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에 9시 15분 만남. 9월 산행은 구파발역 2번 출구에서 그렇게 시작됐다.
산행 코스는 북한산 의상능선으로 구파발역에서 만나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기로.
그때는 몰랐다. 이 코스가 그렇게 구설수에 오를지..ㅠㅠ
일일 산악대장을 맡은 내가 세운 계획은 구파발역 2번 출구 앞에서 출발해 이말산을 가로질러 백화사 길을 거쳐 의상능선에 진입하기로.
의상능선 코스는 의상봉~용혈봉~용출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문수봉.
이 코스에서 탈출구는 의상봉, 증취봉, 문수봉 등이다.
문수봉까지 가는 것이 상책, 증취봉이 차선책, 의상봉 하산은 완전 하책.
사실, 10월중 지리산 종주를 한다니, 체력훈련을 겸해 오랜만에 등산을 길게 하기 위한 나름의 복안인 셈이다.
구파발역 2번 출구에 가장 먼저 지리산이 도착했고(1번 출구로 나와서 어디서 모이냐고 했다가 ‘너는 카톡 안보니’라고 구사리 먹음) 희용형 산바람형 알자지라 대장이 줄을 이었는데.
어라!! 사전 연락이 없던 뜬구름과 은상이가 나타났다. 근데 은상이는 닉네임이 없던가??. 뜬구름은 “뜬구름 같이 오가는 사람이라 연락이 없이 왔다”고 뜬금없는 말을 하기도.
총무 역할을 많이 한다는 희용형은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면 준비하는 사람이 힘들다. 아침에 와이프가 ‘귤 몇 개 줘’해서 6명분 준비하라고 했는데, 여유분 2명껄 더 준비 안했으면 어쩔뻔 했느냐”고 장난기 섞인 질책을 한다. 그나저나 8명분 귤을 기막히게 준비했다.
피플러버 회장이 마지막 멤버로 나타나면서 8인의 산행팀이 완성됐다.
갑자기 나타났다고 질책받은 은상이가 김밥 5줄을 인근 김밥집에서 사가지고 오면서 출발!!
이말산은 은평뉴타운이 개발되면서 잘려나간 산인데, 그래도 동네 주민들을 위한 뒷산으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오늘 코스는 이말산을 거쳐 의상능선으로 가는 길,
이말산에서 둘레길을 거쳐 향로봉으로 가는 길도 아주 좋다. 특히 둘레길을 거쳐서 향로봉으로 갈 경우, 의상봉으로 갈 때 걷는 도로 보행이 없어서 좋다. 다음에 이 코스로 가도 좋을 듯하다.
이말산에 진입하니 날씨는 좋은데 여전히 덥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데다 바람이 안 분다. 어라 이러면 안되는데. 이말산에서 너무 힘을 빼면, 오늘 등산은 하책에 머물 수도 있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린다. 안은섭 선배다. 오늘 제 9멤버. 뒷풀이를 어디로 할 것인지, 오늘 코스는 어디로 할 것인지를 묻는다. 안 선배가 가고 싶은 곳은 연신내 만포면옥인데, 산행이후 버스타고 이동하는데 부담이 있다.
“안 선배, 거기보다 북한산성 입구에 가성비 좋은 식당이 있는데, 그리로 오셔요. 의상능선 종주하고 산성 메인스트리트로 내려가면 그 식당이 나옵니다. 카톡으로 위치 보내 드릴께요”
일단, 마음속에 하산길을 북한산성 입구로 그렸다.
그런데, 피플러버 회장께서 ‘오늘 뒷풀이를 어디로 하니’ 라고 물으시며 ‘구기동이나 광화문 어떨까’라고 한다. 알 대장도 ‘구기동쪽에 맛집이 있다’며 하산길을 그리로 유도한다.
