 역시나 그 뜨거움에 놀라 펄쩍거렸다.
"앗 뜨거!!!"
"하여튼, 매번 입천장을 홀라당 까이면서도 어째 그 버릇은 고쳐지질 않냐?"
"에이씨~ 버릇을 알면 좀 식혀서 주던가!!!"
"이 자식이 커피를 사줘도 지랄이야. 잠 덜깼냐?"
"에이씨!!"
박 형사는 씩씩거리면서도 남은 커피를 홀짝 들이키는 김 형사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하여튼 20년 형사 생활에 남은 건 똥배짱과 지랄맞은 성격뿐이다. 아무튼 머리가 노력을 따라가주지 못한다는건 참으로 슬픈 일인거 같다.
"기분이다. 내가 팁 하나 준다."
"팁이라니? 아!!!!! 박 시연 만나본다고 했었지. 그래 만나봤어? 뭐 건진거 있어?"
"제발 부탁인데, 침 좀 삼키고 말해라. 너 입 주변에 침 고여있는거 보는 이로 하여금 상당히 불쾌감을 준다는거 알고 있냐?"
"에이씨!!! 빨리 말 안해!!! 박 시연이 만났어 못 만났어!!!"
"에~이, 진짜 드럽게 침까지 튀기고.....못 만났다. 됐냐!!!"
"못 만났어? 못 만났는데 팁은 무슨 팁?"
시연이 아르바이트하던 커피전문점을 찾아갔던 박 형사는 시연이 가게를 그만두었다는 걸 알게 었다. 살고있던 집 대문이 여전히 굳게 닫힌걸로 봐서 아직 집으로 돌아온 것 같지도 않고, 가게까지 그만뒀다니 이제 시연을 만나려면 학교를 찾아갈수 밖에 없는 일이다. 실망하며 가게를 나오려던 박 형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르바이트 생들을 상대로 시연에 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알바생 말이 이 윤성 검사랑 아주 닮은 사람을 봤대."
"이 검사랑 닮은 사람? 그게 누군데?"
"그거야 나도 모르지."
"너 지금 장난하냐?"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남자가 누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검사랑 아주 닮았다는게 중요한거야. 이 윤성과 아주 닮은 그 남자를 박 시연이 알고 있다는 거."
"그게 뭐? 세상에 닮은 사람이 한둘이냐? 그리고 박 시연이 알고 있다면 이 검사를 잘못 본 거 일수도 있는거잖아."
"이런 미련 곰탱이 같은 놈! 이 검사랑 그 사람이 같이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잖아."
"둘이? 그럼 둘이 아는 사이란 말야?"
"그래, 박 시연과 김 희진, 그렇게 넷이 함께 있는 걸 봤대. 그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박 시연을 찾아왔던 검사랑 너무 닮아서 처음엔 이 검사줄 알았다고 하더라구. 근데, 알고 보니깐 다른 사람이더란거지."
"그 커피점 손님이 엄청 많던데 그걸 기억해?"
"이 검사 비주얼이 보통은 넘잖아. 그런데 그런 남자가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앉아있는데 당근 여자들 눈이 돌아갔겠지. 안그러냐?"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런데는.......너 그 머리로 어떻게 형사가 된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우리 경찰청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본다."
"내가 그래도 학교 다닐땐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어, 왜 이래? 그리고 같이 커피 마신게 뭐 그리 특별한거라고, 닮았으면 사촌일수도 있고, 뭐 친척 그쯤 되겠지. 세상에 닮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가지고 뭘 물었다는니 설레발 치기는........"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라고 있는게 아니거든. 과학수사까지는 아니더라고 우리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자. 만약에 그 알바생 말처럼 두 사람이 헷갈릴정도로 닮았다고 한다면 대신 그 사람 행세를 해도 모를 거 아냐.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가 누군지 잘 모를 수도 있는 거잖아."
"잠깐만!!! 지금 박 형 니가 말하고 싶은게 설마......."
"가능하잖아. 그 유사 범죄도 본 적있고. 만일 그 사람이 이 윤성 검사를 대신해 알리바이를 제공했다면........그 보석 디자이너라는 여자, 그날 이 검사를 처음 봤다고 했잖아. 둘이 닮았다면 헷갈리지 않았을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이전 쌍둥이 형제가 서로의 알리바이를 제공해주며 벌였던 살인사건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닮았다는 사람이 누구인가다. 이전 조사에 의하면 남 지현이나 이 태성 모두 형제, 자매가 없다. 사촌이 있을리는 만무한 상황이고, 이 윤성 검사의 배 다른 동생이 있다고는 하지만 휠체어 신세를 진지 20년이 다 되어간다고 했었다.
