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박스,연탄 난로, 장애인용 오토바이, 7마리 강아지..
경기도 파주시 금촌에 살고 있는 이남열씨를 취재하고 난 이후 생각나는 것들입니다.
10년전 다리의 관절이 파열되면서 그 수술의 부작용으로 한쪽 다리를 제대로 펼수 없는
지체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고름이 흘러나오는 무릎에 쇠를 박아 넣었기 때문이지요..
그 덕분에 더이상 고름은 나오지 않지만 뜻대로 다리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지금도 통증은 계속되 3일에 한번씩은 약을 먹어야만 지금의 상태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저리고 마디마디 쑤셔오는 고통이 있을 때 이남열씨는 7마리의 강아지에게 의지를 합니다.
몸이 아플때 우리는 가족에게 의지를 하고 투정도 부리지만
이남열씨에겐 가족이라곤 7마리의 강아지가 전부입니다.
얘기 나눌 상대도 없이 강아지와 대화를 나누곤 하는 이남열씨의 모습, 쓸쓸합니다..
장애인이 된 남편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아내는 5년전 이혼을 요구했고
이남열씨는 순순히 응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고생만 시켰는데 나를 떠나서 잘살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라며
아내를 떠나 보냈습니다.
이남열씨의 마음과 몸의 상처.. 어떻게 하면 치유될 수 있을까요..
그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3월의 이른 낮시간,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앞으로 시작될 봄을 예고하는 이 햇살을 고통속의 모든이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남열씨가 다시한번 치료를 받을 수 있게되길,
그의 열망처럼 일을 할 수 있게되길,
그래서 또다시 가족을 이뤄 울타리를 가꾸며 살아갈 수 있게되길..
그래서 진정 이 3월의 햇살이
그에게도 따사로움으로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욕심없어 가난한 사람들
공동체 생활에서는 "먹을 것"이 가장 큰 관건입니다.
내가 먹을 것, 내 동료가 먹을 것, ...눈 앞에 먹을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남자 정신지체장애인들의 시설인 가난한 마음의 집.
"가난한 마음의 집"???
가톨릭 사회복지회 박수정씨로부터 자료를 받고 의아했습니다..
마음까지 가난하다구?
2시간을 꼬박 달려 찾아간 마음의 집, 김경철 원장님의 얘기를 듣고서야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눈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큰 욕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것은 어찌보면 부자인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지요..
그 단순한 진리를 왜 알지 못했을까..
제 마음이 과욕으로 차 있었다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됐습니다.
8년동안 송파구 마천동에 있다가 3년전 이곳으로 이사한 마음의 집은
서울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봉사자나 선생님들의 손길을 받기가 너무나 힘이 듭니다.
스물두명의 남자 장애인들을 세명의 선생님이 돌보고 계시지요..
대대적으로 빨래라도 하는 날이면 선생님들은 모두 빨래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방치되버리는 장애인식구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여가활동이나 체육할동을 중요시하는 김원장님의 운영방침때문에
등산, 영화관, 수영장을 자주 가곤했지만
가평으로 이사온 이후엔 선생님이나 원장님 모두 큰맘먹고 외출을 감행하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등산을 갈때는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을 이틀에 나눠서 교대로 데리고 갈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그 모든 것들이 봉사자나 선생님의 손길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장애인 시설을 다녔습니다.
그들을 일컫는 호칭도 갖가지입니다.
"가족", "친구", "장애우',..... "식구"...
김경철 원장은 그들을 매번 우리 '식구"라고 했습니다.
대학때 봉사자로 시작해 이제는 "업"이 되버린 이 삶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서울에 자신의 부인과 아이들이 살고있는 집이 있지만
마음의 집에서 먹고 자는 날이 더 많듯이,
그들을 왜 "식구"라고 부르는지 알기에 그말이 너무나 듣기 좋습니다..
김원장님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처럼 장애인들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만났던 한 장애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가 나를 존...중..해주면,..나..도 그..사람..을.. 존...중...해 주..고.. 싶..어요.."