이럴땐, 객관적인 핑계와 미끼가 중요한다. “안 선배가 오기 좋게 북한산성 입구로 하산해야 할 듯합니다. 코다리찜이 맛있는 집이 있어요. 회장님 코다리찜 좋아하시지요?” 피플러버 회장도 코다리찜 메뉴에 호의적이다.
앞장서서 이말산을 걷고 있느니, 뒤에서 이런저런 대화가 들린다. 일상, 일,문화적 토론, 시사 등등..그런데 궁시렁 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뭐가 이렇게 길어’ 이말산을 통과하고 콘크리트깔린 보도로 나온 시간이 1시간여 걸렸다. 아직 산행 시작도 안했는데..
보도를 10여분 정도 걸으면 백화사 입구가 나온다. 그러면 우회전, 백화사 앞에서 내시묘역길로 진입, 조금 가다 보면 표지판이 보인다. 드디어 의상봉 진입로다. 여기 표지판에 1.7km로 표시돼 있는데, 사실 이 코스는 북한산에서 가장 험한 코스. 검은색으로 표시된다.
진입로에 들어섰는데, 알대장과 뜬구름이 안보인다. 전화해 보니 “뜬구름이 뭔가를 사고 있다”는 것. 뜬구름이 사온 것을 보니 막걸리 세통. 사전 연락 없이 나타난 은상은 김밤, 뜬구름은 막걸리를 샀다. 후레자 3배인가 ㅋㅋ
의상봉 가는길은 험하다. 진입로에서 쭉~~걸어서 삼거리 이정표 나오는 곳까지 오면 0.7km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700m 그까이거 하지만, 이제부터다. 암릉이 줄줄이고 예전엔 상당히 위험했던 릿지 코스까지 있다.
사실 지금은 많이 정비됐기 때문에 안심하고 등산을 즐길 수 있다. 10여년전 의상능선이 개방된지 얼마 안됐을 때 이 곳에 왔었다는 산바람형은 “사니형과 함께 왔었는데, 그때는 정말 험했다. 위험한 릿지도 많았다”고 말한다.
그때 비하면 지금은 산행이 상대적으로 쉽다. 약간은 걱정되는게, 피플 회장이 힘들어 한다. 이말산 이야기가 또 나온다. “이말산을 가지 않았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텐테, 힘을 거기서 많이 빼서..”
의상봉을 넘어서서 행동식을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행동식을 빨리 먹으면 하산 코스가 빨라지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너무 배고프면 산행이 힘들 것 같아서 의상봉을 넘어서자 마자 행동식 먹을 자리를 잡았다.
산바람형이 ‘뷰가 좋은 곳에서 먹어야 한다’고 해서 조금은 비탈진 곳,그러나 뷰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맛있는 점심을 먹는데, 희용형이 대단한 이야기를 꺼낸다.
80학번 형들 4명이서 여행을 다니는데, 이번에 부녀간 여행을 가겠노라고. 그러니까 아빠와 딸 4쌍이 당일치기 여행 계획을 세웠단다. 엄청난 일이다. 나중에 집에와서 애 엄마한테 이야기 했더니 “당신도 그렇게 갈 수 있을 껄”하고 말해서 더 놀랐지만.
아빠와 딸이 여행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4쌍이 간다면, 부부 4쌍이 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아닌가?
희용, 산바람형을 비롯한 4쌍의 부녀분들 여행 잘 다녀 오시라^^
점심을 먹고나자 코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디까지 갈 생각이냐”고 쏟아지는 질문의 핵심.
원래 계획인 상책, 문수봉까지 가려한다고 이야기 하자, 피플러버 회장이 질색팔색이다. ‘오늘이 마지막 보는 날이냐’라고까지 하신다. 잘못하면 의상봉에서 내려가게 생겼다.
이럴땐 일단 후퇴다. 중책을 중재안으로 내놓고, 선두에 서서 길을 재촉한다. 우선 증취봉까지는 가야겠다는 일념이다.