"이 검사 찾아갔던 날, 휠체어 타고 나왔던 그 동생이라는 남자말야. 이 검사랑 무척 많이 닮았었지."
"닮기 했지만 20년째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잖아."
"혹시 그거 눈속임 아닐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다른 사람들이야 속는다 쳐도 가족들은 어떻게 할건데? 그 계모라는 여자가 다리 병신인 자기 아들 대신해서 이 검사가 장남자리 꿰찼다고 그래서 못잡아먹어 난리라고 하는데, 자기 아들이 두 다리가 멀쩡하다는걸 알면서 가만히 있는다구? 너라면 그러겠냐?"
"하긴....모자 사이가 안 좋지. 그날도 썩 인상이 좋지는 않았지. 명색이 형인데 완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봤잖아."
"박 형아, 제발 부탁인데 나보고 머리 나쁘단 말 하지말고, 그 얇은 귀 좀 어떻게 해 봐라. 아무리 잘 생겨도 그렇지, 그 커피 전문점, 딱 봐도 하루 손님이 백여명이 넘는데, 눈에 띄게 사고를 친것도 아니라면서 알바생이 그 사람을 기억한다고? 더구나 그 가게에 오는 놈들 죄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그 놈이 그 놈 같던데."
"그래도 이 검사 정도면 눈에 띄잖아. 그래서....."
"그래서 뭐? 혹시 그 알바생 이쁘더냐?"
"이 자식이....나 처자식 있거든. 니 놈처럼 40 넘어 쉰네나는 노총각 아니거든."
"잘났다. 빨리가서 박 시연이나 찾아내!!!"
"아~아닌데......썩 괜찮은 추리같은데......."
썩 괜찮은 추리라니, 지금 추리소설을 쓰자는 것도 아니고, 당장 조 만식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역시 시체로 만나게 될 것인데, 어디서 저런 쓸모없는 정보를 듣고와선 소설을 쓰고 있는건지 김 형사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겨우 찾아낸 김 기만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듯, 조 만식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김 기만 역시 이 윤성 검사의 작품이 분명한데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사건을 본 증인들이 한둘이 아닌데도 하나같이 그를 감싸고 있고, 조금이라도 불리한 질문을 하면 모름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수사에 진전이라곤 없는 상태다. 한술 더떠 박 시연까지 종적을 감추었다. 아르바이트도 그만뒀고, 자택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남은건 학교뿐이지만, 마땅히 그녀를 만나도 큰 정보를 얻을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김 기만과 이 윤성의 연결고리가 박 시연인건 분명한데, 이 윤성과 마찬가지로 딱히 잡아둘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무슨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질기게 얽힌 이 윤성과의 관계는 그녀를 여기까지 끌고오게 만들고는 있지만, 뭐 하나 정확하게 눈에 보이는거 없이 모든 것이 안개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에이씨!!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게 없어."
"웬일이니? 니가 나한테 만나자는 연락을 다 하고?"
"곧 시어머니가 되실건데 친하게 지내서 나쁠거 없잖아요."
"시어머니? 하긴 누가 되든 됐을테지....."
"미래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앉아 손톱 관리를 받는거 보기좋은 그림 아니예요?"
"글쎄다. 보기 좋은 그림이 될지, 악몽이 될지는 지나봐야 알 수 있지. 날 만나자고 한 이유는?"
겉보기 무척 아름다운 광경이다. 어딜가나 눈에 띄는 미모의 다인과 나이가 좀 들긴했지만 뒤지지않는 미모를 지닌 남 지현, 두 사람이 함께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주위의 이목을 끌고있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그리 어여쁘지가 않다. 열 손가락에 투명 메니큐어를 칠한채 마르기를 기다리며 어여쁜 두 여자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목적있는 눈빛이 굳이 원하는 바를 숨길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저는 이래서 어머니가 맘에 들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거!"
"훗!! 그래?"
"오빠랑 함께 있었다는 그 여대생에 대해 알고싶어요."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그런 여자가 한둘이었어야지. 너도 알다시피 윤성이가 만나는 여자가 꽤 되잖니?"
한껏 비꼬는 듯한 말투가 그녀의 비위를 건드렸지만 다인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눌러참았다. 평소같았으면 결코 아들의 약혼녀에게 할 말이 아니라고 쏘아붙였겠지만, 오늘은 그녀에게서 들어야 할말이 있기에 참아보기로 했다.
"아시잖아요. 커피 전문점에서 알바하는 여학생, 어머니가 직접 찾아가 얼굴까지 확인하고 친절히 저에게 말씀해주신 그 여학생 말이예요."
"내 뒷조사까지 하는 거니? 내가 그 기집애를 만났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
"어머니 뒷조사가 아니라, 오빠의 여자에 대해 알고 싶은거예요. 전 약혼녀니깐요."
"그렇게 뒷조사를 했다면 굳이 나에게 물어 볼 필요가 뭐 있겠니?"
"........."
다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여우같은.........그녀의 말처럼 박 시연에 대해 조사 했다.
한국 대학 법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대학생으로 양친은 3년전 교통사고로 모두 돌아가셨다. 지금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집이었다. 박 시연의 명의로 되어있는 집은 자신이 가 본 논현동의 오피스텔이 아닌 일반 단독 주택이었다. 그렇다고 오피스텔이 이 윤성의 명의로 되어 있었던 것 역시 아니었다. 소유주는 백 성현이라는 사람이었고, 그 빌딩의 건물주이기도 했다. 아무리 뒤져봐도 백 성현이라는 사람과 이 윤성과는 아무런 관계라 없어 보였는데 왜 박 시연이 이 윤성과 함께 그 오피스텔로 들어간 것인지 알수가 없다.
"빌딩? 윤성이가 빌딩을 가지고 있단말야?"
"얘기를 뭘로 들으셨어요? 오피스텔이 있는 빌딩 실 소유주는 백 성현이라는 사람이라니깐요."
"멍청하긴!!! 그럼 그 놈이 내 재산을 빼돌려 건물을 사면서 지 놈 명의로 해놨을거라 생각하는 거니!! 그 놈 검사야, 법이라는 걸 지 손바닥 안에 넣고 주물럭거리는 놈이라구. 그런 놈이 멍청하게 지 이름 석자를 세상에 내놓을 거 같아!!!"
"그럼, 아줌마는 오빠가 다른 사람 명의로 그 빌딩을 사놓았다는 거예요? 왜요?"
"왜냐니? 몰라서 묻는거니? 지금 그 놈이 내 재산을 빼돌리고 있잖아!!"
"헐! 뭐 얼마나 되는 재산이라구....."
"뭐....뭐야?"
"저희 집 그 정도 빌딩, 몇채라도 오빠한테 사 줄 수 있어요. 오빠가 나랑 결혼하면 저희집 재산이 다 오빠게 되는데 왜 구질구질하게 빌딩 하나 때문에 그런 짓을 하겠어요?"
"뭐?"
다인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멍청하긴 해도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선 잘 알고 있는듯 하다. 김 의원의 그 많은 재산이 하나뿐인 외동딸 다인에게 돌아가는 건 당연지사 일테고, 윤성이 다인과 결혼하면 그 재산이 모두 윤성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걸 머리좋은 그 놈이 모를리 없을 텐데,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과 맞서 빌딩을 사놨을 리 없다. 그럼 알바 여대생이 묵고 있다는 그 오피스텔 빌딩의 소유주는 누구란 말인가?
"건물주가 누구라고?"
"백 성현! 오피스텔은 물론이고 오피스텔이 있는 그 빌딩이 백 성현이라는 사람 명의로 되어있었어요."
"백 성현.......낯설지가 않아. 어디서 들어 본 이름 같은데, 어디서 들어봤지?"
"그럼 아줌마도 백 성현이 누군지 모른다는 거죠?"
손톱 끝으로 알알이 박혀가는 큐빅을 보며 남 지현은 어딘가 낯설지않은 백 성현이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런 남 여사를 보며 다인 역시 괜한 시간 낭비를 한 것 같다는 후회가 슬며시 밀려오고 있었다. 그래도 뭔가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기분이 나빠진 다인이 샐쭉하니 입을 삐쭉였다.