의상봉을 넘어서서 용혈에서 뒤를 바라본다. 은상에게 “뒤를 돌아봐라. 얼마나 우리가 많이 걸었는지 대단하지 않나”, 은상이는 뒤를 보면서 응수하는 대신에 바위에 드러눕는다. 호연지기를 보여준다.
용혈에서 용출을 거쳐 증취까지 두세번 쉬기는 했지만 모두 잘 걷는다. ‘문수봉까지 갈 수도 있을 거야’, 속으로 생각하며 증취봉에 오른다.
그런데, 어라 물이 없다. 날이 흐리긴 하지만 습도가 높아서 물이 없으면 길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때, 피플러버 회장이 ‘비가 올 듯한데 하산을 빨리 하자’고 재촉한다. 빗방울이 한 방울 떨어지기도 하고.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산길에 들어선다.
하산길에 들어서면서 안 선배한테 전화를 드렸다. “이제 댁에서 출발하셔서 북한산성 입구 산들애로 오셔요”
안 선배가 콜했고, 이런 사실을 피플러버 회장에게 알렸다. 피 회장은 “코다리찜이 맛 없으면 오늘 완전 꽝”이라고 장난기 섞인 질책을 한다. 코다리찜에 내 운명이 걸리다니.
전날 비가 조금 왔기에 북한산에도 물이 좀 있다. 하산길에 탁족이라도 하자고 제안했다. 마침 좋은 곳이 보인다. 모두 계곡으로 내려가 발을 담궜다.
산행시에 발 마사지를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하산길이 가볍다.
북한산성 입구 산들애에 도착, 안 선배도 시간 맞춰 오셔서 함께 식사.
코다리찜 감자전 쭈꾸미 된장찌개 등등, 막걸리 소주 맥주 등등.
피 회장의 코다리찜 시식, ‘괜찮네’ 어휴, 다행이다.
사실 이 집은 북한산성에서 가성비가 괜찮다. 반찬들도 맛있고. 다음달 지리산 산행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도 있었는데, 3박 4일이니 중간에 합류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핵심이고, 산장 예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알 대장이 강조했다.
피 회장이 산들애 뒷풀이 계산을 몽땅 하시려고 해서 이를 말리고, 회비 3만원씩 냈다. 지난번 굴업도 탐방 당시 회비를 너무 많이 소진해 조금이라도 적립하자는게 알 대장 생각이다.
산들애 사장님께 구파발역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예스’ 해주셔서 9명 모두 한 차로 구파발까지 갔다.
그렇게 하루 산행이 마무리 됐다.
뱀발; 2차는 구파발 인근 전주콩나물 비빔밥에서 진행됐는데, 알 대장이 중간에 졸지 않고 “저 먼저 갈께요”하고 일어섰다. 아주 좋은 일이다. 조는 것 보다 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 안 선배가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셔서 고맙긴 한데, 후배들 때문에 건강을 해치시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된다. 계산은 제가 해야 하는데, 번개같은 속도로 희용형이 했다. 감사^^
첫댓글 그날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산행기 쓰는 수고까지. 애썼네. 재미나게 잘 읽었네.
마음고생 ㅋ, 그리 크진 않아 잘 즐겼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보아 흡족한 하루였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산행 같이 한 듯 한데요
종원형님의 가이드덕에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북한산행 가이드 이런 직업이 있다면 전업을 고려함이 어떠실지..
아톰 수고했다. 근데 사실 코다리는 찜이 아니라 구이였어. 맛은 괜찮았고. 산행기도 쓰느라 수고했고...자기도 부녀여행 계획해봐. 글고 은상은 그날 우리가 그렇게 물건이라고 불렀는데...쯧쯧. 다음엔 이말산 중간에서 빠지자. ㅎㅎ
아, 은상 미안! 물건이 닉 네임이구나,
넵. 부녀여행 좋아요, 제 딸도 가능할듯합니다! 다음에 향로봉코스 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