"결혼하고 당분간은 저희집에서 지냈으면 해요. 제가 불편한건 못참는 성격이라서."
"당연히 그러시겠지. 나야 찬성한다만 미래의 시아버지가 허락할지 모르겠구나."
"아버지가 말씀해주실거예요. 그럼 아저씨도 거절하지 못하실테니깐."
"글쎄, 그게 니 뜻대로 될까? 거대 건설의 후계자로 윤호를 밀어내고 그 놈을 장남 자리에 올려놓은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순순히 아들을 데릴사위로 내놓을지 궁금하구나."
"........."
"니가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면 난 참 기쁠거 같아. 난 아직 한번도 시어머니 역활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 근데 요즘 아침 드라마를 보니깐 꽤 할만한 역활 같더구나."
"아줌마! 지금 아줌마가 저한테 시어머니 노릇을 하겠다는 말씀이세요?"
"사실 요즘 세상 사는 낙이 없거든. 니가 그 놈이랑 결혼해 들어온다면 무료한 내 삶의 꽤 신선한 활력소가 될것같아서."
"!!!!!!!!"
마귀같은 할망구!!! 시시때때로 윤성의 여자들에 관해 속닥이며 사람속을 긁어놓더니 이젠 아예 시어머니 노릇을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순종하고 구박당하는 며느린 자신의 캐릭터가 아니다. 더구나 아버지가 그런 날 보고 있지 않을테니깐. 자신의 집에서 살지못한다면 분가를 하면 그만이다. 두고보라지. 새로이 집을 얻어 둘이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게 살아줘서 저 마귀 할멈이 분해서 팔짝팔짝 뛰게 만들어줄테니깐. 그리고 그 기집애 역시 조만간 해결을 봐야 할 것 같다. 이제 백 성현이 누구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건 건물주가 아니라 그 건물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니깐.
"백...성현이라..... 분명 낯설지 않은 이름인데......"
샐쭉이 고개를 돌리는 다인을 보며 남 지현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백 성현! 분명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백 성현...... 백 성현...... 백..... !!!!!'
몇번을 되뇌이던 남 지현의 머리속으로 번개처럼 스쳐지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놀란 남 지현이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 바람에 정성들여 손톱 끝에 알알이 큐빅을 붙이고 있던 네일 아티스트가 함께 놀란다.
"사....사모님!!"
"!!!!!!!"
옆 자리에 앉아 놀란 토끼눈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다인을 보자 남 지현은 금방이라도 자신의 입을 뚫고 튀어나올것 같은 비명소리를 눌러야만 했다.
"왜 그러세요?"
"아....아니야!"
애써 침착을 되찾으며 자리에 앉은 남 지현의 머리속으로 토네이도와 같은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설마 아닐꺼야! 설마....... 설마......'
"그러니깐 아저씨가 좀 알아봐 줘. 그 백 성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박 시연과 무슨 관계인지 자세히......."
"뭐가 알고 싶은 거니?"
"뭐든. 아무래도 아줌마 반응이 이상해. 처음에 그 사람 이름을 들었을 땐 모른다고 대면대면하더니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선 엄청 놀라더라니깐."
"백 성현을 기억해?"
"응, 어쩌면 그 기집애랑 사귀는 사인지도 몰라. 아님, 스폰서 뭐 그런건가? 백 성현이라는 사람 그 건물 소유주에다 상당한 재력가라고 들었어. 그럼 꽤 나이가 있을거고, 그 기집애, 부모도 없이 대학까지 다니는 거 그렇게 쉬운 일 아니잖아. 분명 반반한 얼굴로 남자들 꼬셔서 스폰서로 두고 있을거야. 오빠가 어쩌다 그 기집애 반반한 얼굴에 속아 한두번 만나줬을건데, 그 기집애 실체를 알게된다면 정 떨어져서 두 번다시 안볼거야. 그러니깐 아저씨가 그 건물주랑 그 기집애랑 어떤 사이인지 알아봐 줘."
조 규현은 콧소리까지 내가며 팔에 매달려 졸라대는 다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백 성현......잊고 있었던 20년전 그 꼬마, 지금은 이 윤성이라는 이름으로 다인의 옆에 서 있다. 약혼자라는 명함을 가지고.
첨부터 조 규현은 다인과 윤성의 약혼이 맘에 들지 않았었다. 할 수만 있다면 둘의 약혼을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일개 경호실장일 뿐인 자신에게 그런 발언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남 여사가 백 성현이란 이름을 기억했단 말이지?"
"그렇다니깐, 백 성현이라는 이름을 듣고 처음엔 잘 모르는 눈치던데, 좀 있으려니깐 눈이 황소만해져가지고 놀라자빠지더라구. 분명 뭔가 있어. 그 백 성현이라는 사람!!"
"다인아, 그것보다 이 윤성 검사 말이다."
"오빠가 왜?"
"너한테 그리 충실한것도 아니고, 이제껏 들려왔던 소문들도 그렇고......"
"그래서 뭐?"
"굳이 니가 매달릴 필요가 있나 해서.....차라리 파혼을 하는게...."
"무슨 말이야!!! 아저씨 이제껏 뭐 들었어? 난 오빠 사랑해. 오빠도....... 오빠가 워낙에 잘나다보니깐, 원래 맛있는 음식에 파리가 꼬인다고, 오빠가 워낙에 잘났으니깐 다른 여자들이 꼬리치는 거라구. 오빠도 남잔데 여자들이 작정하고 유혹하는데 어떻게 안 넘어가겠어? 그래서 잠깐잠깐 여자를 만나긴 했지만 깊은 관계까지 간 여자는 없었잖아."
"그 여자는 사흘 밤낮을 같이 있었다고 했어. 성인인 남녀가 사흘 밤낮을 같이 지냈다는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니?"
"몰라!! 아저씨 왜 이상한 소리해? 그 기집애 그 건물주랑 무슨 관계인지 그것만 알아봐 달라구!"
"아무 관계 아니라면, 그 건물주랑은 아무 관계도 아니고, 이 검사랑 관계가 있다면 어쩔거니?"
"그럴리 없어!!! 설사 그렇다 해도 그건 그냥 잠깐....아무튼!!! 난 절대로 오빠랑 파혼 안해. 결혼 할꺼야!!!"
"다인아....."
잔뜩 약이 올라하며 발까지 동동 구르던 다인이 씩씩거리며 가버린다. 조 규현은 그런 다인의 뒷 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아무 상관이 없었다면 좋았을 걸, 다인과 이 윤성.....그냥 아무 상관 없는 사이였으면 좋았을 걸.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던 다인이 약혼 시켜달라 김 의원을 졸라대는 것을 보며 마땅찮았던 그는 그 상대가 이 태성 사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랐었다. 그리고 약혼식 날, 훌쩍 자란 백 성현, 아니 이 윤성을 보며 또 한번 놀랐었다. 서로에게 약혼반지를 끼워주는 두 아이를 보며 엄습해오는 불길함을 감출수 없었던 그였다. 그때의 불길함,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이 윤성은 차근차근 복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가 보다.
조 규현은 가슴이 답답해져 왔었다. 지금 당장 엄 기홍를 처리 해야한다. 끼어들어선 안되는 놈이 끼어들어 모든 일이 틀어져 버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으로 끝나버렸던 20년전의 일을 수습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윤성......함께 처리를 해야한다. 하지만 이 태성은 그의 아들이 다치는걸 원치 않는다. 이 태성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 윤성의 마지막 목표는 결국 그 아버지일테니깐.
그리고.....김 다인.....다인이 역시 그가 다치는걸 원치 않는다.
첫댓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점점 진실을 알게 돼는데... 윤성이랑 시연이는 해피엔딩 돼는거죠??? 그런데 어째서 오늘은 주인공씬은 하나도 없나요?? 섭섭하게~~~
2초동안님! 그러고보니 그러네요.ㅋㅋ 저도 몰랐는데 어째 글을 올리다보니 주인공씬이 하나도 없네요. 근데 어떡하죠? 담편에도 주인공씬이 별로 없는데.... 그래도 기대해주실거죠?^^
남지현도 알게 되겟네요~젤루 나쁜게 이태성이랑 남지현이잖아요~조폭들이야 원래 나쁜넘들이지만 사주를 받은거구요~ㅠ
앞으로의 전개가 넘~기대 되어 가슴이 콩닥콩닥해요~~~^*^
미루님! 그렇죠! 원래가 사주한 사람이 젤로 나쁜거죠.^^ 앞으로의 전개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